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두 번째 여행기 (7)
작년에 도쿄에 왔을 때 청춘 돼지 성지순례를 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아쉽게 에노시마에 들어가보질 못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 에노시마에 다시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에노시마만 보기에는 시간이 좀 남을 것 같아, 돌아오는 길에 잠깐 요코하마도 들를 예정입니다.
이케부쿠로에서 에노시마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아침은 전날 편의점에서 사둔 케이크로 간단하게 때웠습니다. 어차피 점심은 좀 푸짐하게 먹을 예정이라 대충 때우기로 했습니다.
아쉽게도 이케부쿠로에서 에노시마까지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은 없습니다. 찾아보니 가장 빠른 교통편은 쇼난-신주쿠 라인을 타고 오후나 역으로 간 다음에, 쇼난 모노레일로 환승하는 것이라고 나왔습니다.
쇼난-신주쿠 라인을 처음 타봤는데, 열차가 생각보다 엄청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1시간도 안지나서 오후나 역으로 왔습니다.
옆 승강장을 보니 오후나에서 치바까지 가는 열차가 있네요.
쇼난 모노레일 탑승장은 오후나 역의 동쪽 출구 부근에 있습니다.
일본은 환승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쇼난-신주쿠 라인을 먼저 나간 다음에 다시 IC 카드를 찍고 모노레일 탑승장으로 가야합니다. 환승 할인? 그 딴건 일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후지사와 역으로 간 다음에 에노덴을 타고 가도 됩니다만, 에노덴은 작년에 타보기도 했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별로입니다. 느리기도 하구요. 쇼난 모노레일은 오후나역에서 에노시마까지 15분 정도면 가는데다 사람도 없어서 널널합니다. 바깥 풍경도 나쁘지 않아요.
쇼난 에노시마 역에 도착했습니다. 달랑 열차 하나 들어오는데 역사가 5층짜리 건물입니다. 역사를 잘 활용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뭐하러 이렇게 크게 지은 걸까요?
쇼난 모노레일 역 출구로 나오면 바로 눈앞에 에노덴 에노시마 역이 보입니다.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쇼난 모노레일이든 에노덴이든 에노시마 역이 에노시마에서 상당히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가다가 뭔 조각상을 봤는데 사람들이 여기서 사진을 열심히 찍길래 저도 한 장 찍어봤습니다.
카타세에노시마 역입니다. 에노시마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데 로망스카 같은 특급 열차가 아니면 도쿄에서 한 번에 가는 열차가 거의 없습니다.
스키야키 치카요
점심은 카타세에노시마 역 근처에 있는 스키야키 가게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맛집인데, 제가 딱 에노시마에 도착하는 시간에 가게가 오픈해서 거의 첫 빠따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가게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격이 어느정도인지 잘 몰랐는데 저는 스키야키가 이렇게 비싼 음식인줄 몰랐습니다. 손이 벌벌 떨렸지만 라지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한국인 손님도 많이 오는지 한국어로 된 설명문도 주더라구요.
고기를 굽기 전에 어떤 고기인지 보여주는데, 양이 많아보이지만 고기가 얇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다행히 비싼 돈을 내는 만큼 직원이 직접 앞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시스템입니다. 그냥 굽는게 아니라 소금이나 양념장을 뿌리면서 조리를 해주시더라구요.
고기를 굽는동안 제 밥상이 나왔습니다. 주문할 때 밥 양과 된장국 양을 얼마나 원하는지 물어보는데, 고기 양이 적다보니 저는 둘다 많이 달라고 했습니다. 계란 같은 경우에는 고기가 익는 동안 제가 직접 노른자를 풀어야 합니다.
고기가 다 익으면 직원이 노른자 푼 물에 직접 올려줍니다. 익은 고기와 노른자를 잘 묻혀서 먹으면 되는데, 맛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밥 양을 많이 달라고 안했으면 부족할 뻔했어요. 생각보다 고기 양이 많이 적더라구요.
에노시마 섬
식사를 마치고는 에노시마 섬으로 들어갔습니다. 섬 입구부터 새를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네요.
육지와 에노시마 섬을 이동하는 다리가 있는데, 이 길이 꽤 긴 편입니다. 여기를 왕복하는 버스도 있긴 한데, 저는 점심 먹은거 소화도 시킬겸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드디어 에노시마 섬데 도착했습니다. 섬 입구부터 가게가 엄청 많네요.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에노시마 섬 입구와 비슷합니다.
