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에 이어 제출한 두 번째 과제입니다. 역시 기록을 위해 포스팅합니다.

(주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제 내용

교재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의 내용과 7주차~11주차 수업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하기 바랍니다.

현대인의 개념, 속성, 가치관, 상황 등을 이해하기 쉽다고 판단되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하나 선택하고(교재와 수업에 소개된 작품으로 한정함),

  1. 해당 작품에서 현대인의 어떤 점이 잘 드러났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2. 작품에 드러난 그런 현대인의 일면이 실제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영향)를 가지는지 서술한 뒤,

  3. 그런 의미나 영향에 대하여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논하시오.

과제 애니메이션 목록

7주차 : 현대인의 특징을 나타낸 애니메이션 - 천원돌파 그렌라간, 원피스

8주차 :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애니메이션 - 강철의 연금술사, 충사, 진격의 거인

9주차 :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마루 밑 아리에티

10주차 : 신카이 마코토 애니메이션 -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누군가의 시선, 초속 5cm, 너의 이름은

11주차 : 호쇼다 마모루 애니메이션 -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 아이, 괴물의 아이, 미래의 미라이

저는 이 중 10주차의 초속 5cm를 선택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제출한 과제

제목 : 추억은 정말 아름다운가

“옛날이 좋았다”라는 말은 전 세계적으로, 세대에 상관없이 자주하는 말 중 하나이다. 이것은 심리학 용어로 Good-Old-Days bias (좋았던 옛날 편향)으로 부르며, 실제로 이 현상에 대해 발표한 논문이 존재한다 [1]. 하지만 “편향”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실제로 과거가 현재보다 좋은 것이 아니라 단지 추억에 그리움과 같은 보정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cm》는 바로 이러한 현대인의 향수를 자극한 애니메이션이다. 《초속 5cm》는 토오노 타카키라는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추억을 나타내고 있다. 《초속 5cm》는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각 유년기, 소년기, 그리고 청년기의 토오노 타카키를 보여준다. 이 영화 내내 토오노 타카키에게 중요하게 묘사되는 인물은 유년기에 만난 시노하라 아카리라는 여자아이다. 그러나 1부에서 두 사람은 이사로 인해 헤어지게 되고, 편지로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된다. 소년기를 다룬 2부에서도 토오노 타카키는 시노하라 아카리를 잊지 못하고 계속 연락하며, 3부에서는 다른 여자와 연애를 했다는 것이 묘사되지만 가슴 한켠에는 아직도 시노하라 아카리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되는 토오노 타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의 관계는 따지고 보면 그렇게 대단한 관계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친하게 지낸 관계이기는 하나, 두 사람은 거리 문제로 인해 같이 지낸 시간은 잠깐뿐이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인에게도 이렇게 누구나 한번쯤은 곱씹어볼만한 유소년기의 추억이 하나쯤은 있지만, 결국 나중에 생각해보면 사실 그것이 엄청 대단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보정받은 추억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다 [2]. 또는 현재의 힘든 상황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도피하려고 한다. 《초속 5cm》의 토오노 타카키 또한 마음속에 남아있는 시노하라 아카리의 존재로 인해 현재의 애인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무력감에 빠져 회사마저 퇴직하고 만다.

물론 이러한 것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의식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머릿속으로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몸은 힘든 현실에 쉽게 무력감에 빠지고 만다. 나는 이럴 때 옛날이 정말 좋았는지를 진지하게 따져보곤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인해 청소년, 청년들이 고립되어 외부와 단절된다는 뉴스 기사가 자주 보인다 [3]. 이것을 보고 스마트폰이 없던 옛날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과 현재의 소통은 방식만 달라졌을 뿐 큰 차이가 없다. 크게 외향적인 몇몇 사람은 눈에 띄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은 그 때도 조용히 몇몇 사람들과만 소통하였고, 지금은 그 수단이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와 같은 전자적인 수단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오히려 스마트폰이 없다면 간편 결제나 정보 검색 등을 할 수 없어 불편한 점만 생길 뿐이다.

최근 각지에서 레트로 아이템이 유행하고 있다 [4] [5]. 이런 마케팅 열풍이 분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적절한 향수는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그것에 얶매이게 되면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하며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1] Eibach, R. P., & Libby, L. K. (2009). Ideology of the good old days: Exaggerated perceptions of moral decline and conservative politics. Social and psychological bases of ideology and system justification, pp. 402-423.

[2] 박병률, “[영화 속 경제]좋은 기억만 떠올리는 ‘므두셀라 증후군’”, 경향신문, 2020.03.02.

[3] 고혜지, 송수연, “하루 10시간, 스마트폰 세상에 갇혀 어느새 ‘학포자’… 게임 캐릭터 친구뿐”, 서울신문, 2021.02.17.

[4] 신미진, “”내가 산 건 ‘추억’이야”…레트로 아이템에 신난 어른들”, 서울경제, 2022.05.28.

[5] 신원선, “MZ세대는 왜 레트로에 열광할까… 韓 사회 현상 진단”, 메트로신문, 2022.05.29

교수님의 피드백

우선 전근대나 근대인과 다른 현대인의 특징 관련해서 특화하여 서술하지 않은 것이 다음의 논의가 현대인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작품과 그에 대한 느낌 정도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습니다. 현대인이 아니라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과거 지향 혹은 향수 등은 현대인을 키워드로 하는 과제의 성격이나 내용으로 볼 때 다소 거리가 있게 느껴집니다. 만일 그것이 현대인의 특질이나 현상, 문제와 연결시키려고 한다면 다른 논거를 예로 들어 현대사회에서 그러한 과거지향이 다른 시대에 비해 두드러진다던가 혹은 사회적 이슈가 되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던가 하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실 신카이 마코토 애니메이션에 보이는 다소 감성적인 측면과 과거의 소환 등은 해석에 있어 이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고 그 시절에 비교하여 현재 잃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는 느낌으로 해석하거나 서술하신 것처럼 과거 지향적인 시각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카이 마코토의 전체 작품을 보면 과거를 소환하되 언제나 현재를 중심에 놓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즉 과거를 추억거리나 감상의 소재가 아니라 현재를 파악하고 현재의 소중함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과제는 요구하는 것이 어느 정도 틀에 규정되기 쉽습니다. 평가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틀 속에서 보았을 때의 과제에 대한 코멘트였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제출하신 과제는 그런 틀이 아니라면 정돈되고 깔끔하게 정리된 서술이라고 생각됩니다. 한 학기 열심히 참여해 주시고 과제도 제출해 주신 점 고맙고, 응원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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