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일본의 시골에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여행 전 도쿄 근교를 조사하다가 마침 괜찮은 장소가 있어서 이번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도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쵸시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은 애니메이션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의 배경인 어촌 마을입니다. 도쿄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적당한 거리인 것 같아서 이곳으로 결정했습니다.

쵸시는 소부 본선의 특급열차인 시오사이를 타고 갈 수 있습니다. 시오사이는 도쿄역이 종점이기 때문에 우선 도쿄역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이케부쿠로에서 마루노우치선을 타면 도쿄 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특급열차는 발권방식이 독특한데, 운행요금과 좌석요금을 별도로 받습니다. 운행요금만 내고 탈 수는 있으나, 자유석이기 때문에 만약 지정석을 발권한 사람이 있으면 자리를 비켜줘야 합니다. 저는 이 열차의 손님이 어느정도인지 몰라서 지정석 티켓을 구매했는데, 나중에 타고 보니 생각보다 이 열차를 이용하는 손님이 적어서 주말인데도 자리가 굉장히 널널했습니다. 왕복권으로 끊어버린게 조금 아쉽네요.

시오사이는 도쿄역 지하에서 출발합니다. 참고로 탑승 장소가 나리타 익스프레스와 동일한 장소입니다.

시오사이 열차는 나리타 익스프레스와 동일한 열차를 쓰기 때문에 NEX 로고만 빼면 똑같습니다.

목적지를 알리는 전광판에 쵸시라고 적혀있습니다.

탑승하기 전에, 일본에서 기차를 타면 꼭 에키벤을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도쿄역에서 파는 에키벤을 사왔습니다. 도쿄역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워낙 많다보니 팔고 있는 에키벤의 종류가 엄청 많았는데요, 그 중 나고야의 특산품인 야바톤에서 에키벤을 팔고 있길래 그걸 사왔습니다. 미소카츠는 좀 짜긴 했지만 돈까스 고기만 따지면 야바톤 돈까스가 제일 맛있었거든요.

치바역을 지나고 나서는 금세 시골 같은 풍경이 나옵니다. 같은 치바 현인데도 도쿄에서 멀어질수록 급격하게 분위기가 달라지네요.

2시간 정도 달려서 쵸시 역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려고 하는 곳은 쵸시역에서 쵸시 전기철도를 타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쵸시 ~ 토카와

쵸시 전기철도의 탑승장은 쵸시 역 바깥으로 나가지 말고 옆 플랫폼으로 건너가면 됩니다.

쵸시 전기철도 초시역의 승강장은 JR에 비해서 굉장히 초라합니다. 왜 그렇냐면 여긴 일본에서 재정이 부족하기로 유명한 철도 회사거든요.

게다가 여긴 스이카나 파스모같은 교통 카드 사용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현금으로 승차권을 구입해야 합니다.

플랫폼에 가니 금방 쵸시 전기철도의 열차가 도착했습니다. 왜냐하면 쵸시 전기철도에서 시오사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시간표를 짰거든요.

승차권은 별도의 매표소가 있는게 아니라 열차 내에서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팝니다. 저는 몇 번이나 탈지 모르겠지만 1일권을 끊는게 편할 것 같아서 1일권을 끊었습니다. 1일권의 가격이 700엔인데, 쵸시역에서 종점인 토카와역까지 편도로 350엔이기 때문에 한 번만 왕복해도 본전입니다.

종점인 토카와 역에 도착했습니다. 플랫폼이 쵸시역보다 더 초라하네요.

그런데 토카와 역의 역명을 보시면 토카와는 부역명으로 되어있고, 본 역명은 아리가토우(고마워)로 되어 있습니다. 왜 이렇냐면 이 회사가 돈이 없어서 역명을 돈받고 팔았거든요. 그런데 역명을 산 사람도 재미로 산건지, 뭔가 홍보하려고 이름을 지은게 아니라 그냥 아리가토우로 지어버렸습니다.

토카와 역에 조그마한 매점이 있는데 이 회사에서 만든 과자들을 팔고 있습니다. 하도 돈이 없다보니 회사에서 철도 운영으로 난 적자를 음식 판 돈으로 메꾸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 지역의 특산물인 고등어를 이용한 도시락도 팔았다고 하네요.

역에서 정기권도 팔고 있었습니다. 쵸시 역까지 6개월간 왕복하는데 60만원이 좀 넘네요. 근데 솔직히 이 돈 내고 정기권을 살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열차 배차간격이 2시간 정도라 한 번 놓치면 타기 어려운데다, 각 역간 거리도 긴 편이 아니고 열차 속도도 그렇게 빠른게 아니거든요. 심지어 쵸시 역까지 빙 둘러서 노선이 나있기 때문에 경로도 비효율적입니다. 제가 이 지역 주민이라도 저거 60만원 내고 정기권을 끊느니 그냥 자전거 타고 갈거 같아요.

