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기 (2)
첫 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고된 일정을 소화하느라 상당히 피곤했습니다. 사실 구경간 곳은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 하나 뿐이었기 때문에, 둘째 날 부터는 좀 더 많이 구경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침에 뭐라도 먹어야 힘이 나기 때문에, 미리 신청해두었던 호텔 조식을 먹었습니다.
다이와 로이넷 호텔 삿포로 - 스스키노점의 호텔 조식은 호텔 1층에 입점해 있는 바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아침 시간에는 조식을 운영하고, 점심 부터는 식당 겸 주점으로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 도쿄에서 묵었던 렘 플러스 긴자 호텔과 비슷한 구조네요. 조식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메뉴의 가짓수는 지난번에 방문했던 더 B 하카타 호텔보다 조금 더 많았습니다. 맛도 거기보단 좋았습니다.
오타루까지 이동
아침을 먹고 나서는 바로 오타루로 이동했습니다. 오타루는 삿포로에서 기차로 4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인데, 삿포로 관광을 가시는 분들이 보통 당일치기로 많이 가는 도시입니다. 제가 첫 날에 구매했던 삿포로 - 노보리베츠 에리어 패스가 있다면 별도의 추가요금 없이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근데 제가 방문한 주가 워낙 성수기이기도 하다보니 관광객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지정석은 당연히 만석이었고, 자유석은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출퇴근시간 2호선을 보는 듯한 모습입니다. 40분 내내 낑겨 가느라 꽤 고생했습니다. 이 열차가 바다 가까이 달리는 구간이 있는데, 창 밖을 볼 겨를이 없어서 못봤습니다 ㅠㅠ
간신히 오타루 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사가 그렇게 크진 않은데, 이곳이 에어포트 쾌속의 종점이다 보니 열차가 꽤 많이 늘어져 있었습니다.
오타루 역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돌아가는 열차표의 지정석을 구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그냥 무책임하게 열차를 타러 오면 삿포로로 돌아갈 때도 분명히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오후 4시 정도면 볼만한 것은 다 보지 않을까 싶어 이 시간으로 지정석 복편을 구매했습니다.
코메다 커피 오타루 운하점
적지 않은 시간동안 열차에 낑겨 가다보니 조금 지치기도 했고, 오늘 커피를 마시지 못해 커피 금단증상(?)이 느껴졌기 때문에 가장 먼저 커피숍부터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제가 즐겨 방문하는 코메다 커피가 오타루에도 있더라구요.
오타루는 삿포로보다 눈이 더 많이 내리는 지역인 것 같았습니다. 저 눈의 높이를 보세요!
11시 이전에 방문해서 그런지 아직 모닝 세트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공짜 오구라 토스트인데 당연히 먹어야겠죠! 커피와 토스트를 먹으며, 오타루에서 어디를 방문할 건지 계획을 세웠습니다. 원래 계획은 열차에서 느긋하게 찾아보는 거였는데 열차 상황으로 인해…
오타루 운하
커피를 마신 후에는 바로 오타루 운하를 보러 갔습니다. 코메다 커피 바로 앞이기도 했고, 오타루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오타루 운하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운하 상류 쪽을 먼저 구경했는데, 이쪽에는 왜인지 관광객이 별로 없더라구요. 덕분에 혼자 여유롭게 구경 잘 했습니다.
새하얀 눈이 엄청나게 쌓여있고, 그 사이에 만들어진 길이 꽤 예쁩니다.
운하 공원
운하 근처에 운하 공원이 있길래 한번 가봤는데, 사진처럼 완전 눈으로 덮여 있어서 들어가보진 못했습니다.
린유 아사이치
운하 공원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린유 아사이치라는 수산 시장이 있습니다. 보통 오타루에서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삼각시장 만큼 크지는 않은데, 여긴 정말 현지인들만 방문하는 곳이고 관광객이 없으니 로컬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시면 한 번쯤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내부가 좁아서 차마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만, 안 쪽에 식당도 있습니다. 점심을 여기서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이 당시 배가 별로 안고파서 먹지는 못했습니다.
구 일본우선 오타루점
예전에 운행했던 오타루 철도에 관련된 관광지인것 같은데, 눈 때문인지 휴업하길래 외부만 잠깐 구경했습니다…
이건 지나가다 그냥 건물이 멋있어서 찍어봤습니다.
오타루 운하 하류쪽에는 관광객이 엄청 많아서 발디딜틈이 없었습니다. 아래쪽 경치가 더 좋은 것도 아니던데 왜 여기에 몰려있는 걸까요?
운하에서는 이렇게 관광용으로 크루즈도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저걸 타고 앉아있기에 춥기도 하고, 딱히 끌리지도 않아서 전 스킵했습니다.
오타루 데누키코지
오타루 운하 하류쪽에는 라멘 식당이 모여있는 골목이 있습니다. 이때쯤 슬슬 배가고파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전 일본 라멘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둘러만 보고 나왔습니다.
뭔가 옛날 느낌이 나는 디자인과 좁은 골목이 신기하긴 했지만, 만들어진 관광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곳이었습니다.
