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의 5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의 배경인 치바 시로 갈 예정입니다.

이케부쿠로에서 치바 시까지는 1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아침은 간단하게 어제 편의점에서 사온 디저트로 때웠습니다. 딸기 푸딩인 것 같은데 식감이 오묘했습니다.

이케부쿠로에서 치바까지 한번에 가는 열차는 없습니다. 어떻게 가더라도 지하철 한번 타고 전철로 갈아타야 하는데, 어차피 지하철을 탈꺼면 패스를 끊는게 이득이지 않나 싶어서 패스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도쿄 서브웨이 72시간 티켓입니다! 72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도쿄 내의 지하철을 탈 수 있는데, 가격이 단돈 1500엔입니다. 지하철의 기본요금이 200엔 정도니까 하루에 두 번 정도만 왕복해도 쉽게 본전을 뽑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 전 못뽑았습니다 ㅠㅠ)

저는 이케부쿠로역부터 신키바역까지 유라쿠초선을 타고 간 뒤, 신키바역에서 케이요선을 탔습니다. 아침인데도 왜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가 했는데 보통 이 열차를 타고 디즈니랜드로 간다고 하네요.

카이힌마쿠하리 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근처에 마쿠하리 멧세가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만 저는 성지순례를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그쪽으로는 갈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역에 나오자마자 이런 야구 조형물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야구로 유명한 곳인가 싶어서 알아보니, 여기가 치바 롯데 마린즈라는 야구팀의 홈 경기장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하나마루 우동

아침에 푸딩 한 개 먹고 나오니까 치바에 도착할 때 쯤 배가 엄청 고파졌습니다. 도착한 시간이 점심을 먹기에는 너무 애매해서 간단하게 때우려고 하는데, 이럴 때 가장 좋은 음식이 바로 우동입니다. 허기를 채우기도 좋고 우동으로 채운 배는 금방 꺼지거든요.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마침 카이힌마쿠하리 역 앞에 있는 쇼핑몰에 우동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우동 가게는 주문 방식이 조금 특이했는데요, 쟁반에 원하는 튀김을 가지고 간 뒤 계산하기 전에 면의 양을 말하는 것으로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양을 고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다만 맛은 그냥 평범한 우동이었고, 맛과 가성비 모두 오니얀마 우동이 한 수 위였습니다.

치바현립 마쿠하리 해변공원

식사를 한 뒤에는 치바현립 마쿠하리 해변 공원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저 뒤에 보이는 두 건물은 애니에서 본 것 같은데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평일이라 그런지 공원에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 느긋하게 산책했네요.

마쿠하리 베이타운

마쿠하리 현립공원을 지나면 고급 아파트 단지가 하나 보입니다. 여기가 작중에서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집으로 나온 곳인데, 부잣집 딸이라는 배경이라 그런지 실제 아파트도 진짜 비싸보였습니다.

정확한 아파트의 이름은 Central Park East Makuhari Park Tower 라고 합니다.

주차장에서는 온갖 비싼 외제차가 잔뜩 보였습니다. 일본에서 일본차를 가장 보기 힘든 곳이 여기 아닐까요?

집구경(?)까지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버스를 탔습니다.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긴 한데 오늘 많이 걸을 예정이라 체력을 아끼기로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해안가 쪽으로 갈 수가 있는데요, 여기가 어디냐면…

미하마 대교

미하마 대교입니다. 작중에서 하치만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고민에 빠졌을 때 시즈카 선생님이 하치만을 데리고 와서 상담을 해주던 장소입니다.

작중에서는 그냥 지나가는 다리로만 나왔는데 실제 장소에는 벤치가 있더라구요. 그리고 도로에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라 애니에서처럼 저렇게 자동차를 세워두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미하마 대교를 본 뒤에는 바다를 따라 쭉 걸으며 다음 성지순례 스팟까지 걸어갔습니다. 오랜만에 바다 구경도 하고 좋네요!

지나가다 자판기가 보이길래 저도 하치만처럼 MAX 커피나 마셔볼까 했는데 MAX 커피를 파는 자판기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_- 치바 특산품이라면서 이게 맞나? (스포일러 : 결국 치바에서는 못찾았는데 이케부쿠로 역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찾음)

이건 지나가다 조각상을 봐서 찍어봤는데 뭔가 잘찍힌 듯한 느낌이 드네요.

Brioche Dorée

바닷가를 따라 걷다보면 이나게 해변 공원이 나오는데, 이나게 해변 공원 끝 쪽에 이렇게 생긴 건물이 있습니다. 카페로 쓰이는 건물인데 이 날은 정기 휴일인 것 같았습니다.

이 곳은 애니메이션 마지막화에서 하치만과 유키노가 버블티를 마시면서 데이트하는 곳으로 나왔었습니다.

이제 역내청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고등학교로 가야하는데, 30분이나 걸어야 하네요…

공원이 얼마나 큰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한 명조차 안보여서 더 지루하네요.

지나가다 수목원처럼 생긴 건물이 보여서 사진 찍어봤습니다.

치바 현립 이나게 고등학교

애니메이션에서 등장인물들이 다니던 고등학교의 실제 모델입니다. 제가 방문할 당시에는 한창 공사중이였는데, 공사 전에는 완전히 똑같았다고 합니다. 방학 중이라 그런지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치바시 커뮤니티 센터

이나게 고등학교 근처에서 조금만 가다보면 커뮤니티 센터가 나옵니다. 작중에서 이웃 고등학교와 회의할 때마다 사용했던 장소로 나오는데요, 하필 이 때부터 비가 내려서 고생 좀 했습니다. 우산은 있었습니다만 소나기가 미친듯이 내려서 신발 안쪽까지 다 젖어버렸어요.

