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두 번째 여행기 (3)
이번 여행은 오랜만에 길게 가는 여행이라, 체력을 고려해서 일정을 세웠습니다. 하루는 가까이 놀러가고, 하루는 멀리 가는 것을 반복해서 하루 건너 하루 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날이 바로 첫 번째 빡센 일정인데요, 오늘의 목적은 4월은 너의 거짓말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네리마 구에 있는데, 성지가 조금 흩어져 있어서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코메다 커피 이케부쿠로점
이번 여행에서는 호텔 조식을 신청 안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아침을 먹어야 했습니다. 숙소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코메다 커피가 있길래 여기서 커피와 토스트로 아침을 때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셔터가 내려져 있어서 문을 닫았나 했더니, 알고보니 1층은 다른 가게였고 코메다 커피는 2층에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가면 착각하기 딱 좋은 위치였어요.
아이스 커피 1.5배 사이즈로 시키면 저렇게 배럴 같이 생긴 잔에 담아줍니다. 11시 전에 주문하면 저렇게 토스트를 하나 주는데, 생각해보면 토스트가 있어야 정가일 것 같은 가격입니다. 아이스 커피 한 잔에 700엔이거든요. 스타벅스가 530엔인데?
아침 식사를 한 후에는 이케부쿠로 역으로 가서 세이부 이케부쿠로선을 타러 갔습니다. 이케부쿠로역이 종점이라 승강장 끝이 막혀 있습니다.
먼저 네리마 역으로 왔습니다.
네리마 구립 문화 센터
네리마 역 북쪽 출구로 나가면 바로 네리마 구립 문화 센터가 보입니다. 이 건물은 애니메이션 1화에서 카오리가 바이올린을 연주한 곳으로도 나오고, 그 이후로도 종종 연주 장소로 나오는 건물입니다. 작중에서는 토와 홀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본지 꽤 오래되서 작중에서 나오는 구도로는 못찍었네요. 제가 방문했을 때는 주말이라 그런지 센터 앞에 바자회 같은 것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센터 건물 뒤 쪽은 그냥 주차장이었습니다.
여기는 1화에서 코우세이가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던 곳이네요. 찍기 전에는 몰랐는데 찍고 나니 이 곳도 나왔더라구요.
건물 옆면에는 시계가 있습니다.
주말인데 센터에서는 아무런 행사가 없는지 텅 비어있었습니다. 건물 1층에 이런 게시물만 몇 개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히카리가오카 역으로 갔습니다.
이걸 보러 온 건 아니지만, 히카리가오카 역 앞에서 뭔가 축제 같은 것을 하고 있더라구요. 단체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추던데 무슨 행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카오리가 입원했던 병원
여기에서는 사실 이걸 보러 왔습니다. 작중에서 카오리가 입원했던 병원으로 나오는 곳이었고, 실제로도 원래는 병원이었는데 제가 갔을 때는 공사 중이었습니다. (어쩐지 지도에 아무것도 안나오더라)
온 김에 히카리가오카 공원도 둘러봤는데, 축제 중이라 그런지 노점상들이 잔뜩 있더라구요. 저는 예전에 일본 축제를 보면 여기서 파는 음식을 잔뜩 먹어보려고 했었는데, 날씨가 더워서 입맛이 없기도 했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전철로도 갈 수 있는 곳이긴 한데, 전철을 타게 되면 너무 돌아가게 되서 대신 버스를 탔습니다. 일본 버스는 익숙치 않아서 혹시 놓칠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버스가 거의 1시간에 한 대 다니더라구요.
친구 A군
다음으로 방문했던 곳은 2화에서 코우세이가 귀가하다가 카오리를 만난 장소입니다. (이 장소의 명칭이 딱히 없어서 2화의 제목인 친구 A군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는 여름에 방문해서 그런지 벚꽃이 없는게 아쉽네요. 위치는 네리마타카노다이 역 근처입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네리마타카노다이 역으로 왔습니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만 가면 오이즈미가쿠엔 역이 나오는데, 이 근처에 방문해야할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병문안가는 코우세이
오이즈미가쿠엔 역에서 북쪽으로 나가다보면 미용실이 나옵니다. 코우세이가 카오리의 병문안을 가는 길에 지나치는 곳으로 나옵니다.
오이즈미가쿠엔 길
물론 저 미용실 하나 보려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죠. 그 미용실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1화에서 카오리가 등교하는 길이 나옵니다. 저 오른쪽에 네모난 구멍이 송송 나있는 벽을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 장소는 식당인데, 굉장히 애매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1km 정도 걸어야 하는데, 주변 주택가 풍경을 감상하면서 걸었습니다.
Butcher’s Table
여기는 츠바키가 선배랑 같이 데이트하던 햄버거 가게입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저도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 가게가 주변에서는 꽤 맛집인지, 현지인들도 많고 서양에서 온 관광객들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가게에 에어컨을 틀고 있긴 했지만, 수제 햄버거를 조리하는 곳이다보니 상당히 더웠습니다. 저는 자리를 안내받고 대표 메뉴인 부챠 버거 세트와 콜라를 주문했습니다. 보통 버거 세트를 시키면 콜라가 포함되는데, 여기는 콜라가 별도라고 하네요.