토카와 역 한 쪽에서는 옛날에 운영하던 열차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 안 쪽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는데, 현재는 외부만 구경할 수 있고, 내부는 창문을 통해서 살짝만 볼 수 있습니다.

토카와 역을 나와서 찍어봤습니다. 한 눈에 보시더라도 굉장히 작아보이죠?

토카와마치

바다 쪽으로 천천히 걷는 동안 주변을 구경했는데, 웬 박물관 같은게 있더라구요? 어촌 마을이다보니 수산 관련해서 전시해놓은 것 같은데 딱히 관심이 없어서 보진 않았습니다.

마을에서는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보입니다. 주택 분위기는 정말 시골 분위기가 나서 좋았는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질 않더라구요.

바다에 도착하고 나니 관광객을 위한 촬영용 스팟이 보였습니다.

어촌 마을이다보니 저렇게 어선이 정박해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타코마루

바닷가를 따라 걷다가 식당 하나를 봤습니다. 에키벤을 너무 푸짐하게 먹어서 배는 별로 안고팠지만, 이런 로컬 지역에 오면 로컬 식당을 한 번 가봐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로컬 식당이다보니 당연히 영어나 한국어 메뉴는 없습니다. 사시미 정식이 1100엔이라고 나오는데 일본의 회 정식이 어떨지 궁금해서 이걸로 주문해봤습니다. 그나저나 음식 값은 싼데 음료 값은 도쿄보다 비싸네요. 맥주 한 병에 700엔이면 이케부쿠로에서 갔던 이자카야 라쿠유랑 똑같은데요?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밥상을 받고 나니까 꽤 괜찮았어요. 밥, 국, 야채 반찬 2개에 회가 10점 정도 나왔습니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격에 비해서 구성이 꽤 알찬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이 마을에서 유명한 등대를 보러 갔습니다. 가는 길에 토리이가 보이네요.

그리고 옆에 초딩들이 일본식 슬러시 먹으면서 지나가는거 보니까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더라구요.

바닷가 쪽에는 사람들이 좀 보였습니다.

나가사키마치 등대

지도에서 토카와마치 오른쪽을 보면 툭 튀어나온 지역이 보입니다. 여기에 이 지역에 유명한 등대가 있다고 해서 와봤습니다.

등대 옆에 특이하게 생긴 선인장이 보였습니다. 무슨 종류일까요?

등대 크기는 생각보다 굉장히 작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아쉽게도 출입은 불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날씨는 더웠지만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원했어요.

저 위쪽이 뭔가 촬영 스팟처럼 보였는데, 아쉽게도 올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이 등대가 관광지다보니 저 말고도 관광객이 좀 있었는데요, 온 김에 사진을 찍고 싶어서 지나가던 관광객분에게 사진을 부탁드렸습니다. 큰 카메라를 들고 계셔서 사진사처럼 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보다 사진을 잘 찍으시네요.

등대 주변을 보고 다시 바닷가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마을 한 쪽에 공동묘지 같은게 보이네요. 밤에 오면 무서울 것 같습니다.

다른 집에 비해서 굉장히 으리으리해보이는 집이 있어서 찍어봤습니다. 부잣집 같았어요.

여긴 무슨 길일까요? 천장에 종이 매달려 있어서 땡땡 거리는데 일본 공포 게임에 나오는 길처럼 보였습니다.

이누보 역

길을 따라가다보니 이누보 역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오는 길에 자판기가 하나도 없어서 목이 엄청 말랐는데, 여기서 뭐라도 마시면서 조금 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누보 역 안에 굉장히 신기한 자판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병콜라는 옛날 고기집에서나 봤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자판기에 팔고 있더라구요.

궁금해서 저도 한 병 사봤습니다. 이게 시골 감성인가요?

병따개는 자판기에 달려있어서 이렇게 넣고 돌리면 뚜껑이 뽁 하고 따집니다.

이누보 역에서 마을 축제같은 것이 열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뭔가를 팔고 있었는데, 이렇게 장수풍뎅이를 파는 걸 보고 좀 놀랐습니다 -_- 지역 여고생들도 팻말을 들고 다니면서 홍보를 하고 있더라구요.

이누보 역에서 쉬고 나서 물 한개를 사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이누보사키 등대 쪽으로 가다가 수족관을 봤는데 마치 폐건물처럼 황량합니다.

주차장에 차 한대도 없는 걸로 봐서는 폐업한 것 같습니다.

이누보사키 등대

이누보사키 등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주변 개발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시골인데도 불구하고 주차장이나 상점가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도쿄에 있는 관광지 못지 않았습니다. 나쁜 의미로는 시골 감성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누보사키 등대는 직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입구에서 표를 팔고 있었습니다.

