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 시리즈는 어렸을 적 학교 컴퓨터실에 설치되어 있던 GTA 2로 처음 접해봤습니다. 그 당시에는 영어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지나가던 차를 뺏고, 어디선가 총을 구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쏘는 것 밖에 하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재밌었기 때문에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서는 막연하게 GTA라는 게임을 알고만 있을 뿐 따로 찾아서 플레이해보지는 않았습니다. 대학생 때는 콘솔 게임에 크게 흥미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락스타 게임즈는 콘솔 기기에 게임을 우선적으로 발매하고, 한참 뒤에나 PC 버전으로 게임을 내놓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GTA 5가 기적과 같이 한국어 정발이 되고, 뛰어난 재미로 커뮤니티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아 어떤 게임인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는 GTA 5 출시 당시에 콘솔이 없었기 때문에 손가락만 빨고 있었어야 했지만, 추후 PC 버전으로 스팀에 출시되었을 때 구매해서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나오자마자 당장 구매한 것은 아니고, 할만한 게임이 딱히 없었을 때 마침 할인 시즌이 다가와 저렴하게 구매해서 즐겼습니다. 플레이해본 소감으로는 정말 구매 만족도가 높은 게임이었고,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뛰어났습니다.

원래부터 GTA 시리즈는 자유도로 유명한 만큼, 게임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게임의 배경은 로스 엔젤로스를 모티브로 한 로스 산토스라는 가상의 도시인데, 도시 자체를 굉장히 잘 구현해 놓았기 때문에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컨텐츠가 됩니다. 도시가 넓기도 하지만 이것들을 감상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직접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테니스 코트가 있는 곳이면 실제로 테니스를 칠 수 있고, 사격장에 가면 정말 사격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도시 내에는 놀이동산도 있는데, 놀이 기구까지 타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사냥이나 스카이다이빙, 영화 관람, 철인 3종 경기 같은 것도 즐길 수 있습니다.

놀라웠던 점은 게임 내의 온라인 세계까지 구현이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검색 엔진을 비롯해서 페이스북을 패러디한 라이프 인베이더, 트위터를 패러디한 블리터라는 SNS까지 구현이 되어 있습니다. 심심할 때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어떤 SNS 게시물을 올리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게임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외국 작품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번역이 정말 중요합니다. 영화에서도 자막의 품질 하나로 영화의 평이 갈리는 만큼, 게임에서도 번역의 질은 게임의 재미와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GTA 5에서의 번역은 굉장히 맛깔나게 잘 되어 있습니다. 특히 게임 내의 캐릭터들은 모두 거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라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데, 이 욕설이 굉장히 잘 번역되어 있기 때문에 몰입감을 더 증가시켜줍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심의 문제 등으로 인해 욕설을 순화해서 번역하는데, 너무 순화하다 보니 대화가 어색해져 몰입감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짐 레이너가 하는 욕설을 “이 나쁜 자식!”으로 번역해서 상당히 분위기를 깼던 기억이 있는데, GTA 5에서는 씨발 같은 기본적인(?) 욕설부터 인종 차별, 섹드립까지 제대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사실 GTA 시리즈의 스토리 라인은 이전 작품들도 훌륭한 편이었지만, GTA 시리즈의 자유도로 워낙 유명하다보니 의외로 이러한 점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GTA 5는 전작들과는 다르게 세 명의 주인공으로 플레이하게 되는데, 어떻게 세 주인공들이 접점이 생기는지, 왜 이들이 같이 움직이게 되는지에 대한 이유가 스토리 내에서 충분히 납득하게끔 만들어줍니다. 또한 하나의 미션을 세 주인공들의 서로 다른 시점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엔딩은 플레이어의 선택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어떤 엔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엔딩 후 플레이에 제약이 생기는 점은 좋지 않은 요소입니다. 스토리 외에도 컨텐츠가 풍부한 게임이기 때문에 이 점은 더욱 아쉽습니다.

총평

플레이타임은 메인 퀘스트를 위주로 클리어했을 때 약 50시간 정도 나왔습니다. 평소에 제가 이것저것 해보는 것을 좋아해서 꽤 많은 플레이타임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맵이 엄청나게 넓고 할게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평소보다 적게 탐험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타임이 이정도 나왔다는 것은, 정말 제대로 즐겼을 때 100시간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온라인까지 즐기지는 않았지만, 온라인에서 진정한 재미를 찾으셨다는 분도 있으니 일단 구매한다면 어느 쪽을 즐기시든 시간을 보낼 컨텐츠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전체적으로 딱 한개의 단점을 꼽자면 정말 거지같은 조작감의 비행기입니다. 미션 중에 비행기를 반드시 몰아야만 하는 구간이 있는데, 패드로도 해보고 키보드로도 해봤지만 조작감이 나쁜 것은 동일했습니다. 미션 스킵이 가능한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미션 외에도 직접 비행기를 몰아볼 수는 있지만, 저는 엔딩을 볼 때까지 비행기는 쳐다도 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스팀 기준 GTA 5의 가격이 할인가로 16,5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가격으로 이보다 더 재미있는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지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이 게임을 아직 플레이해보지 않으신 분이 할 게임을 찾고 계시다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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