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에 이어서 입영심사대부터 1주차 일정을 자세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입영심사대로 가면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인파를 조금만 헤치고 들어가면 주차장 근처부터 조교들이 입영자 외에는 입장할 수 없게 통제합니다. 조교들이 통제하는 지역을 넘어가면 그 때부터 핸드폰을 꺼낼 수 없으므로 할 말이 있다면 미리 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에는 조교들의 통제를 받아 이동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워리어 홀(Warrior Hall)로 가게 됩니다. 대강당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인데, 여기에서는 입영자들의 어떤 복무를 하는지에 따라 나눕니다. 사회복무요원/의무경찰/공중보건의/전문연구요원 등 소속에 따라 다른 강당으로 이동합니다.

전문연구요원만으로 중대를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전문연구요원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100% 전문연구요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부족한 인원을 사회복무요원에서 조금 데려옵니다. 제 기수에서는 충청남도 공주시의 사회복무요원들과 같은 중대를 이뤘습니다. 대략 분대 하나당 3명 정도의 사회복무요원이 추가되었습니다.

어쨌든 중대를 구성할 수 있는 인원이 모이면, 순서대로 사람을 나눠 1소대, 2소대, 3소대, … 등으로 모이게 됩니다. 사람을 나눈 후에는 교번이 적힌 레자를 나눠줍니다. 그 교번이 한달동안 자신의 이름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소속과 교번이 확정되면 각 소대별로 워리어홀 밖으로 이동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조교(분대장)가 인솔하며 신발 사이즈, 옷 사이즈, 머리 크기 등을 조사합니다. 조사가 끝나면 자신이 지낼 연대 막사로 이동하는데, 전문연구요원은 무조건 23연대 아니면 25연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5연대는 육군훈련소 가장 안쪽에 있고, 23연대는 바로 그 앞에 있으므로 꽤 오래 걷게 됩니다. 만약 캐리어나 배낭이 아니라 손으로 드는 더블백을 가져가신다면 꽤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 tvN 푸른거탑)

육군훈련소 정문부터 가장 안쪽에 있는 23, 25연대로 가다보면 현역들이 훈련받는 다른 연대들이 보입니다. 28연대 같은 경우에는 신막사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활관에 침대가 있지만, 23연대와 25연대는 구막사이기 때문에 그런걸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푸른거탑에 나오는 생활관과 같은 구조인데, 워낙 오래되다보니 저것보다 훨씬 낡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동화 기간 (입소 당일 ~ 일요일)

(출처 : https://rntc.kbc.ac.kr/bbs/board.php?bo_table=rntc_e_01&wr_id=33)

처음 입소하고 3일간은 동화기간이라고 해서 훈련 일정이 없습니다. 물론 훈련이 없다는 것이지 불침번이나 전우조는 입소 첫날부터 실시합니다.

입소 당일부터 동화기간 내내 보급품을 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보급품이 한두가지가 아니고, 잃어버리면 큰일나기 때문에 보급품 목록을 보며 빠진게 있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물건이 많다보니 하루에 전부 다 주지는 않고, 당장 필요한 세면도구 같은 물건들만 첫날에 줍니다. 이후로 속옷, 양말, 신발 등의 물품들을 지급해서, 사회에서 입던 의류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입소 다음 날에는 군대 용어 및 지양해야 하는 비속어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방한 내피는 흔히 깔깔이라고 많이 부르지만 비속어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라고 합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탄창의 올바른 명칭이 탄알집이라고 하는데 왜 이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북한군이 탄창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라고 하시던데… 정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용어들은 쉽게 익히지만, 탄알집이라는 용어는 입에 잘 배지 않아 많은 훈련병이 탄창이라고 부르다가 지적을 당하곤 합니다.

점심먹고 오후에는 파상풍과 뇌수막염 예방접종을 맞습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맞을꺼 공짜니까 맞는다는 생각으로 전 맞았습니다만, 군의관을 믿지 못하겠다 하시는 분은 안맞으셔도 됩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안맞아도 전혀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출처 : MBC 진짜 사나이)

훈련소에서 맞이하는 첫 주말에는 전투복 상/하의에 이름표를 바느질해야합니다. 바느질 도구는 보급 때 같이 주는데, 대부분의 훈련병이 사회에서 바느질을 거의 안해봤기 때문에 꽤 고생합니다. 세탁 시에도 떨어지지 않도록 위의 사진처럼 X자로 바느질하는데, 이름표가 인조가죽(레자)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바늘이 잘 안들어갑니다. 그리고 저희는 X자를 2번 더 해서 8번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주말 내내 할게 없기 때문에 다들 가져온 책을 읽습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책을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 이유는, 이런 시기에 책 마저 없다면 굉장히 따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통 이 때 쯤 동기들끼리 자기소개 등의 인사를 합니다.

1주차 일정 요약

본격적인 일정은 월요일부터 시작합니다. 1주차에서의 주요 일정은 정훈교육, 군대예절과 제식훈련입니다.

  • 월 : 정훈교육
  • 화 : 정훈교육
  • 수 : 맨손제식
  • 목 : 부대제식, 소총제식
  • 금 : 체력측정 ▶ 소총교육으로 대체

정훈교육 및 군대예절

(출처 : https://gunbaragi.tistory.com/67)

정훈교육은 강의실에 중대 인원들이 모여서 강의를 듣습니다. 강의 내용은 한국사 + 근현대사 + 한국 군대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루해보이지만, 강의하시는 분의 말솜씨가 좋아서 저는 재밌게 들었습니다. 물론 군대에서의 이른 기상과 식사 후에 이루어지는 교육 특성상 조는 사람은 있습니다.