구 일본은행 오타루점
여긴 옛날 일본은행 오타루점으로 운영하고 있다가 현재는 화폐 관련 박물관으로 운영하는 곳입니다. 저는 원래 박물관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어지간하면 안들어가는데, 입장료가 공짜라길래 한번 들어가봤습니다.
과거 일본 엔화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 발행된 엔화가 저정도 액수라네요.
1억엔 모형이 있어서 들어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무겁더라구요.
은행 내의 금고도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건 좀 신기했습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세계의 다양한 화폐를 보여주는 곳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는 한국 원화도 있더라구요.
구 테미야선 기찻길
아까 눈 때문에 기찻길 관광지가 휴업하는줄 알았는데, 일본은행쪽 입구로는 들어갈 수 있더라구요.
여기도 삿포로 눈 축제처럼 눈으로 이것저것 조각해놓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바닥에는 철길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만, 겨울이라 그런지 딱히 볼만한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타루는 눈 때문에 이동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염화칼슘 따위로는 해결이 안되는 것 같아서 현지인들도 저렇게 중장비를 동원해서 눈을 치우더라구요.
이제 정말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러 삼각시장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설마 저 언덕을 올라가야하는건 아니겠죠?
삼각시장
다행히 그 언덕을 오를 일은 없었습니다. 삼각시장은 오타루에서 운하 다음으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지붕이 삼각형 모양이라 삼각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신선한 수산물을 판매하는데, 시장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식당도 같이 운영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보니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뭘 먹으려고 해도 대기줄이 너무 길었습니다.
다행히 출구 쪽 식당에 대기가 없길래 그쪽으로 들어가서 먹었습니다. 연어, 연어알, 오징어회가 들어있는 덮밥인데, 맛은 있지만 가격 대비 양이 너무 적더라구요. 생맥주 한잔을 포함하면 무려 3천엔짜리 식사입니다.
다시 삿포로로
돌아올 때는 미리 예약해두었던 지정석에 앉아 편안하게 복귀했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아팠는데 이걸 서서 갔다면 엄청 힘들었을 것 같네요. 바닷가쪽 좌석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렇게 바다를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모이와야마 전망대로 이동
호텔에서 좀 쉬다가, 저녁 먹기 전 삿포로의 야경을 보기 위해 모이와야마 전망대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어제 노면전차를 보고 참 신기해했었는데, 우연히도 전망대로 가려면 노면전차를 타고 가야하더라구요. 다른 버스나 기차에 비해 엄청 신식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습니다.
노면전차의 로프웨이 이리구치 역에서 내리고 모이와산 로프웨이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이 곳을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있긴 한데, 저는 전차에서 내렸을 때 로프웨이 시간이 임박해서 엄청 뛰어갔습니다. 하필 가야하는 길도 경사가 꽤 급한 언덕이라 고생했습니다.
엄청 뛰었는데도 시간을 못맞춰서 하는 수 없이 다음편 로프웨이를 예약했습니다. 근데 가격을 보고 엄청 놀랐네요. 가는 길이 로프웨이밖에 없어서 무조건 왕복편을 구매해야하는데, 왔다갔다 하는 데만 2100엔입니다. 세상에나…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죠. 눈물을 머금고 거금을 들여 왕복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원래 로프웨이가 30분마다 한 대씩 다닌다고 했었는데, 그냥 사람 차니까 바로바로 출발시켜 주더라구요. 괜히 뛰어왔네요.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도 야경이 어느정도 보입니다.
로프웨이를 타고 나서는 모리스카라는 조그만 열차로 환승해야합니다. 환승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바로 앞이라 조금 번거로운 정도이고, 직원이 바로 앞까지 안내를 해줍니다.
모리스카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조그만 철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모이와야마 전망대
이런 고생 끝에 전망대로 올라왔습니다. 사람은 엄청 많았는데 볼게 야경밖에 없다보니 조금 심심하네요.
삿포로 도시가 엄청 크다보니 야경은 꽤 멋졌습니다.
바깥이 추워서 따뜻한 콘스프를 하나 마시면서 야경을 감상했습니다.
야경을 10분 정도 보고 다시 내려왔습니다. 갈때는 힘들어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노면전차 정거장까지 이동했습니다.
또 토리키조쿠를 갔는데, 오늘은 대기가 꽤 길었습니다.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동안 스스키노에 있는 눈 조각상을 조금 구경했습니다.
토리키조쿠
좌석을 안내받고 나서 가장 먼저 메가 사이즈 생맥주를 주문했습니다. 이정도 크기의 생맥주가 한 잔에 360엔밖에 안한다니 여기가 낙원인가 봅니다.
오늘 첫 안주로는 고기양파무침을 시켰습니다. 맛은 평범했습니다.
야키토리는 정말 싸고 맛있어요. 단돈 360엔에 두 꼬치!
메가 사이즈 레몬샤워도 주문했습니다. 전 하이볼보다 레몬샤워가 더 좋더라구요.
닭껍질 꼬치도 주문해봤는데, 술 안주로 괜찮긴 했습니다만 너무 짜더라구요.
호텔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을 들러서 술 한잔 더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트롱 제로 한정판으로 파인애플 맛이 나왔길래 한번 사봤는데, 생각보다 별로 맛이 없네요… 그냥 레몬맛이 제일 무난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삿포로에서의 둘째 날이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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