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에는 오후에 미팅을 제외하고는 딱히 일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지금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못갔던 마라도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으로써의 상징성도 있고, 짜장면도 유명하길래 예전부터 한번 맛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식사

호텔 스카보르는 현재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식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호텔 주변에 식당이 있긴 했으나, 주변이라고 해도 도보로 10분은 가야했기 때문에 귀찮아서 그냥 편의점 빵으로 때우기로 했습니다. 오메기떡 파이는 처음 객실에 체크인할 때 받은거고, 커피는 어제 학회 등록할 때 받았습니다.

마라도까지 이동

마라도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운진항에서 운영하는 여객선을 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이수동항에서 운영하는 여객선을 타는 것입니다. 제 숙소에서 가까운 곳은 산이수동항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대중교통으로 산이수동항을 가기에는 너무 불편해서, 택시를 불렀습니다. 호텔에 문의해보니 택시가 잘 안잡힌다고 해서 일찍 준비했는데, 금방 잡히더라구요. 택시비는 12,000원 좀 넘게 나왔습니다.

마라도로 가는 티켓은 여기서 바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인터넷에서 미리 예매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비수기라 상관없긴 했지만, 배의 좌석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일에 표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천원을 할인해주기도 합니다.

표를 구매하기 전에 승선 신고서를 작성해야합니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포함하여 비상시 연락할 사람을 미리 등록하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표는 반드시 왕복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배가 자주 다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라도에 가실 분들은 가급적이면 오전에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 배가 오후 2시면 끊기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마라도에 2시간 정도 체류할 수 있는 일정으로 표가 발급되는데, 섬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2시간이면 대부분 볼 만한 곳은 다 볼 수 있습니다.

마라도 선착장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 저는 일찍와서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선착장 근처에 산이물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안내문을 보니 예전에는 이곳에 있는 물을 식수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현재도 물이 가득 차있지만 굉장히 더럽기 때문에 식수로는 못쓸 것 같습니다.

바다쪽에서 보면 저 멀리 섬이 보이는데, 지도상 마라도가 아니라 가파도인 것 같습니다.

산이물 근처에는 해녀 조각상이 있습니다. 실제로 산이물 근처에서 해녀분들이 일하는 작업장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직접 채취한 수산물도 팔고 계시더라구요.

기다리다보니 마라도로 가는 배가 들어왔습니다. 산이수동항에서 마라도로 가는 배는 송악산 102호, 마라도 1호가 있는데 제가 탄 배는 마라도 1호였습니다.

배의 크기는 생각보다 매우 컸습니다. 객실은 1층과 2층 두 곳이 있는데, 1층만해도 보시는 것처럼 좌석이 매우 많습니다. 제가 간 날은 사람이 많지 않다보니 좌석이 많이 비어서 누워서 가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배는 괜찮았는데, 마라도까지 가는 길이 엄청 험난했습니다. 제가 멀미를 잘 안하는데, 배가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려서 멀미 때문에 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마라도까지 30분밖에 안걸려서 다행이었습니다.

마라도

마라도 선착장에 내리고 나니 먼저 탁 트인 들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섬 전체가 거의 평지나 다름 없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섬 크기가 크진 않지만 답답하지 않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라도의 지도가 돌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마라도는 섬 전체가 관광지이기 때문에 지도에 나온 길만 따라가도 마라도 전체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마라도가 오지이기 때문에 건물과 시설이 굉장히 낡았을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건물이 사진과 같이 깔끔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마라도 짜장면을 파는 가게가 많이 있습니다. 마라도에서 배가 끊긴 사람들을 위한 민박집도 보였는데, 가장 신기했던 것은 이 작은 섬에 편의점이 2개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다보니 대한민국 남쪽 끝 마지막 카페라는 이정표가 보였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여기서 커피를 마셔보진 못했네요.

신기했던 것은 이 작은 섬에 절, 성당, 교회가 전부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절이었습니다.

뒤에 보여드리겠지만, 성당이나 교회에 비해 절은 상당히 넓었습니다. 건물 자체가 큰건 아닙니다만 마당이 굉장히 넓습니다.

멀리 보건소도 보이네요. 마라도에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보건소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절을 나오고 다시 걷다가 곤히 잠들고 있는 개를 봤습니다. 처음엔 꼼짝도 안하는것 같아서 죽었나 싶었는데 가까이 가니 눈을 뜨더라구요. 아무 근심 없이 완전 편하게 자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부러웠습니다.

