제주도 여행기 (1)

저는 지난 6월 28일 ~ 30일에 대한전자공학회에서 주최하는 하계학술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논문 발표를 위해 참가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출장이지만, 사실 정식 일정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3일간 틈틈히 할 수 있는대로 관광도 즐겼습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여름 학회는 보통 제주도에서 열리는데, 대학원생이라면 보통 학교에서 참가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교수님의 허락이 있다면 한번쯤 다녀올만한 합니다. 저는 수료생이라 이번에 자비로 참석하긴 했지만, 졸업 전 마지막 제주도 여행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참가했습니다.

제주도까지 이동

비행기가 오전 9:50 출발이었지만, 비교적 가까운 김포공항이었기 때문에 조금 여유롭게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국내선이라 출국수속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탑승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제가 간과했던 것은 하필 지하철을 출근 시간대에 탑승한 것이었습니다. 4호선을 오랜만에 타다보니 평일 8시 즈음의 4호선이 얼마나 지옥철이었는가를 까먹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지도에서는 40분 남짓 걸리는 경로가, 실제로는 1시간이 넘게 걸리고 말았습니다. 공항에 9시 15분쯤 도착해서 하마터면 탑승을 못할뻔 했습니다. 다행히 발권하는 곳에서 직원분께 말씀드리니 가장 먼저 수하물을 맡길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다음부터는 시간을 더 여유롭게 잡고 와야겠습니다.

어찌어찌 탑승에 성공해 비행기에 탔습니다. 원래 사진을 더 찍고 싶었는데 저 당시에는 30분 안에 수하물을 맡기고 탑승까지 끝내야 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국내선이라 국제선처럼 소지품 검사 같은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국제선과 동일하게 하더라구요. 국내선을 오랜만에 타봐서 원래 했던 건지 아니면 최근 공항에서 여러 사건이 있어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막상 비행기에는 탔지만 무슨 문제인지 몰라도 이륙이 지연되다가 20분 정도 지나고야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기상 상황이 나쁘지 않아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이륙할 때는 무서웠습니다. 여행은 좋아하는데 비행기 타는 것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네요.

한 시간 정도 지나고 나니 제주도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선이다보니 당연히 기내식 같은 것은 나오지 않고, 간단한 음료수 정도만 제공해줍니다. 물론 제가 아시아나를 타서 음료수라도 주는거지, LCC라면 그런 것도 없습니다.

멀리 제주 공항 간판이 보이네요.

제주 공항을 나가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을 찍어봤습니다. 한국 답지 않게 공항 주위에 야자수가 잔뜩 우거져있어서 이국적인 느낌을 주더라구요.

롯데호텔 제주

우선 학회 등록을 위해 학회 개최 장소인 롯데호텔 제주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는 다른 곳이었는데, 아직 체크인 시간이 많이 남았었기 때문에 캐리어를 그대로 들고 이동했습니다. 학회에서 점심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때 롯데호텔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비행기 지연 + 공항버스 지연으로 인해 점심시간을 10분 넘기고 도착해버려서 아쉽게도 점심을 먹지 못했습니다. 저보다 일찍 도착했던 연구실 후배들 말로는 식사가 딱히 맛있지 않았다고 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소담하다

학회 등록이 끝나고 한번 둘러본 뒤,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는 난드르라는 지역에 있었는데, 롯데호텔 제주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곳입니다. 호텔 체크인이 3시부터였는데, 1시간 정도 남았었기 때문에 짐만 맡기고 점심식사를 하러 주변에 있는 식당에 갔습니다. 가게 이름은 “소담하다”라는 곳인데 구글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곳이네요. 제주도 9첩 반상을 판매하고 있다고 해서 한번 찾아가봤습니다.

가게 입구에는 비틀즈가 그려져있네요.

가게 분위기는 굉장히 힙한 느낌이 나길래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는 곳인가 싶었는데, 실제로는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손님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물 색이 꼭 포도주스 같았는데 마셔보니 그냥 평범한 보리차였습니다.

식사는 이렇게 한상 차림으로 나옵니다. 맛은…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주방에서 준비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직접 조리하는게 아니라 전자레인지로 데우는 것 같았습니다. 함박 스테이크는 그나마 좀 먹을만 했는데, 나머지는 푸석푸석해서 식감이 별로였습니다. 밥도 국도 약간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구요. 저는 밥이 맛있으면 보통 공기밥 한 그릇을 추가해서 먹는데 여긴 그러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가격은 15,000원이었는데, 솔직히 이 돈이면 서울에서 훨씬 맛있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점심먹고 시간이 좀 남아 소화시킬겸 주변을 산책해봤습니다. 예래생태마을이라는 간판이 있네요.

