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기 (2)
첫 날은 새벽부터 일정이 있어서 금방 잠들었습니다. 10시 좀 넘어서 잤던 것 같네요. 평소에는 휴일이면 점심때까지 늘어지게 자지만, 여행을 가면 최대한 뽕을 뽑아야하니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침부터 돌아다니려면 역시 아침 식사를 해야겠죠. 호텔 조식이 너무 비싸지만 않으면 (대략 만원 이내) 저는 호텔 조식을 신청해 먹는 편입니다.
호텔 조식은 평범한 3~4성 비즈니스호텔 급이었습니다. 도쿄에서 방문했던 렘 플러스 긴자 호텔과 거의 비슷했어요.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간단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정도입니다. 반찬 중에서는 닭고기가 맛있더라구요.
후쿠오카 형무소
둘째날의 첫 일정은 후쿠오카 형무소였습니다. 왜 하필 그 많은 관광지를 놔두고 형무소를 가느냐? 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지난번 교토 여행에서 윤동주 기념비를 보고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걸 보고 난 후, 후쿠오카에 오게 되면 후쿠오카 형무소가 어떤지 한번쯤 봐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었다고 해도 현재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윤동주를 기리는 비석이나 장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온 김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후쿠오카 형무소는 후쿠오카 지하철 공항선 후지사키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습니다. 후지사키 역 주변에는 관광지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역 자체도 굉장히 낡았습니다. 마치 90년대 버스 터미널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후쿠오카 형무소는 후지사키 역 2번 출구로 나가시면 됩니다.
지하철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롯데리아였습니다. 일본에서 은근히 롯데리아가 자주 보이네요? 생각보다 잘 나가나봅니다.
롯데리아에서 조금 더 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후쿠오카 형무소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사진으로 볼 때 저 멀리 흰색 건물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후쿠오카 형무소입니다.
지나가는데 나무에 귤 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맺혀있어서 찍어봤습니다. 한겨울인데 열매가 열리네요?
형무소 근처라 주변이 황량할 줄 알았는데, 그냥 일반적인 주택가입니다. 한국에서는 교도소가 혐오시설이라 주민들의 거주지역에 있는 경우가 없는 걸로 아는데,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후쿠오카 형무소의 입구입니다. 생각보다 엄청 크네요.
제가 간 날이 주말이다보니 형무소 근처에는 사람 한명 보이지 않았습니다. 구글 지도상으로 보니 평일에만 개방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평일에는 아마 면회객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형무소 입구에는 이렇게 무단침입을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로 그 뒤에 자판기가 있네요. 이런 곳까지 자판기가 있는게 신기합니다.
후쿠오카 성터
후쿠오카 형무소를 둘러보고 나서는 어제 갔었던 후쿠오카 성터에 다시 왔습니다. 어제는 스탬프를 못찍었기 때문이죠. 다행히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금방 갔습니다.
후쿠오카 성터의 스탬프는 산노마루 스퀘어에 있습니다. 사실 여기 말고도 스탬프가 있는 곳이 2개 더 있는데, 지하철 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여기라서 여기로 왔습니다.
산노마루 스퀘어에 들어가서 스탬프를 문의하니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맞이해 주시더라구요. 관광할 때 도움이 되라고 지도까지 주셨는데, 어제 왔다면 좋았을 텐데요… 어제 이미 다 본 곳들이라 지도가 필요 없다는게 아쉬웠습니다.
텐진
후쿠오카 성의 스탬프를 찍고 나서는 텐진으로 갔습니다. 일단 슬슬 배가 고파지니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텐진 역에는 이렇게 VISIT KOREA YEAR라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광고 모델은 알파메일의 대명사 차은우네요. 이거 완전 허위광고 아닙니까? 진짜 한국인은 저렇지 않은데 (주륵)
텐진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에 신사가 보이네요. 일본은 이렇게 도심 한가운데 뜬금없이 신사가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돈카츠 와카바
점심은 텐진 근처의 유명한 돈까스 집인 돈카츠 와카바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도 유명한 가게이다보니 대기줄이 꽤 길었습니다. 그래도 가게가 작지 않아서 오픈하고나니 대기하던 사람 전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어째 현지인은 하나도 없고 손님들은 죄다 한국인이더라구요.
메뉴판은 일본어긴 한데 파파고를 동원하면 어떤 메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온 김에 가장 비싼 가고시마산 히레까스를 주문했습니다.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음식이 나오는데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도 다녀왔는데, 화장실 수도꼭지가 재밌게 생겨서 찍어봤습니다. 수도꼭지 부분에서 물이 나오는데요, 저러면 수도꼭지가 매번 물로 세척이 되다보니 위생적일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괜찮네요.