마라도에는 경찰서가 두 곳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입니다. 해양경찰이라고 써있는거보니 바다쪽을 관리하는 경찰인 것 같습니다.

길을 따라 마라도 끝으로 오면 대한민국 최남단비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옆에는 마라도 지도가 새겨진 돌이 있네요.

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마라도 성당이 나옵니다. 성당 건물이 상당히 특이한 모양이네요. 성당 건물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진 것이 좋았습니다.

성당을 지나가니 꽤 큰 건물이 보였습니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라는데, 겉으로만 봐도 과학기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국가기관이라 그런지 구글 지도에는 나오지 않네요.

볼만한 곳은 다 본 것 같아서 샛길을 통해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대로만 벗어나니 이렇게 초목이 우거진 풍경이 나오네요.

마라도에 있는 두 개의 경찰서 중 나머지 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이 경찰서는 마라도 내부를 관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라도는 차도가 없다보니 승용차가 한 개도 없었습니다. 대신 마라도 주민들은 오토바이나 이런 카트를 끌고 다니더라구요. 육지에서는 골프장 같은 곳에서나 많이 보일 것 같은 카트입니다.

관광지를 벗어난 곳으로 들어가면 마라도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이 보입니다. 관광지에 있는 건물들은 전부 신축처럼 보였는데 이곳의 건물들은 굉장히 낡아보여서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폐가로 보일 정도였는데, 집 주변에 생활한 흔적이 있어서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짜장면 거리 근처에 마라도 교회 간판이 보였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을 당시만 해도 저 곳이 교회 건물인줄 알고 놀랐는데, 글을 쓰면서 마라도 교회 사진을 찾아보니 교회 건물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점심식사

마라도 교회 근처에 마라도 짜장면집에 보였습니다. 가게 설명에 따르면 예전에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에 나온 집이라는데 제가 그거 두 개를 다 안봐서 잘 모르겠네요. 어차피 마라도 짜장면 레시피는 다 비슷할 것 같아서 그냥 들어갔습니다.

마라도 짜장면의 가격은 9,000원입니다. 결제는 선불이고, 물, 단무지 같은 것은 전부 셀프로 가져해야합니다. 관광객 대부분이 마라도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기 때문인지 짜장면은 굉장히 빨리 나왔습니다.

다만 맛은 글쎄요… 일단 짜장면 면발이 라면처럼 얇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짜장면 특유의 쫄깃쫄깃한 면발이 느껴지지 않았고, 짜장면 위에 올려진 톳의 식감도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짜장면에 같이 나오는 오징어는 괜찮았지만 사실 이건 삼선짜장만 시켜도 들어있는거라… 이 가격이면 서울에서 삼선짜장 곱빼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마라도 짜장면은 솔직히 제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짜장면을 먹고나니 바로 앞에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가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마라도에도 아이들이 있어서 이 학교를 다녔다는데, 현재는 마라도에 초등학생이 없기 때문에 휴교 상태입니다. 휴교 상태라 들어갈 수는 없지만, 지금도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름 대한민국 최남단 초등학교라는 상징이 있는데, 다시 어린이들이 들어와 이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네요.

롯데호텔 제주 더 라운지 & 바

마라도에서의 관광을 끝내고, 미팅 업무가 있어서 롯데호텔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감사하게도 LG전자쪽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재직자분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연구와 취업을 준비하는데 유용한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여담으로 5성급 호텔에 있는 카페는 가격이 얼마나 비쌀까 궁금했는데 아메리카노 한잔에 14,000원이나 하더라구요. 제 돈으로는 아까워서 못 올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

마지막 저녁식사는 뭘 먹을까 하다가 제주도에 온 만큼 해산물이 먹고 싶어서 물회를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숙소 주변에 난드르포구라는 곳에 물회를 팔고 있길래 방문했습니다.

원래 한치물회를 먹고 싶었는데, 하필 재료가 없다고 해서 도다리물회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3,000원으로 그나마 제주도에서 방문했던 식당들 중 가장 양심적인 가격이었습니다. 맛도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가게들은 밥부터 맛이 별로였는데, 여긴 밥을 굉장히 잘 지어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와! 완전 맛집이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방문한 식당들이 하나같이 별로라서 눈이 낮아진 것일수도 있겠네요.

호텔에 돌아오고 나서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자쿠지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부터 학회 일정이 있어서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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