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살아남기 시리즈 만화를 굉장히 재밌게 봤었습니다. 주인공이 무인도나 정글, 사막 등에 조난당해 생존을 목표로 자연속에서 분투했던 스토리였는데요, 현재에도 정글의 법칙이나, Man vs Wild 등의 TV 프로그램이 흥행하는 것을 보면 조난 속에서 생존하는 이야기는 시대나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인기있는 주제임이 분명합니다.

파 크라이 시리즈도 주인공이 조난을 당해 생존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다른 조난물과의 차이점이라면, 주인공이 조난당한 곳에는 해당 지역을 통치하는 악당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자연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적이 하나 늘어난 셈입니다.

파 크라이 3의 주인공인 제이슨 브로디는 형과 여러 친구들과 함께 방콕으로 여행을 떠나 스카이 다이빙을 즐기다가 해적 무리 한가운데로 잘못 떨어져 모두 납치당합니다. 제이슨은 기적적으로 도망치지만, 친구들을 구해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에 섬의 원주민인 라키야트 부족의 도움으로 해적을 몰아내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플레이어인 주인공이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악역의 경우 잘 주목받지 못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파 크라이 3은 다릅니다. 메인 빌런으로 나오는 바스(Vaas)의 존재감이 엄청나기 때문에 엔딩을 보고 나서도 주인공보다 바스가 더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였습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바스와 계속 충돌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바스의 광기어린 대사를 볼 수 있습니다. 파 크라이 3의 주제는 “광기”인데, 이를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이 게임의 타이틀을 장식하고 있는 캐릭터도 주인공인 제이슨 브로디가 아니라 바스입니다. 이러한 연출의 성공 때문인지, 파 크라이 3 이후의 정식 넘버링 시리즈는 항상 메인 빌런이 표지를 장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이 출시된 지 7년이나 지나긴 했으나 최근 클래식 에디션으로 리마스터하여 출시하였기 때문에 그래픽은 현재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몇몇 주인공의 동작들은 어색한 것이 눈에 띄지만 (특히 덩굴을 타고 벽을 올라가는 동작) 일반적인 탐험이나 전투 시에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오픈 월드 게임이기 때문에 수려한 그래픽은 탐험하는 재미를 증가시켜 줍니다. 스토리만 집중적으로 진행할 때는 모든 섬을 헤집고 다닐 필요가 없지만, 각종 수집 요소들로 인해 탐색하고 싶은 동기를 부여합니다.

게임을 편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거점을 점령해야 합니다. 재밌는 점은 거점을 점령하는 방법을 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평범하게 총을 들고 입구부터 무쌍을 찍어도 되지만, 적에게 들키지 않고 거점을 점령한다면 3배의 경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들키지 않고 점령을 하게 됩니다. 컨트롤이 좋으시다면 이 유튜브 영상처럼 역동감있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들키지 않는다는 제한이 참 널널한 편인데, 내 모습이 적에게 보이지만 않으면 들키지 않는다는 조건을 만족합니다. 예를 들어 위의 스크린샷 처럼 야생 동물을 풀어주고, 야생 동물이 거점의 적을 모두 죽인다면, 들키지 않은 채로 점령한 것으로 판정됩니다. 먼 거리에서 RPG를 쏴서 적을 몰살시키는 무식한 방법도 역시 들키지 않은 것으로 판정됩니다.

GTA 시리즈 만큼은 아니지만, 파 크라이 3의 컨텐츠도 적은 편이 아닙니다. 돈이 부족하다면 사냥을 하거나, 칼 던지기 같은 미니 게임으로 내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라키야트의 시련 같은 도전 과제도 있고 수집 요소 또한 유비소프트 게임 답게 풍부한 편입니다.

이전에 리뷰했던 언차티드 시리즈와는 다르게 주인공이 전투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경험치를 얻어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킬의 갯수가 많긴 하지만 엔딩을 보기 전까지 충분히 모두 찍을 수 있을 정도이고, 모두 찍지 않더라도 게임을 클리어하는데는 무리가 없습니다. 주인공이 라키야트 부족의 전사로 각성하게 된다는 스토리 때문인지, 스킬을 찍을 때마다 주인공의 팔에 라키야트 부족의 문신이 점점 늘어납니다.

총평

이렇게 큰 재미를 가지고 있지만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플레이타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더욱이 저는 스토리 외에도 이곳저곳 탐험하면서 게임했는데도 총 플레이 시간은 40시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스토리만 일직선으로 진행하시는 분이라면 20시간 내로 클리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스토리만 일직선으로 진행하기에는 오픈월드 라는 환경이 아깝긴 합니다. 두 번째는 스토리가 용두사미식 전개라는 점입니다. 스포일러가 있기 때문에 내용을 설명드리지는 않겠지만, 초반 스토리의 긴장감에 비해 후반부의 스토리는 너무 급전개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마치 스토리가 중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알고보니 이게 게임 후반구나 라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아쉬운 점들 때문에 별 5개의 추천까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오픈월드 탐색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추천해드릴만한 게임입니다. 팁을 드리자면, 파 크라이 5 골드 에디션을 구매하면 파 크라이 3을 무료로 지급하기 때문에 파 크라이 시리즈를 쭉 즐기실 예정이시라면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습니다. 3편만 따로 구입하신다면, 디럭스 에디션 기준 정가가 33,000원이기 때문에 할인 시즌에 구매하신다면 저렴한 값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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