한참 기다리고 나니 음식이 나왔습니다. 밥과 샐러드, 된장국은 1번까지 리필이 된다고 합니다. 다만 고기의 양이 상당히 적어서 리필해도 먹을 반찬이 없을 것 같네요. 고기는 상당히 부드러워서, 지금까지 일본에서 먹었던 돈까스 중에 가장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글쎄요, 그냥 한국에 흔히 있는 일식 돈까스를 두 번 먹는게 낫지 않을까요?
점심을 맛있게 먹고 다음 관광지인 컬쳐 아츠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또 신사가 보이네요.
컬쳐 아츠
컬쳐 아츠는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레트로 콘솔 가게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국전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이곳이 재미있는 점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가게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실제 건물 입구도 그냥 일반적인 다세대 주택 건물입니다. 간판을 보건데, 컬쳐 아츠는 이 건물 3층에 있다고 하네요.
저는 일본어를 잘못읽어서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오라는 줄 알고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알고보니 내용은 정 반대로 계단이 아니라 엘레베이터를 이용해달라는 문구였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가게 들어가자마자 계단 이용하지 말라고 혼났네요;;
컬쳐 아츠는 306호실입니다. 가게 입구에는 주인장이 일본어밖에 하지 못하니,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번역기를 사용해서 대화해달라는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가게에는 각 기종별 굉장히 많은 게임팩과 콘솔이 있었습니다. 패미컴 게임팩부터 있더라구요. 최신 게임은 없었지만,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오실만 한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일단 가격이 싸지 않고 (솔직히 이 가격이면 국전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게가 비좁은데다, 주인장도 그다지 친절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고나서 조금 후회했네요.
쿠시다 신사
다음 일정으로는 쿠시다 신사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있는 위치가 참으로 애매해서, 걷기에는 상당히 먼데 근처에 지하철 역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버스를 이용했네요. 지하철 패스를 끊었기 때문에 가급적 지하철로 가고싶었지만…
니시테츠 버스 68번을 타면 쿠시다 신사 앞까지 갈 수 있습니다. 정거장 이름은 캐널 시티 하카타네요. 후쿠오카 버스는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구조입니다. 버스 기사가 젊은 여성분이라 놀랐네요.
쿠시다 신사 입구 근처는 평범한 상점가입니다. 신사 입구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파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사먹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점심을 먹은지 얼마 안지나서 그냥 패스했습니다.
입구만 보고 그냥 작은 신사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부는 넓었습니다. 입장료도 없어서 지나가다 들르기 좋은 곳이네요. 여기에 민비를 시해한 칼이 있다고 하던데, 저는 아무리 둘러봐도 못찾겠습니다. 인터넷에 미리 검색해보고 올걸 그랬네요.
신사에 거대한 조형물이 있던데 어디다 쓰는걸까요? 꼭 가마같네요.
일본 신사에는 이렇게 물이 나오는 장식이 많더라구요. 어딜 가도 이런 비슷한 장식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교토의 후시미이나리가 떠오르는 듯한 토리이 장식이 보였습니다. 어떤 일본 모델분이 기모노를 입고 여기서 사진을 찍고 가시더라구요.
신사 한쪽에 엄청 작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여기서도 물고기를 키우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저 좁은데서 살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밥을 주기는 하는건지 물고기들이 물가에 있는 이끼를 먹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신사 본당에서 박수 짝짝 치면서 기도를 하던데 저는 그게 뭔지 몰라서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종종 나오던데 일본 전통 문화인가보죠?
이렇게 조그만한 장식물도 있네요. 전 이런게 귀여워서 좋더라구요.
캐널시티 하카타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캐널시티 하카타입니다. 쿠시다 신사에서 조금만 걸어오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긴 대우건설에서 지은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이곳이 바로 캐널시티 하카타입니다. 기둥에 가려져서 잘 안보이는데, 저 뒤로 이름답게 운하가 흐르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기간이라서 그런지 뭔가 이벤트를 하고 있더라구요.
캐널시티 하카타는 오른쪽에 물이 흐르고 왼쪽에 상점가가 들어선 형태입니다. 현지인에게도 인기있는 장소인지 대부분의 가게에 줄이 길게 서있던데, 가게가 야외에 있다보니 춥거나 더우면 고생좀 할 것 같습니다.
건담 베이스 후쿠오카
사실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건담 베이스를 구경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의외로 건담 베이스가 일본에도 몇 없는 곳이더라구요.
