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만, 지금까지 플레이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쯤에 있던 슈퍼패미컴 이후로는 플레이스테이션 4를 구입할 때까지 콘솔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닌텐도 3DS를 1여 년 전쯤에 구입했을 때는 하도 많은 게임이 나와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입문하기에 조금 망설였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젤다의 전설 시리즈는 몇몇 게임을 제외하곤 독립적인 세계관이라 이전 버전을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고 들어 최근에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시작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여러 개 있었고, 야생의 숨결을 가장 추천받기는 했으나 입문작으로는 볼륨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적당한 볼륨에 재미를 보장한다는 신들의 트라이포스 2 버전을 가장 먼저 플레이했습니다.

게임은 위 스크린샷처럼 탑 뷰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이 시점을 싫어하는 의견도 상당히 있던데, 저는 직관적으로 움직이고 적을 공격할 수 있어 이런 시점 게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다른 콘솔 게임과 다르게 오로지 휴대기기인 3DS로만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3D 게임 같은 3인칭 시점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하면서 놀라웠던 것은 RPG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레벨이 존재하지 않았고, 레벨이 없음에도 레벨 디자인이 굉장히 훌륭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레벨이 없는 대신 던전을 클리어할 때마다 체력(하트)이 늘어나고,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늘어나며 이를 통해 이전에는 갈 수 없는 구역에 도달하여 새로운 던전에 들어가는 전개입니다. 레벨이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노가다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각각의 던전을 깨다 보면 방어력을 높이는 옷이나 마스터 소드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마스터 스톤을 얻는데, 이를 통해 어려운 던전을 뒤로 미루고 쉬운 던전을 먼저 깸으로써 후반부 던전의 난이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마스터 소드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도 보스의 난이도가 확 줄어드니, 마스터 스톤을 주는 던전을 먼저 클리어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게임 내의 수집요소는 미아 달삐를 찾는 것과 하트 조각을 모으러 다니는 것이 있습니다. 노말 모드에서는 초반을 제외하면 하트를 굳이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지만, 미아 달삐는 10마리 찾을 때마다 사용하는 도구를 업그레이드 시켜주는데 생각보다 체감이 크기 때문에 플레이하면서 30개 정도는 찾는 것을 권장합니다. 저는 파이어 로드와 해머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잡졸을 처리할 때 은근히 유용합니다.

스토리는 주인공인 링크가 하이랄에 처한 위험을 해결하여 젤다 공주를 구하는 시나리오입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처음에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이 해결되며 클리어 후에는 모든 의문이 깔끔하게 풀립니다. 적당한 반전도 있기 때문에 스토리가 심심하다고 느끼진 않았고, 엔딩을 보고나서는 여운도 남기 때문에 스토리가 뛰어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닌텐도의 특성상 성인층을 대상으로 게임을 만들지 않았겠지만, 성인이 플레이해도 스토리가 유치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게임 칩 디자인이 게임 컨셉에 맞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처음 구입했을 때는 게임 칩의 디자인이 왜 이런지 몰랐는데, 플레이하고 나니 왜 이렇게 디자인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의 컨셉을 훌륭하게 관통하는 칩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게임들이 새 게임 플러스 같은 다회차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스토리가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회차 플레이에 대한 동기부여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어차피 전부 아는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신들의 트라이포스2에서는 이런 지루함을 바꾸기 위해 2회차에서는 1회차에서 몰랐던 내용을 알게 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2회차까지는 클리어하지 못했는데,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과 라비오에 대한 떡밥이 조금 풀리는 것 외에는 스토리 라인 자체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예전 피처폰 게임인 영웅서기 시리즈가 이런 다회차 플레이를 잘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다회차 플레이 요소를 추가한 게임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쉽습니다.

총평

플레이타임은 생각보다 적지 않은 편입니다. 위의 사진은 1회차 클리어 직후에 체크한 시간인데, 컨텐츠의 볼륨은 최근 리뷰한 AAA급 게임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편입니다. 하트는 17개로 클리어했는데, 1회차에서는 하트가 10개만 되어도 죽을 일이 거의 없어 찾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모든 하트와 미아 달삐를 찾으면서 진행하시는 분이라면 플레이타임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아 달삐 50마리 정도 찾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젤다의 전설 : 신들의 트라이포스2는 닌텐도의 퍼스트 파티 게임답게 상당한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라인도 처음부터 끝까지 납득할만한 전개가 이어지고 저처럼 젤다의 전설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도록 NPC의 대사나 오브젝트로 설명해주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직접적인 게임의 재미도 최상급이었습니다. 각 던전별 컨셉을 보고 도구를 활용해 퍼즐을 풀며 보스를 잡게끔 유도해 성취감을 느끼게 만드는 점도 좋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던전별 난이도의 편차가 조금 있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닌텐도 3DS를 갖고 계신 분이라면 반드시 해보시길 권하는 명작이며, 이 게임을 위해 닌텐도 3DS를 구입하는 것을 고려해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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