군대예절은 동영상 강의로 배웁니다. 주로 배우는 내용은 상황별로 상급자에 대한 경례 방법, 군대에서 사용하면 안되는 말(대표적으로 비속어) 등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서는 다, 나, 까로만 끝나게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최근 군대에서는 이런 화법을 지양한다고 합니다. ~말입니다 등으로 대표되는 군대식 화법이 어색하기 때문에 오히려 괴상한 문장이 나오는 것을 예로 보여줍니다. (ex. 오늘 신병이 들어왔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다, 나, 까로 문장이 끝날 필요가 없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요”자로 끝나도 상관 없으니 편하게 말을 하라고 배우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소 조교(분대장)들도 “요” 자로 끝나는 말을 많이 씁니다. 예를 들어 “줄 똑바로 섭니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 “줄 똑바로 서세요” 이런식으로요. 처음에는 사회에서 보던 것과 달리 이런 말투를 사용한다는 것에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동영상 강의를 듣다보면 히사이시 죠의 Summer 같은 BGM도 중간중간 나오는데, 저작권료를 내고 삽입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식훈련

(출처 : MBC 진짜 사나이)

제식훈련은 맨손제식, 총기제식, 부대제식이 있습니다. 맨손제식은 차렷, 열중쉬어, 편히쉬어, 우향우, 좌향좌, 뒤로돌아, 경례 등을 배웁니다.  총기제식을 할 때는 처음 총을 만져보는데, 생각보다 총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배우는 동작은 우로어께총, 세워총, 앞에총, 받들어총 밖에 없습니다. 부대제식은 단체로 발 맞춰 걷는 것 부터 앞으로 가, 줄줄이 좌/우로 가, 헤쳐모여 등을 배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 맞추는 것인데, 4주 훈련 과정이라서 그런지 빡빡하게 하지 않고 못 맞출것 같으면 손은 무시하고 발만 먼저 맞추라고 가르칩니다.

3개 제식 훈련의 공통점은 “이정도로 배우고 넘어가도 정말 괜찮은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에 3개 제식 훈련을 모두 하지는 않고 2~3일 정도로 나눠 배우는데, 정작 한 제식 훈련당 반나절밖에 배우지 않습니다. 말이 반나절이지, 실제 훈련시간은 2시간 남짓입니다. 다른건 몰라도 부대제식은 정말 개판으로 움직이는게 눈에 보이는데도 그냥 넘어갑니다. 4주 훈련이라 많이 봐주나 봅니다.

체력측정

(출처 : 국방 TV 훈련병의 품격)

원래라면 1주차 금요일에 체력측정을 하고 2주차 월요일에 소총 교육을 하지만, 하필 금요일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소총 교육이 금요일로 당겨지고, 체력측정이 2주차 월요일로 미뤄졌습니다.

체력측정은 훈련소 기간 내에 2번 실시하는데, 1차 체력측정은 훈련병들의 기초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 점검차 실시하는 예비 측정이고, 2차 체력측정이 훈련소 성적에 반영됩니다. 저와 같은 전문연구요원 훈련병이야 훈련소 성적따위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의경 훈련병들은 훈련소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체력측정에서는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뜀뛰기를 실시합니다. 윗몸일으키기가 팔굽혀펴기는 2분 동안 몇 개를 했는지 체크하고, 뜀뛰기는 1차 체력측정에서는 1.5km, 2차 체력측정에서는 3km를 뛰게 됩니다. 각 과목별로 특급, 1급, 2급, … 이런식으로 분류하는데, 모든 과목에서 특급이 나오면 특급전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전문연구요원들이라 체력이 안좋을 것 같지만, 의외로 소대별로 한두명은 특급이 나옵니다. 각 급수별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준이 다소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기준이 완화되므로 실제로는 저것보다 조금 더 낮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 나이를 기준으로 20세, 25세, 30세 등으로 기준이 나뉘는데, 전문연구요원 훈련병들은 나이가 많다보니 보통 25세 기준이나 30세 기준에 맞추게 됩니다. 전문연구요원 중대에서는 아예 게시판에 나이별 기준을 공지해줍니다.

체력측정에서 통과하기 위해서는 3개 과목 통합으로 10점 이상 획득해야 합니다. 특급 기준으로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는 5점이고 뜀뛰기는 10점입니다. 급수가 내려갈 때마다 0.5점씩 내려가므로 통과만을 목적으로 하신다면 3개 과목 모두 5급을 획득하셔도 됩니다. 정말 체력이 좋지 않아서 불합격을 맞는다고 해도 훈련소를 수료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불이익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신 주말에 체력 보충 훈련을 할 뿐입니다.

주말 일정

군인에게도 주말은 좋은 날입니다. 휴일이기 때문에 훈련도 없을 뿐만이 아니라 잠도 1시간 더 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날이긴 합니다만…

(출처 : 네이버 웹툰 본부중대)

위의 만화에서 보시듯 정말 아무것도 안하지는 않습니다. 토요일에는 클린데이라고 해서 오전에 교육대대 전체가 대청소를 실시합니다. 대청소를 한다고 일반적인 청소를 안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점호 전에 청소는 동일하게 합니다. 이게 뭔… 일요일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시키긴 합니다만, 이것도 교관의 성격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저희 중대는 푹 쉬었습니다만, 바로 옆의 의경 중대에서는 침구류를 일광건조 시켰습니다.

2주차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니 쉴 수 있을 때 가급적이면 편히 쉬도록 합시다. 다음 포스트에서 훈련소에서 보내는 2주차 일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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