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가장 재밌게 했던 게임 중 하나인 포켓몬스터 골드였습니다. 전작인 포켓몬스터 적/녹 또한 엄청나게 재밌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후속작인 포켓몬스터 골드도 접하게 되는데다, 일어판과 영문판만 존재해 스토리나 대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적/녹 버전과는 달리 한글화로 발매한 골드버전은 스토리의 몰입감을 증대시켰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작에 대한 팬 서비스인지 성도 지방을 배경으로 하지만 엔딩 후에는 관동 지방도 갈 수 있도록 만들고 최종적으로 적/녹의 주인공인 레드와 결투를 통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추억으로 인해 닌텐도 3DS를 구매하고 가장 먼저 찾았던 것은 골드 버전의 리메이크인 하트골드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추억을 가진 것이 저만이 아닌지 하트골드를 구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구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나온지 10년이나 지난데다 단종이 된지 꽤 오래지났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이 미쳐날뛰고 있습니다. 발매 당시 신품이 4만원으로 출시되었는데, 저는 작년 말 국전에서 상태 좋은 중고 패키지판을 6만원에 구매했습니다.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포켓몬스터 골드버전이야 많이 플레이 해보셨을 테니, 게임 설명은 생략하고 바로 장점과 단점 부분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닌텐도 DS 게임이기 때문에 PC나 거치형 콘솔 게임들과 비교할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그래픽이 깔끔하기 때문에 휴대용임을 감안하고 플레이한다면 크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DS 게임임에도 필드에 중요 지점(방울탑이나 석영고원 등)은 3D 처럼 표현이 되어 있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게다가 기존 골드 버전에서는 용량상의 문제로 인해 관동 지방이 많이 간소화되어 구현되었는데, 하트골드에서는 완전하게 구현되어있기 때문에 게임 볼륨이 더 풍성해진 것이 장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포켓몬스터 게임에서는 보유한 포켓몬은 상태창, 또는 전투에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피카츄 버전에서 피카츄 한정으로 주인공의 뒤를 따라다니는 시스템은 있었지만, 피카츄의 표정을 보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상호작용이 없었습니다. 하트골드/소울실버에서는 모든 포켓몬을 뒤에 따라다니게 만들 수 있음은 물론, 포켓몬의 기분 외에도 포켓몬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알려주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포켓몬과의 친밀도가 높으면 가끔씩 위의 스크린샷처럼 포켓몬이 특별한 아이템을 주기도 합니다.

다만 골드 버전과 마찬가지로 야생 포켓몬의 분포가 형편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첫 번째 체육관은 스타팅 포켓몬으로 클리어한다고 쳐도 두 번째 체육관을 도전하기 전까지 엔트리에 포함시킬만한 포켓몬이 너무 적습니다. 위의 그림은 도라지시티 전까지의 경로인 29, 30, 31번 도로의 출현 포켓몬 리스트입니다.

까놓고 초반에 등장하는 야생 포켓몬은 말하면 메리프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쓸모가 없습니다. 고오스나 꼬마돌은 통신진화 시킬 수 없다면 그림의 떡이고 이벤트로 받는 토게피도 (하트골드 내에서는) 빛의 돌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최종 진화를 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페이검, 꼬리선 따위를 멤버에 넣기엔 뒷심이 너무 딸립니다.

하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잉어킹, 니드런, 주뱃 등을 엔트리로 넣는 것이 최선입니다. 헤라크로스도 쓸만하지만, 공략을 보지 않는다면 구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제외합니다. 같은 4세대인 디아루가/펄기아/기라티나에서는 찌르꼬, 포니타, 꼬링크, 꼬몽울, 브이젤 등등 고성능 포켓몬이 한가득 나오는 것에 비해 라인업이 너무 초라합니다. 심지어 스타팅 포켓몬인 브케인을 제외하고는 칠색조를 잡기 전까지 불 포켓몬은 없는거나 다름 없습니다.

포켓몬 레벨 노가다가 너무 힘들다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맵을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트레이너와 모두 싸워도 포켓몬 한두마리만 키우는게 아니라면 거의 항상 레벨이 모자라게 됩니다. 포켓몬의 레벨을 신경써서 올리지 않는다면 유빈의 팬텀 때문에 첫 난관이 생기게 되고, 사천왕을 잡을 때 두 번째 난관이 생기며 레드를 상대할 때 마지막 난관이 생기게 됩니다. 길에서 만나는 트레이너들의 포켓몬 레벨도 낮은데다 야생 포켓몬 레벨도 낮아서 노가다를 상당히 많이 요구합니다. 위의 스크린샷은 챔피언 로드에서 출현하는 야생 포켓몬입니다. 챔피언인 목호의 포켓몬 레벨이 48~50인데 그에 비해 레벨이 너무 낮습니다.

총평

기록상으로는 플레이타임이 상당히 길게 나왔는데, 저는 엔딩을 보고 알까기와 배틀 프론티어를 즐기다보니 플레이타임이 다소 뻥튀기된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1회차 플레이 때 대충 아무거나 잡으면서 넘어가다보니 유빈의 팬텀을 못잡아서 리셋하기도 했구요. 실질 플레이타임은 30시간 정도로 잡으시면 되는데, 생각보다 레벨 노가다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것까지 포함하면 50시간 정도로 생각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포켓몬스터 하트골드는 골드 버전에 비해 많은 점이 개선되었고 플레이 자체도 매우 재밌는 게임에 속합니다. 골드버전의 추억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번쯤 플레이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정가 자체는 게임의 플레이타임이나 재미에 비해 비싸진 않지만, 단종 프리미엄으로 인해 가격이 훌쩍 뛰어버린 지금은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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