에노시마 관광지는 산이라서 이렇게 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만, 이 날씨에 계단으로 산을 등반하는 것은 자살 행위겠죠.
그래서 이렇게 에스컬레이터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계단으로 올라가기 힘들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는 것으로 나오죠.
다만 에스컬레이터가 공짜가 아닙니다! 에스컬레이터는 총 3구간이 있는데, 전 구간을 타기 위해서는 360엔을 내야합니다. 그런데 에노시마까지 와서 씨 캔들에 올라가지 않을리는 없으니 사실상 700엔짜리 셋트를 사야겠죠.
근데 전 실수로 1100엔짜리 원 데이 패스를 사버렸습니다 -_- 씨 캔들 세트에 에스컬레이터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을 모르고 따로 구매하는 줄 알아버렸지 뭡니까. 여러분은 꼭 700엔만 내고 티켓을 사시기 바랍니다.
에스컬레이터 안은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서 매우 시원합니다. 에스컬레이터 안에서 심심하지 않게 뭔가 볼 수 있게 만들어놨네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에노시마 신사가 나옵니다.
청춘 돼지 애니메이션에서 사쿠타와 토모에가 이 신사에서 기도를 했었죠.
신사라면 오미쿠지를 당연히 팔고 있겠죠? 저도 원래 살까 했는데 오미쿠지가 종류별로 3개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누어 파니까 오히려 너무 장삿속이 느껴져서 사기 싫어지더라구요. 심지어 한 군데서만 파는 것도 아니고 곳곳에서 이걸 팔고 있었습니다.
신사 주변에는 이렇게 정원이 있네요.
다음 에스컬레이터를 타러 가는 길에 조그만 연못을 봤는데, 여기 자라가 엄청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연못이 욕조 정도 크기로 밖에 안보였는데 대체 뭘 먹고 사는 걸까요?
두 번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나니 또 다른 건물들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에스컬레이터입니다.
끝까지 올라오고 나니 씨 캔들로 가는 길에 정원이 보였습니다.
원래 여기도 요금을 받는 것 같은데, 무슨 이벤트가 있는지 무료 입장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저도 온 김에 들어가봤습니다.
정원 안에는 카페도 있었는데 이렇게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에노시마 씨 캔들
딱히 오래 볼 곳은 아닌 것 같아서 씨 캔들로 왔습니다. 전망대가 높긴 한데 당연히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꽤 좋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나면 계단을 타고 한 층 더 올라갈 수 있는데, 날씨만 괜찮으면 그 쪽에서 보는 풍경이 더 좋습니다.
씨 캔들까지 보고 내려가는 길에 한국과 관련이 있는 듯한 탑이 보였습니다.
한국어로 된 설명도 있긴 한데, 하필 세로쓰기로 쓰여져 있어서 보기가 힘드네요.
더워서 뭔가 마시려고 했는데, 이 근처에 있는 카페들은 왜 다 외부에 테이블을 놓고 장사를 하는지… 전 시원하게 에어콘 바람을 맞으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냥 섬을 내려와서 다른 곳을 가기로 했습니다.
TSURUYA
다행히 에노시마 섬을 내려오면서 실내에 있는 카페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가게 분위기상 약간 비싸보이긴 했지만 너무 더워서 쉴 겸 그냥 들어갔습니다.
이 가게는 아포가토 전문 가게인 것 같았습니다.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커피 가격은 770엔 정도였는데 관광지임을 고려했을 때 납득할 만한 가격인 것 같습니다. 맛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사히 본점
카페 근처에는 에노시마에서 유명한 타코센베를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에노시마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에서 항상 나오던 간식인데,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저도 사봤습니다.
타코센베는 1개에 500엔으로 생각보다 비쌉니다.
구입 방법은 자판기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음식과 교환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줄은 꽤 길지만 금방금방 빠집니다.
기다리는 동안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듣기로는 1톤의 무게로 문어를 누르는 음식이라는데 받아보면 상당히 딱딱합니다. 맛은… 그냥 문어 맛이 나는 뻥튀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신기해서 먹어보는거지 맛있어서 먹는 음식은 아닌 것 같아요.
봇치 더 락에서도 사먹었었고
청춘 돼지에서도 이렇게 사먹었습니다.
에노시마에서 요코하마로
에노시마 관광이 끝나고 다시 쇼난 에노시마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요코하마에 들렀다 갈건데, 일단 오후나 역까지 가야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오후나 역에서 네기시선을 타고 가면 요코하마에 있는 사쿠라기초 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걸로 나오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쿠라기초 역을 나오면 바로 앞에 요코하마 에어 캐빈이라는 케이블카가 보입니다. 미나토미라이를 걸어서 갈 수도 있지만 이걸 타고 가는게 훨씬 낫습니다.