후쿠오카의 건담 베이스는 가게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쪽에는 물건을 판매하지 않고 전시만 하고 있습니다. 수성의 마녀는 종영한지 오래되서 그런지 다른 작품의 건프라를 전시하고 있더라구요.
맞은 편에는 진짜 건담 베이스 입구가 있습니다. 전시하는 곳보다 공간이 꽤 커 보이더라구요.
도쿄점처럼 입장에 대기까지 걸리지는 않았지만, 입장할 때 “구입권”이라는 걸 배부하더라구요. 왜 주는가 싶었는데 아마 되팔이를 막기 위해서 주는 것 같습니다.
도쿄점에 갔을 때는 제대로된 킷이 없어서 실망했었는데, 여긴 HG, RG 뿐만 아니라 MG, PG 킷도 엄청 풍부해서 놀랐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건프라 살 돈을 들고올 껄 그랬네요… 건담 베이스는 면세도 되는데다 저 스리덤 PG는 없어서 못사는 킷이라고 하던데…
킷 뿐만 아니라 건프라 도색용 물감과 같은 도구들도 다양하게 팔고 있었습니다. 건프라 좋아하시는 분이면 구경만 하셔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수성의 마녀 킷들도 전부 있습니다. 캘리번이나 슈바르제테는 초기에 물량이 없어서 못사는 분들이 많았는데, 여긴 쌓아두고 팔만큼 넘치네요.
건담 베이스를 여유롭게 둘러본 다음에는 커피 한잔 하며 쉴 겸 다시 하카타역으로 향했습니다.
지나가다 한글이 보여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한국식 합석 술집인 오빠 라는 곳이 보이네요. 어떤 곳일까 한번 쯤 가보고 싶었는데, 보통 이런 합석 술집은 혼자는 못가는 곳이라 아쉬웠습니다. (근데 구글 지도로 찾아보니 폐업했다네요…)
코메다 커피
숙소 주변에 스타벅스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예전에 나고야에 갔을 때 맛있게 먹었던 오구라 토스트를 팔던 코메다 커피가 숙소 주변에 있어서 여기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나고야에서는 모닝 세트로만 먹었지만, 단품 메뉴로도 팔고 있더라구요.
코메다 블랜드 커피 큰 사이즈와 오구라 토스트를 주문했습니다. 오구라 토스트는 무려 4개나 들어있더라구요. 코메다 블렌드는 설탕을 넣지 않고 먹었더니, 토스트의 단 맛과 잘 어울려서 너무 맛잇게 먹었습니다. 일본 갈 때마다 코메다 커피는 꼭 들러야겠습니다.
시후도
어제 이 이자카야가 너무 괜찮아서, 오늘도 또 왔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웨이팅이 없더라구요.
어제는 몰랐는데, 알고보니 이 가게에 한국어 메뉴판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확인해보니 2시간 음료 무제한 메뉴가 있었습니다! 1명당 1900엔이긴 한데, 생맥주 한잔에 600엔 정도 하니까 3잔 마시면 본전, 4잔부터 이익입니다. 물론 4잔 이상 마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음료 무제한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종류도 다양해서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습니다.
역시 이 가게는 500엔 사시미 모둠으로 시작해야겠죠.
어제랑 회의 구성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그날그날 들어온 신선한 회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단돈 5천원 정도인데 이정도면 정말 혜자지요. 한국에 있었다면 매일 갔을 만한 곳입니다.
일본 소주 소다와리로 주문했습니다. 일본 소주는 청주 향이 강하게 들어서 호불호가 좀 갈리는데, 소주를 타 마시니까 청주 향이 많이 희석되서 마시기 편했습니다. 앞으로도 일본 소주를 마실 일이 있으면 소다와리로 시켜야겠네요.
술은 뭔지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소주 미즈와리인 것 같습니다. 안주는 다 먹어서 군만두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은데 가격은 600엔이나 하더라구요. 이건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켰던 안주는 “어부의 안주” 라는 메뉴였습니다. 이건 어부가 남은 물고기 부속을 한데 구워먹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데요… 쉽게 설명드리면 생선 구이 모듬입니다. 비주얼이 좀 그렇긴 하지만, 은근히 뜯어먹을게 많아서 가성비가 정말 괜찮았습니다. (480엔) 생각보다 짭짤해서 술 안주로 딱 적당하더라구요. 술은 레몬 샤워, 진저하이볼 등등 여러잔 더 마셨습니다. 어지간해서 해외에서는 만취할 정도로 마시진 않는데, 음료 무제한의 뽕(?)을 뽑기 위해서 엄청나게 마셨네요. 어떻게 호텔에 들어갔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후쿠오카에서 둘째 날이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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