버거를 시키면 종이 같은 것을 주는데, 이렇게 햄버거를 싸 먹는 용도입니다. 내용물이 상당히 풍성하네요! 감자튀김도 바삭바삭해서 아주 맛있었습니다. 다만 가격이 햄버거 세트 치고는 꽤 비쌉니다. (1950엔) 저는 중학교 때 이렇게 비싼 가게를 와본 적이 없는데 츠바키는 금수저인가보군요.
오이즈미가쿠엔 역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다시 오이즈미가쿠엔 역으로 돌아왔는데, 역 안에서 재밌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아까는 못봤던 곳인데, 아톰과 은하철도 999, 그리고 내일의 죠 동상이 있었습니다. 이 역 근처에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하던데,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이즈미가쿠엔 역에서 한 정거장만 가면 호야 역이 나옵니다.
Tip top Hoya
호야 역 바로 아래쪽에는 Tip Top Hoya라는 미용실이 있습니다. 이 곳은 작중에서 카오리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빵집으로 나옵니다.
Arcachon
호야 역 북쪽에는 코우세이가 병문안 가는 길에 카오리가 좋아하는 카넬레를 사러 들렀던 빵집이 있습니다. 여기는 실제로도 빵집으로 운영되고 있고, 실제로도 카넬레로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카넬레 맛좀 보려고 갔는데요, 가보니 카넬레가 다 팔려서 없다고 합니다… 워낙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카넬레 맛을 보려면 오전에 방문해야할 것 같습니다.
다음 방문하는 곳은 가장 가기 애매한 곳에 있는 장소입니다. 네리마 구 안쪽에 있어서 근처를 지나는 전철은 한 개도 없고, 히바리가오카 역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간 다음 약간 걸어야 하는 구석에 위치해 있습니다.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그래도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와볼까 싶어서 방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에도리 다리
마에도리 다리는 코우세이가 (또) 귀가하다가 꼬마들하고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카오리를 마주친 장소입니다. 잠깐이지만 꽤 임팩트 있는 장면이라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작중에서는 이렇게 다이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강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깊이가 30cm는 될까 싶을 정도로 얕은 하천입니다. 이런 곳에서 다이빙을 하다가는 목이 부러지겠네요.
다시 히바리가오카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구경한 시간보다 왕복하는 시간이 더 들었네요.
다음 장소는 카미샤쿠지이 역 근처인데, 전철로 한번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또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진짜 주택가라서 아무것도 없지만
근처 철길을 따라 가면 됩니다.
마지막화 건널목
철길을 따라가다보면 자그마한 건널목이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마지막화에 나오는 그 건널목입니다. 이 장면의 여운이 정말 강하게 남아서 여긴 꼭 가야겠다 싶었는데, 실제 모습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는 않더라구요…
반대 쪽에서도 찍어봤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좁은 건널목입니다. 차는 못들어가고 사람만 지나갈 수 있어요.
그 건널목에서 옆으로 가면 코우세이가 콩쿠르에서 탈락하고 뛰어가던 그 길이 나옵니다. 철길 함 달려?
La Primeur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3화에서 코우세이와 카오리가 데이트했던 와플집입니다. 여기도 가는 길이 애매해서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두 사람은 여기서 사과 카라멜 와플을 먹었었죠. 작중에는 가게 안에 피아노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피아노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영업중이었습니다만, 오늘은 카페 영업을 안한다고 해서 가게 안에서 먹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오늘 정말 되는 날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혹시 가게 밖 테이블에서 먹어도 괜찮냐고 하길래 안먹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밖에서 먹었습니다. 옆 도로에 사람들도 지나다녀서 쪽팔리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먹어봤다는 거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와플이 엄청 맛있긴 하더라구요.
여담으로 시간에 따른 물가 상승을 체감하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이 2014년 작품이었는데 그 당시 드링크 포함 세트가 800엔으로 나왔는데, 제가 방문할 당시에는 커피 포함 1991엔이었습니다. 딱 10년이 지났는데 물가가 이렇게 올랐네요.
와플까지 먹고 다시 오이즈미가쿠엔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었는데 버스가 하도 안와서 그냥 걸어갔어요. 버스가 무슨 30분에 한 대씩 다니더라구요.
토리키조쿠 이케부쿠로점
숙소에 돌아와서 좀 쉬다가 저녁 겸 술 한잔을 하러 나왔습니다. 어제 저녁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오늘만큼은 실패하고 싶지 않아 안전빵인 토리키조쿠로 갔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웨이팅이 상당히 있었지만 지난 삿포로 여행 때 워낙 맛있게 먹어서 그냥 기다렸습니다.
가장 먼저 메가 사이즈 생맥주와 양배추를 시켰습니다. 평소에는 양배추를 쳐다도 보지 않는데 여기만 오면 왜이렇게 맛있는지
일단 야키토리 두 세트를 주문하고 열심히 먹었습니다.
하루종일 돌아다녔더니 끊임 없이 들어가더라구요. 레몬 사워도 시키고 야키토리도 더 시켰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서 스트롱제로와 조각 케익도 사서 들어갔습니다. 오늘 열심히 관광했으니 이 정도는 먹어도 괜찮겠죠? (스포 : 여행 끝나고 3kg 찜)
이렇게 도쿄에서 세 번째 날이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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