사실 매표소에서 표를 사는 것은 자율적이라는 말이 있긴 했는데, 다른 관광객들이 전부 표를 사는 분위기길래 저도 그냥 샀습니다.

등대의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은 계단밖에 없는데, 등대가 작아보여도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몇 년 지나면 이런 곳은 못오겠네요.

그래도 위에서 보는 풍경들은 괜찮았습니다.

등대 옆에는 등대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는 조그만 박물관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도 꽤 있는지 한국어로도 설명이 적혀있네요.

키미가하마 시오사이 공원

이누보사키 등대 옆에는 해안가를 따라 키미가하마 시오사이 공원이 있습니다. 관리가 잘 되는 공원은 아닌지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었습니다.

사실 말이 공원이지 해수욕장에 가깝습니다.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서핑 보드를 타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주말이다보니 이렇게 캠핑을 즐기는 가족 여행객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한바퀴 둘러봤는데 별로 볼 게 없어서 그냥 다시 나왔습니다.

공원에서 도로를 따라가면 키미가하마 역이 나오는데 길이 심상치 않습니다.

역으로 가는 길 양 옆에는 이렇게 비포장된 길도 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무섭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있는지 밭도 보이는군요.

키미가하마 역에 도착했습니다.

이 역은 무인역이라 역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역 자체도 엄청 작아요. 서울에 있는 어지간한 버스 정류장도 여기보다 클 것 같습니다.

구글 지도에는 키미가하마 역이라고 나와있긴 하지만, 여기도 역명을 팔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로즈웰 역입니다.

지금 알았는데 쵸시 전기철도의 모든 노선은 이렇게 단선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배차 간격이 긴가 봅니다.

철도 바로 옆에 집이 있는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노선은 열차가 별로 안다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 바로 옆에 철길이 있으면 시끄럽지 않을까요?

드디어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지금보니 열차 안에는 이렇게 옛날 사진을 걸어놨더라구요.

쵸시 역까지 가는 열차시간은 좀 남아서 이누보 역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역 바로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병콜라가 땡겨서 한 잔 더 마셔봤구요,

이누보역에서는 기념품을 팔고 있어서 구경을 좀 했습니다. 우마이봉의 패러디(?) 식품인 마즈이봉을 팔고 있었습니다. (우마이 = 맛있다, 마즈이 = 맛없다)

쵸시 전기철도의 효자 품목인 누레전병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이거 하나로 회사가 흑자로 돌아섰다고 하네요. 맛이 궁금해서 저도 종류별로 한 개씩 구매했습니다.

이누보역은 유인역이기는 한데, 그래도 역의 크기는 굉장히 작은 편입니다.

역에 수도꼭지가 달려있네요. 궁금해서 살짝 틀어봤는데 물이 나오긴 합니다.

쵸시 역으로 가는 열차가 들어옵니다. 신기한지 다들 사진을 찍더라구요.

쵸시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시오사이를 타고 도쿄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쵸시 역으로만 와도 이렇게 현대적인(?) 자판기가 보입니다. 팔고 있는 품목을 모니터로 보여주는 자판기는 힙한데요?

제가 탈 열차는 1번 플랫폼에서 오후 5시 35분에 출발해서 도쿄로 가는 특급 열차입니다.

플랫폼에 뭔 조형물이 있길래 봤더니 쵸시의 특산품을 전시해놓았나보네요.

제가 타고갈 열차가 왔습니다.

열차에 타서 도쿄로 가는동안 누레전병 맛을 봤습니다. 맛은 짭짤한데, 식감이 좀 그렇네요. 으레 전병이라고 하면 바삭바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누레” 전병이다보니 바삭거리지 않고 질긴 느낌입니다.

창문 밖에 쵸시 지역의 상징 중 하나인 풍력 발전소가 보입니다. 쏘아올린 불꽃 영화에서도 배경으로 자주 나왔죠.

중간에 정차한 이이오카라는 역인데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역사에 잡초가 무성해서 폐역처럼 보였거든요. 이런 곳에 특급 열차까지 정차한다니 좀 놀랐습니다.

토리키조쿠

이케부쿠로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라 바로 술을 겸한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원래 이 날에도 지금까지 갔던 이자카야 라쿠유에 갈 생각이었는데, 하필 이 날 만석이라서 하는 수 없이 토리키조쿠로 갔습니다. 뭐 여기도 싼 값에 야키토리와 술을 잔뜩 마실 수 있어서 좋습니다.

첫 안주로는 가볍게 양배추 무침을 주문했습니다.

야키토리도 주문했구요

또 주문했습니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진짜 엄청 주문했네요.

먹다보니 국물이 땡겨서 라멘 비슷한 것도 주문했습니다. 이 때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왜 주문했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이렇게 도쿄에서 마지막 밤이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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