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기 (3)
셋째 날은 이곳저곳 갈 데가 많아서 조금 일찍 일어났습니다. 피곤하긴 했지만 조식을 먹어야 움직일 힘이 날 것 같아서 이것저것 받아서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조식 돈까스가 평범한 기성품 제품같은데도 엄청 맛있더라구요.
삿포로 맥주공장 견학
먼저 이날은 삿포로 맥주공장 견학 일정이 있었습니다. 홋카이도 기업인 삿포로 맥주에서는 공장 견학 코스가 마련되어 있는데, 그냥 무작정 찾아가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서 방문해야 합니다. 저는 여행 직전에 예약을 했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미리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삿포로 맥주공장은 치토세선 삿포로 비루 테이엔 역 근처에 있습니다. 치토세선이라고 하면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 시내로 들어올 때 타는 그 노선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열차는 에어포트 쾌속 열차입니다. 쾌속 열차는 중요한 몇몇 역에서만 정차하고, 나머지 역은 전부다 스킵하는데, 삿포로 비루 테이엔 역도 스킵하는 역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모든 역에 정차는 일반 열차를 타야하는데, 이 일반 열차의 개수가 정말정말 적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략 1시간에 두 대 꼴로 다닙니다.
그래서 구글 노선도로 경로를 찍어면 괴상한 경로가 나오게 됩니다. 원래라면 삿포로 역에서 에니와 역까지 에어포트 쾌속을 타고, 에니와 역에서 일반 열차를 타고 한 정거장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경로가 될 텐데, 에니와 역에서 신치토세 공항 쪽으로 가는 열차가 한참 남을 경우, 치토세 역에서 내려서 삿포로 시내 방향 일반 열차를 타는 경로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가는데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어쨌든 늦지 않게 삿포로 비루 테이엔 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역은 무인역으로 운영되고 있을 만큼 한적한 역이더라구요.
역에서 나오니 주변은 전부 공장 같은 것만 있고 길거리는 휑했습니다. 저같이 맥주 공장 견학을 가는 사람 외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길을 따라 가니 삿포로 공장을 나타내는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물류 게이트이긴 한데 차가 한 대도 안보여서 그냥 이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공장 부지가 굉장히 넓었지만, 견학 코스를 나타내는 안내문이 중간중간에 있어서 찾아가는데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투어 건물에 들어가면 직원이 예약자 이름을 확인해줍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보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한국어로 된 안내문을 주더라구요. 참, 견학비는 1000엔이고 현장에서 직접 결제하는 구조입니다.
안내문에는 이렇게 홋카이도 공장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여기가 기념 촬영을 하는 곳인가보네요. 삿포로 클래식이 홋카이도 한정 제품이라 그런지 공장 내에 이 제품이 가장 많이 보였습니다.
공장 견학은 직원분이 직접 인솔하면서 하나하나 설명해줍니다. 일본어를 못알아들어도 처음에 받은 안내문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삿포로 클래식은 홋카이도산 보리를 사용해서 만드는데, 저 캔 하나에 저만큼의 보리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설비들을 보여줬는데, 하필 이 날이 토요일이라 장비가 가동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평일에 견학하면 실제로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삿포로 클래식 맥주의 캔 디자인 변천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삿포로 클래식은 홋카이도 향토 기업인 삿포로 맥주가 홋카이도에 보답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계절별 한정 맥주도 종종 출시된다고 하네요.
이건 과거에 실제로 삿포로 맥주를 판매하던 자판기라고 합니다. 왼쪽에 저 거대한 크기의 통은 뭘까 궁금하네요.
그 다음에는 삿포로 맥주의 광고 변천사를 봤습니다. 과거에는 여성을 강조해서 광고를 한 것 같은데, 옷차림이 꼭 옛날 트로트 가수 복장인 것 같네요. 저 당시에는 저런 복장이 유행했나봅니다.
신기하게도 한국어로 된 광고지도 있더라구요. 삿포로 클래식은 한국에서 살 수 없는 맥주인데 어째서…?
견학이 끝나고 나서는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당 두 잔까지 제공해주고, 술을 못하는 사람은 무알콜 맥주나 탄산 음료를 대신 제공해줍니다.
저는 당연히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시음했습니다. 원래도 맛있는 맥주인데, 전문 직원들이 직접 관리하는 생맥주의 맛이 정말 일품이더라구요.
이렇게 눈이 쌓인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한 잔 마셨습니다.
한 잔만 마셨는데도 취기가 조금 올라왔습니다. 오늘 일정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벌써 취하면 곤란할 것 같아서 두 번째 잔은 탄산 음료를 마셨습니다.
노보리베츠로 이동
노보리베츠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특급 무로란 열차를 타야합니다. 당연히 삿포로 비루 테이엔 역에는 안서고, 치토세 역에 가야 탈 수 있습니다. 특급 무로란 열차 비용은 꽤 비싼 편인데, 저는 첫 날에 패스를 구매했었기 때문에 추가금 없이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치토세 역에 들어온 무로란 열차입니다. 신기하게도 치토세선이랑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더라구요.
