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감상평
이번 학기에 일본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강의를 청강하면서 제출한 과제입니다.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기록을 위해 포스트로 남깁니다.
(주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제 내용
2주차~6주차까지 수업에서 소개된 일본 애니메이션 장르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해당 장르가 현대인 및 현대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를 구체적인 작품(교재와 수업에 소개된 작품에 한정함)을 예로 들면서 서술하고, 그렇게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인 혹은 현대사회의 일면에 대한 자신의 생각((애니메이션에 대한 생각이 아님)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논하시오.
과제 애니메이션 목록
2주차 : 로봇 애니메이션 - 철완 아톰, 기동전사 건담, 신세기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
3주차 : 스포츠 애니메이션 - 더 파이팅, 뱀부 블레이드, 원아웃, 자이언트 킬링
4주차 : 마법소녀 애니메이션 -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마녀 배달부 키키, 메리와 마녀의 꽃
5주차 : 영어덜트 애니메이션 - 공의 경계, 카이트 리버레이터, 성인 여성의 아니메 타임, 아인
6주차 : 일상물 애니메이션 - 럭키스타,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남자 고교생의 일상
저는 이 중 4주차의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를 선택하여 작성했습니다.
제출한 과제
제목 : 현대인의 희생에 대한 인식의 변화
희생(犧牲)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숭고한 것으로 여겨왔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희생,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희생, 또는 위험한 상황에 빠진 모르는 사람을 구하기 위한 희생 등 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희생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그러한 희생을 영웅시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물론이고, 창작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희생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책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에 따르면, 현대인은 중세인이나 근대인에 비해 “개인”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에 국가나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 이를 확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현실의 예시가 바로 군대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군대는 남자로 태어났으면 당연히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은 “군대는 뺄 수 있으면 무조건 빼는 것이 좋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어버렸다. 심지어는 “전쟁이 나도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죽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고, 나는 해외로 도망칠 것이다”라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해도 그를 비난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로 인한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희생에 대한 의식의 변화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드러난다. 1988년에 개봉한 <기동전사 건담 : 역습의 샤아>에서는 지구로 낙하하는 엑시즈를 막기 위해 아무로 레이가 홀로 모빌슈트에 탑승하여 손으로 막는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모빌슈트에 탑승해 아무로 레이에게 동참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가 합쳐 사이코 필드가 펼쳐침으로써 엑시즈의 추락을 저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무로 레이는 결국 사망하고, 후속작 <기동전사 건담 : UC>에서 아무로 레이는 영웅으로 추서되었다고 표현된다. 이는 희생에 대한 숭고함이 남아있던 근대인의 생각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1년에 방영한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에서는 희생의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에서 묘사되는 마법소녀는 마녀와 싸울 수 있는 특별한 힘을 얻는 대신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소울 젬을 계속 정화해주어야 하는데, 소울 젬을 정화할 수 있는 그리프 시드를 얻기 위해서는 마녀를 죽여야 한다. 소울 젬을 정화하지 못하면 마법소녀는 마녀가 된다. 즉, 마법소녀의 미래는 마녀와 싸우다 죽거나, 마녀로 타락하는 것 밖에 없다. 이 가련한 운명을 대가로 마법소녀는 원하는 소원을 한 가지 이룰 수 있다.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에 등장하는 5명의 마법소녀는 모두 각자의 이유로 희생을 하지만, 작품 내에서 그 희생이 보답 받지 못한다.
미키 사야카는 좋아하는 남학생의 팔을 치료해달라는 소원을 빌었으나, 그 남학생은 사야카에게 호감이 있다는 묘사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사야카의 친한 친구가 그 남학생과 이어지는 듯한 묘사가 나오며, 결국 미키 사야카는 이로 인해 절망을 느끼고 마녀로 변하고 만다.
사쿠라 쿄코는 성직자인 아버지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귀기울여달라는 소원을 빌었으나, 아버지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이유가 마법 때문임을 알고 오히려 절망하고, 가족들을 모두 죽인 후 자살하고 만다. 나중에 마녀가 된 미키 사야카를 다시 마법소녀로 되돌리려 하다 실패하고 본인마저 희생하였으나, 그 후 큐베로부터 사쿠라 쿄코의 시도는 애초에 무의미하였다는 확실한 묘사가 나온다.
토모에 마미는 작중에서 나온 사쿠라 쿄코처럼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었으나, 유일하게 자신이 살기 위해 소원을 사용한 후, 마법소녀로써의 의무를 자각하고 미타키하라 시의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러나 이를 알고 있는 사람도, 같이 싸우는 동료조차 없었고, 마법소녀 후보인 마도카와 사야카를 만났지만 결국에는 혼자 싸우다 외롭게 죽고 만다.
아케미 호무라는 유일한 친구인 마도카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렸다. 시간을 되돌려도 호무라 자신은 계속 기억이 남기 때문에 계속 마도카가 죽는 운명을 보면서 마음이 마모되었으나, 마도카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 하지만 호무라가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마도카를 구할 수는 없었고, 그저 마도카의 인과율만 늘리는 결과가 되어버리고 만다.
카나메 마도카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마지막화에서 카나마 마도카의 희생으로써 마녀의 존재를 없애는 장면은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희생이었지만, 마도카의 희생은 애초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도카가 희생하지 않는다면 발푸르기스의 밤을 막지 못해 마도카와 호무라는 물론이고 가족들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속작인 <반역의 이야기="">를 토대로 마도카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가족, 친구,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대사를 통해 마도카가 정말로 원하던 희생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즉, 본인이 의지대로 희생을 한 것이 아니라 희생을 당한 것에 가깝다.반역의>
제작자가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를 통해 의도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가 아니겠지만, 마법소녀들의 이러한 작중 행적을 볼 때 희생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부정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희생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로 사고나 자연재해 따위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는다는 뜻도 있다. 현대인이 희생에 대해 점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볼 때, 과거의 사람들이 희생을 첫 번째 의미로 인식했다면, 현대인은 점점 두 번째 의미로 인식하는 단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교수님의 피드백
희생을 키워드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를 분석한 글입니다. 장르로서의 마법소녀물이 현대사회와 가지는 연결성을 먼저 서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키워드 설명 후에 일반적인 혹은 전체적인 마법소녀물에 희생이라는 키워드가 통하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야 이후 글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글은 장르에 대한 것보다는 특정 작품 분석에 가깝습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희생에 대한 인식이나 가치관이 바뀌었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 제시가 다소 불충분합니다. 여론조사나 실제 사건 등의 지표가 없이는 설득력을 높일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견 제시를 보다 분명하게 하고 그 주장의 근거나 논리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의견을 진술하라고 하면 일반적인 혹은 선언적인 되풀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포괄적이면서 추상적인 것으로 구체성이 떨어질 우려가 많습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나의 행동반경과 현실적인 카테고리 내에서 실천할 수 있고 해결 가능한 것을 찾아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으로 주장하는 것이 보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마법소녀>
이상 제출하신 과제 글에 대한 코멘트입니다. 전체적으로 정돈된 문장과 구성으로 이해하기 쉬운 논리적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코멘트를 참고하시면 보다 설득력 있고 풍부한 내용의 글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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