이온 마린피아

여기도 작중에서 종종 나오던 곳이었습니다. 기억나는 장면으로는 하치만이 유이, 유이 엄마와 함께 장을 보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보통 애니메이션에서 나올 때는 실제 장소의 이름을 좀 변형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이온 마린피아라는 이름이 그대로 나왔네요.

St.Marc Cafe

마린피아 안에는 St.Marc Cafe라는 카페 체인점이 있습니다. 카페이긴 한데 여기서 파는 초코빵이 꽤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여기도 브랜드 이름이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나왔네요. 여담으로 저는 여기 로고를 보고 가게 이름이 CHOCO CRO 인줄 알았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하치만이 케이타에게 줬던 초코빵이 있길래 그 빵과 커피, 그리고 다른 빵 하나를 더 주문했습니다. 가게 이름답게 대부분의 빵에 초코가 들어있더라구요. 빵 가격도 편의점 빵 가격과 큰 차이가 안나고, 필요하면 데워주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페에서 쉬다가 다시 성지순례 좌표를 가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이나게카이간 역부터 쭉 돌 예정입니다.

이나게카이간 역 옆에는 사이제리야가 있는데, 작중에서 뭔가 회의를 할 때면 종종 오는 곳으로 나옵니다. 여기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방금 카페에서 빵 먹은거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 스킵했습니다.

또 걸어야 합니다…

걷다보면 이나게카이간 공원이 나오는데, 여기 볼 건 없구요,

이나게 육교

바로 이곳을 보기 위해 왔습니다. 후반부에 하치만이 유키노에게 고백하던 장소인데 워낙 성지순례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보니 구글 후기도 많이 보입니다. 다만 딱히 볼 거리가 있는게 아니라 애니를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굳이 올 필요는 없는 곳이긴 합니다.

작중에서 하치만이 자전거를 끌고 가는데, 실제 육교에서도 자전거를 끌고 갈 수 있도록 경사로가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하치만이 유키노를 붙잡을 때 배경으로 나온 곳입니다. 사진을 잘 찍어서 그런지 싱크로율이 엄청나네요.

유키노가 하치만에게 안기는 장면의 배경 부분인데 제가 반대쪽을 찍었나 봅니다.

육교까지 구경했으니 볼건 다 봤고, 이제 전철역으로 돌아가야하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럴 때 쓰려고 힘들게 돈 번게 아닐까 싶어서 그냥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 영어가 하나도 없어서 구글 지도를 보면서 잔뜩 긴장했습니다.

다행히 무사히 이나게카이간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케이요선을 타고 도쿄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에 창 밖을 구경하다가 디즈니랜드가 보여서 찍어봤습니다. 이번에는 혼자 여행와서 디즈니랜드 구경을 못했지만, 나중에 친구나 여자친구와 함께 도쿄를 오게 된다면 꼭 가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디즈니랜드 안에 모노레일까지 있군요.

미도리 스시

돌아오는 길에 또 미도리 스시를 들렀습니다. 싸고 맛좋은 데다 위치도 숙소랑 엄청 가까워서 배고프면 오기 딱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8피스를 주문했구요

다음에 6피스를 또 주문했고

마지막으로 4피스를 또 주문했습니다.

이렇게 먹었는데도 2300엔 정도밖에 안나왔습니다!

이자카야 라쿠유

스시를 맛있게 먹고 숙소에서 낮잠좀 자다가 저녁에 배가 고파져서 어제 그 이자카야에 또 갔습니다.

여기 병맥주 중에 아카스타(빨간별)라는 맥주가 있어서 시켜봤는데, 삿포로 맥주더라구요. 이게 기린 맥주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오늘의 오토시 안주는 숙주볶음이네요. 당근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일단 어제 먹었던 가라아게를 또 주문했구요

사케도 함 마셔줬습니다.

가라오케바 ATARAS

이자카야에서 한 잔 걸치고 나왔지만 그냥 숙소에 들어가기 좀 아쉬웠습니다. 시간도 자기에는 이른 시간인데다 아까 낮잠을 자서 잠이 잘 안왔거든요. 다른 이자카야나 갈까 하다가 가라오케바 라는 곳에 가보고 싶어서 구글 지도에서 찾아봤습니다. 마침 숙소 근처에 평점이 좋은 가라오케바가 있길래 한번 가봤어요. 가라오케바는 말 그대로 바 안에 가라오케가 있는 술집입니다.

가라오케바는 어떻게보면 메이드바와 비슷합니다. 시간당 요금이 있고 술 값은 별도로 된 구조입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은 손님을 위해 가라오케 비용은 별도로 받는데, 2천엔을 추가하면 가게에 있는 동안 무제한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혼자 계속 부르면 눈치보이겠죠)

가게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가게 중앙에 큰 모니터가 있어서 그쪽에 가사가 나오고, 좌석에 앉은 손님들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하면 종업원이 예약을 해주는 구조입니다. 저도 술 마셔서 그런지 흥이 나서 가라오케를 추가하고 일본 노래 몇 곡을 불렀습니다.

종업원한테 괜찮은 술 추천해달라고 하니까 우메보시 하이를 추천해주던데 엄청 시큼해서 별로였습니다 -_- 그 뭐지, 홍초에 술 섞은 맛이 납니다.

그래서 그냥 나중에는 레몬 샤워나 시켰습니다.

가라오케바는 재밌긴 했는데 오래 있기에는 금전적으로 엄청 부담이 되네요. 저는 두 시간 놀았는데 6천엔이나 나왔습니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이자카야에서 마시는 술은 별로 취하질 않아서 또 편의점에 들러서 스트롱하이와 조각 케익을 사왔습니다. 자기 전에 한 잔 하면서 유튜브 보면 꿀맛~

이렇게 도쿄에서 다섯 번째 날도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ags:

Categories:

Updated: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