무로란도 지정석 시스템이 있는데, 저는 미리 지정석 예약을 안했었기 때문에 자유석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노보리베츠가 꽤 인기있는 여행지라는 것이고, 무로란의 자유석은 2량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콩나물 시루처럼 빡빡하게 들어선 자유석에 낑겨 한시간 넘게 이동해야 했습니다.
간신히 노보리베츠 역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역이 크진 않더라구요. 올 때의 참사(?)를 피하기 위해, 노보리베츠 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복편 지정석 티켓부터 발권했습니다.
노보리베츠의 관광지는 역에서 꽤 떨어져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야 합니다. 버스 티켓은 노보리베츠 역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편도로 구매하면 350엔, 왕복으로 구매하면 640엔입니다. 티켓에 날짜 제한 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왕복편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근데 버스 티켓을 발권하는 곳이 한 군데 뿐이라, 여기서도 대기시간이 장난 아닙니다…
버스는 꽤 자주 다니기 때문에 타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많은 손님이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낑겨 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버스가 생각보다 많이 낡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노보리베츠 관광지 앞으로 갈 수 있습니다. 대략 15분~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네요.
버스 터미널에 관광 안내소가 있는데, 만약 노보리베츠 곰 목장을 방문할 계획이시라면 여기서 티켓을 미리 사는게 좋습니다. 여기서 사면 10% 할인을 해주거든요. 10%라서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입장료가 무려 3천엔이기 때문에 10%면 300엔이나 아낄 수 있습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관광지로 가는 길은 경사가 꽤 있습니다. 근데 아침식사 이후로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먹었더니 배고파 죽겠네요. 관광하기 전에 뭐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이자카야 라멘 치바
제가 이전 게시글들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전 라멘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근데 이 당시 주변을 둘러봐도 라멘집 이외에는 보이지가 않더라구요. 하는 수 없이 라멘집에 들어갔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보니 한국어로 된 메뉴판도 있더라구요. 저는 미소된장 라멘과 만두를 주문했습니다.
제가 라멘을 싫어하는 이유는 너무 짜서인데요, 이 날 먹었던 미소된장 라멘은 그렇게 짜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같이 주문한 교자도 조금 비싸긴 했지만 맛있었구요. 근데 뭐 사실 군만두는 맛없기가 힘든 음식이다보니…
식사를 마친 후에는 바로 곰 목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곰 목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로프웨이를 타고 가야합니다.
근데 로프웨이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힘듭니다.
관광 안내소에서 구매했던 티켓을 보여주면, 여기서 실제 입장권으로 교환해줍니다.
로프웨이를 타러가는 길에는 이렇게 곰과 관련된 장식품이 많이 있었습니다.
로프웨이에서 이렇게 생선을 매달고 다니는 차량도 있더라구요. 모형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곳의 로프웨이는 크기가 작아서, 한 차량당 최대 4인까지만 탑승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저는 물론 혼자탔습니다.
로프웨이를 타고 보이는 풍경은 평범하군요.
로프웨이 안에는 곰에 관련된 지식이 적혀있습니다. 차량마다 다른 내용이 적혀있는 것 같더라구요.
로프웨이를 타고 곰 목장에 도착했습니다. 곰 목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는데, 일단 먼저 보이는 가장 큰 건물에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건물은 식당, 카페, 박물관 겸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여기 식당이 있는줄 알았다면 여기서 밥을 먹을껄 그랬네요. 박물관은 곰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전망대에는 각 도시까지의 거리가 나와있었는데, 서울도 있네요!
전망대에서 어떤 호수가 내려다보였는데, 주변 풍경이 참 예뻐보여서 가보고 싶었습니다.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굿타라 호수라고 나와있는데,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어보이는 곳이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관광지인지, 평점이 꽤 높더라구요.
전망대를 보고 나오니 옆 건물에서 곰 에슬레틱이라는 공연이 있더라구요. 마침 시작 시간이 되었길래 뭔지 궁금해서 들어가봤습니다.
이런식으로 곰 쇼를 보여주는데, 솔직히 사람만 많고 별로 재미는 없었습니다.
나오고 나니까 곰 먹이 자판기가 있네요. 예전에 몇 번 해봤지만, 동물들 먹이주는 것도 은근 재밌다보니 저도 하나 구매했습니다.
이렇게 곰 용 비스킷이 10개 들어있습니다.