케이블카 요금이 억소리나게 비쌉니다. 5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편도 요금이 무려 천 엔입니다! 왕복으로 끊으면 조금 할인해주긴 하지만… 저는 다시 사쿠라기초 역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서 편도로 끊었습니다. 케이블카 내부에서 보는 풍경은 나름 괜찮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놀이공원 같은 것이 보입니다. 더워서 그런지 사람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Anniversaire Cafe
다만 제가 갈 곳은 놀이공원이 아니라 이곳이었습니다. 청춘 돼지에서 나왔던 장소였거든요.
느낌으로 봐서는 일반적인 카페가 아니라 예식장 같았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실제로 예식장으로 쓰는 건물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커피든 음식이든 가격이 참… 예식장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비쌌습니다. 말차 디저트 하나가 2만원 가까이 하네요…
그래서 그냥 커피 한 잔만 마셨습니다. 아이스 커피도 한 잔에 무려 990엔입니다.
고등학생이 이런데서 데이트하다니 사쿠타는 돈이 많나 보군요.
커피를 마시고 주변을 돌아보니 어디선가 많이 보던 건물들이 보였습니다. 분명 어떤 애니에서 봤던 것 같긴 한데 무슨 애니였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고층 건물이 즐비한 곳 한쪽에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보였는데, 놀이공원에서 운영하는 테마파크 비슷한 곳 같았습니다.
요코하마도 대충 둘러봤으니 이케부쿠로로 돌아가려고 가장 가까운 역인 미나토미라이 역으로 왔습니다. 신기하게 역이 백화점 건물 지하에 있는데,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는 동안에 저렇게 열차가 보입니다.
미나토미라이선은 요코하마의 지하철이다보니 저는 이걸 타고 요코하마 역으로 간 다음에 이케부쿠로로 가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 이 역에서 이케부쿠로로 가는 직통 열차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무려 2구간 자동 환승 열차입니다… 심지어 여기서 이케부쿠로까지 50분이 채 걸리지 않네요. 일본의 열차 시스템은 참 신기합니다.
미도리 스시
하루종일 이곳저곳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파졌습니다. 전 한 군데 꽂히면 그 곳만 가는 스타일이라 오늘도 이케부쿠로 역에 있는 미도리 스시로 갔습니다. 평일이다보니 웨이팅이 없는게 좋았습니다.
이 날도 여러 초밥을 아주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집 근처에도 이런 곳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네코 노 오카
이 날 저녁에는 다시 네코 노 오카로 갔습니다. 제가 작년에 봤던 스태프가 있었는데, 오늘 출근한다고 연락을 받아서요. 1년 만에 보는거라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달려갔습니다.
생맥주로 시작을 하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생맥주 기계가 고장이 났다고 해서 대신 일본주로 시작했습니다.
여기 오는 손님들 중에 가끔 스태프에게 먹을걸 사다주는 손님들이 있는데, 이 날엔 양갱을 선물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양이 많아서 저한테도 좀 나눠줬어요. 홋카이도 특산 양갱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먹어봤던 양갱하고 맛의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뭘 마실까 하고 메뉴판을 보다가 한국에서 왔다는 경월이라는 술을 봤습니다. 한국에서 온 술이라는데 처음 들어봐서 이게 뭐냐고 했더니 스태프가 병을 보여줬는데요,
병을 보여줬는데도 태어나서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술이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수출 전용으로 판매하는 술이라고 하더라구요.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주문해봤는데 솔직히 처음처럼하고 뭐가 다른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맛이 궁금하시면 그냥 이렇게 온더락으로 소주를 드셔보시면 비슷한 맛이 날 것 같습니다.
얼음에 탄 소주를 880엔 내고 마셨더니 기분이 좋지 않아 스태프에게 술을 추천받았는데, 일본주를 우롱차에 타먹으면 맛있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주문해봤습니다. 확실히 소주보다는 낫네요. 그리고 똑같은 가격으로 우롱차가 추가되니까 뭔가 이득(?) 본 느낌?
제가 만났던 스태프는 올해 대학교 4학년이라 내년부터는 근무를 안할 것 같다고 하네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으로 보는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같이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 친구가 졸업하기 전에 도쿄에 한 번 더 가서 만나고 싶네요.
이렇게 도쿄에서 일곱 번째 날이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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