난드르는 바로 앞이 바다인 곳입니다. 바다라고 해도 해수욕장 같은 곳이 아니라 갯벌에 좀 더 가까웠습니다. 근처 한바퀴를 쭉 돌아봤는데, 카페와 민박이 많이 보였지만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책하다보니 슬슬 체크인 시간이 되었습니다. 멀리 호텔 건물이 보이네요.

호텔 스카브로

호텔 스카브로는 난드르에 위치한 호텔입니다. 호텔이라고 해도 호텔보다는 풀 빌라에 가깝습니다. 입구부터 수영장이 보이네요. 호텔측 안내에 따르면 수영장은 7~8월에만 운영한다고 되어있었는데, 날씨가 매우 더웠기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오픈한 것 같습니다. 혹시 몰라서 수영복을 챙겨왔는데 다행이네요.

호텔 건물은 신축 느낌이 드는 깔끔한 건물입니다. 찾아보니 호텔이 2013년에 지어졌는데, 2018년에 리모델링까지 했다고 하네요.

건물은 신축 느낌이 나는데 이상하게 객실 문은 고풍스럽게 디자인되어 있네요.

객실에 들어왔을때 찍은 사진입니다. 왼쪽에는 싱크대와 냉장고, 전자레인지가 있는데 옷장에 가려져서 잘 안보이네요. 정면에는 의자와 식탁이 있습니다.

안쪽에는 침대가 있습니다. 침대는 킹 사이즈라 매우 큽니다. 오른쪽이 화장실 겸 욕실인데, 훤히 보이는 유리로 되어있습니다.

화장실로 들어가보면 정면에 세면대가 있고, 왼쪽에 자쿠지가 있습니다. 화장실에 있는 창문이 통창이라, 자쿠지에 들어가 있으면서 야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낮에는 바깥에서도 안이 보이기 때문에 조심하셔야할 것 같네요.

가자마자 덥기도 하고 딱히 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저 말고 숙박하는 사람이 없는지 수영장도 텅텅 비어있더라구요. 혹시 몰라 수영복을 챙겨왔는데, 덕분에 재밌게 즐겼습니다. 리셉션에서 타월도 무료로 빌려주기 때문에 수영하실거면 미리 빌리시면 좋습니다.

저녁식사

한 시간 정도 수영을 즐기다가 지쳐 숙소에서 쉬었습니다. 수영을 하고 나니 점심먹은게 금방 소화가 되서 저녁을 먹으려고 나갔습니다. 호텔 주변에 있는 식당 중에 찰리스라는 곳이 괜찮아보여서 찾아갔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부 수리로 인해 문을 닫았습니다.

뭘 먹을까 하다가 멀리 가게가 몇 개 보이길래 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가다가 제주다온이라는 식당을 봤는데, 혼밥하기 괜찮아보여서 들어갔습니다.

메뉴 중에 흑돼지 제육볶음이 있길래 주문했습니다. 제육은 진짜 어지간하면 실패하지 않는 음식인데… 그것도 딱히 아니더라구요. 고기 자체가 나쁘진 않았는데 너무 매워서 먹는데 고생했습니다. 밥을 한 그릇 더 주문했는데, 맛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매워서요. 그래도 다 못먹고 나왔습니다. 가격은 15,000원이었는데, 공기밥 한 그릇 가격도 다 받으셔서 16,000원을 냈습니다. 서울에서도 어지간한 가게에서는 공기밥 정도는 무료로 추가해주던데 제주도는 그런 것도 없네요.

자쿠지

숙소에 돌아와서는 하루를 마무리할겸 자쿠지를 즐겼습니다. 자쿠지를 처음 써봐서 잘 몰랐는데, 저만한 크기의 욕조를 채우는데 2시간 가까이 걸리더라구요. 자쿠지는 저 거품을 낼때 기계가 진동하는 소음 때문에 10시 이후로는 사용을 못하기 때문에 자쿠지를 사용하실 분은 미리미리 물을 받아놓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7시쯤 물을 받기 시작해서, 9시부터 1시간 정도 즐기면 딱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