곰 먹이를 주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안에 들어있는 곰한테 먹이를 직접 던져주는 것입니다. 근데 곰은 상당히 귀찮음을 많이 타는 동물이라서 그런지, 정말 딱 앞에 먹이를 던져주는게 아니면 그냥 무시하더라구요. 곰이 먹지 않은 비스킷은 까마귀들이 먹는데, 그래서 이렇게 우리 안에 까마귀들이 잔뜩 모여있습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오른쪽 아래 동그란 비스킷이 보입니다. 제가 던져준 것인데, 저 정도 거리까지 던져줘도 귀찮다고 안먹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눈앞에서 먹이를 주는 방식입니다. 다만 곰이 위험한 동물이다보니 원숭이처럼 면대면으로 먹이를 줄 수는 없고, 이렇게 간접적인 방법으로 먹이를 줄 수 있습니다. 저 구멍에 먹이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반대쪽에 있는 곰한테 먹이가 가는 구조입니다.
제가 먹이를 넣어주려고 하니까 이렇게 입구로 딱 와서 먹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곰 목장인데 곰 외의 동물도 몇몇 있습니다. 오리를 키우는 곳에 가니 오리 경주를 하는 이벤트를 보여주는데, 어떤 오리가 우승할지 내기를 걸 수도 있습니다.
다람쥐를 키우는 곳도 있었습니다. 다람쥐와 곰은 무슨 관계이길래 키우는 걸까요?
곰 모양의 눈 조각상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진찍고 가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곰을 다 보고 돌아가는 로프웨이를 타러 가는데, 여기에는 홋카이도에서 살았던 아이누 족에 대한 문화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지옥계곡으로 이동
곰 목장을 다 보고 노보리베츠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지옥계곡으로 이동했습니다. 지옥계곡은 곰 목장 입구에서 도보 15분 정도의 거리인데, 가는 길이 언덕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지옥계곡으로 가는 길은 “지옥” 컨셉을 맞췄는지, 이렇게 염라대왕 느낌이 나는 신단이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사진을 보니 오른쪽 아래에 오미쿠지를 팔고 있었네요.
지옥계곡의 상징인 도깨비입니다.
지옥계곡을 가는 길에도 이렇게 증기가 나오는 분화구가 가끔 보였습니다.
드디어 지옥계곡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만 많지 구경거리는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그냥 난간에 기대서 저렇게 증기가 나오는 모습을 감상하는게 끝인 것 같네요. 유황 냄새는 덤입니다.
여름에는 지옥계곡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데, 겨울에는 눈 때문에 위험해서 그런지 등산로도 막아놓았습니다. 그래서 이 모습을 보고 나서는 더 볼게 없었습니다.
밀키하우스
지옥계곡은 15분 정도만 감상하고 그냥 내려왔습니다. 대신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체인점인 밀키하우스에 가보기로 했어요. 제가 읽었던 여행 책자에서도 홋카이도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길래 맛이 얼마나 다를까 궁금했거든요.
가격은 500엔이었는데, 맛은 일반적인 바닐라맛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했습니다. 확실히 맛있기는 한데,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발목을 잡네요. 한국에서도 5천원이면 괜찮은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다시 노보리베츠 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노보리베츠 버스 터미널로 갔습니다. 시간이 조금 늦어서 그런지 버스 배차 간격이 굉장히 기네요… 다행히 전 5시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노보리베츠 역으로 돌아오니 서서히 날씨가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삿포로 역으로 돌아가는 특급 호쿠토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이 때 시간이 아직 6시도 안되었는데, 벌써 하늘이 깜깜해졌네요.
돈키호테 스스키노점
다시 삿포로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을 먹기 전에, 미리 면세 쇼핑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스스키노에 있는 돈키호테에 방문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위스키는 제임슨입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비싼 술이 아니다보니 면세점에서 찾기가 쉽지 않은데, 마침 제가 방문한 돈키호테 스스키노 점에서 팔고 있더라구요. 이게 왠 떡인가 싶어 1L 2병을 구매했습니다.
토리키조쿠
역시 오늘도 토리키조쿠로 왔습니다. 우선 마실 것은 당연히 메가 사이즈 맥주를 시켰고, 첫 안주로는 양배추를 시켰습니다. 평소에 쳐다도 보지 않는 음식인데, 토리키조쿠에서 이게 유명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한번 시키면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고 해서 한번 시켜봤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두 번째 안주로는 치킨 난반을 시켰습니다. 후쿠오카에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시켜봤는데, 후쿠오카에서 만큼은 아니었지만 맛있었습니다. 근데 전 야키토리가 더 나은 것 같아요.
다음은 메가 사이즈 레몬 샤워와 소금 야키토리를 시켰습니다. 야키토리와 양배추가 정말 잘 어울려서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이 때쯤 잔뜩 취해서 그냥 보이는 대로 대충 골랐는데 닭가슴살 꼬치인 것 같았습니다. 생각보다 퍽퍽해서 이건 별로였네요.
마지막으로 시킨 음료수는 우롱하이입니다. 하이볼은 별로인데 이건 우롱차의 맛이 나서 먹을만 했던 것 같아요.
돌아오는 길에는 역시 세븐 일레븐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습니다. 초코 & 밀크 아이스크림인데 이것도 맛있네요.
이렇게 삿포로에서의 세 번째 날이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