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의 일정은 원래 후쿠오카 근교로 나가 시모노세키까지 찍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전날 과음을 했던 탓인지 멀리까지 나가기가 굉장히 귀찮아졌고, 어차피 휴가겸 힐링하러 온건데 그냥 느긋하게 쉬다 오는 것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정을 변경하였습니다. 대신 가보고싶었던 다자이후 천만궁을 보고, 돈키호테에서 면세 쇼핑을 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아침은 조식으로 시작했습니다. 메뉴가 조금 바뀌어서 오늘은 고등어 구이가 있더라구요. 근데 사실 밥보다 오른쪽 그릇에 있는 빵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설탕을 뿌린 것 같은데 굉장히 달고 부드럽더라구요. 그냥 빵식으로 먹을걸 그랬습니다.

다자이후 천만궁으로 가는 길

다자이후 천만궁은 후쿠오카 근교에 있기 때문에 지하철로는 갈 수 없고, 니시테츠선을 타고 가야합니다. 그래서 첫 날 지나쳤던 하카타 지상 역사로 갔습니다.

니시테츠선은 그 요금이 생각보다 비싼데, 다행히 지하철 1일권과 결합한 패스가 있습니다. 이 패스는 매표기에서는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하카타 역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셔야 합니다.

제가 구입한 패스의 이름은 후쿠오카 투어리스트 시티 패스입니다. 생김새가 특이한데, 열차를 타러 갈 때는 이걸 직접 직원한테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패스의 개시는 복권을 긁듯이 사용자가 직접 날짜를 긁어야하는데, 실수로 날짜를 2개 겹치게 긁게 되면 바로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에 조심히 긁으셔야 합니다.

패스를 끊은 이유는 가는 경로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니시테츠 역에서 바로 다자이후로 가는 열차는 없고, 지하철을 타고 야쿠인 역으로 가서 환승을 해야 합니다. 지하철은 한번 타는데 200엔 정도가 들기 때문에, 왕복 지하철 비 + 시내 돌아다니는 비용을 모두 고려한다면 맘 편하게 패스를 끊으시는게 좋습니다.

야쿠인 역에 도착하여 니시테츠 텐진오무타선을 탑승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원래 다자이후로 가기 위해서는 니시테츠후쓰카이치 역으로 가서, 다자이후행 열차로 환승해야하는데, 운이 좋게도 다자이후행 급행 열차가 들어와서 편하게 환승 없이 다자이후로 갈 수 있었습니다.

다자이후 역은 관광지라 그런지 다른 역과는 다른 디자인의 안내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광객이 많은 기차역치고 굉장히 낡고 작더라구요. 이전 사진에서 안내판을 저런 각도로밖에 못찍은 이유도 플랫폼이 좁아서 그랬습니다. 이용객이 이렇게 많은데 확장 공사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네요. (이런 점은 한국이 확실히 좋긴 합니다.)

근데 또 외부에서 보면 역사가 괜찮아보입니다. 외부만 리모델링을 한걸까요?

아침 시간인데도 다자이후로 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물론 관광객의 대부분은 한국인입니다. 관광지 답게 주변에 상점가가 늘어져 있는데, 교토에서 한 번 데이고 난 뒤로는 관광지 가게는 절대 이용하지 않습니다…

다자이후 역에서 다자이후 텐만구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주변 구경하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도착해있습니다.

가는 길에 호수가 하나 있네요. 분위기는 예전 가마쿠라에서 봤었던 쓰루가오카하치만구와 비슷합니다.

이곳이 다자이후 텐만구 입구인데, 관광지 답지 않게 입장료가 없습니다! 후쿠오카 관광지는 입장료가 없는게 너무 좋네요.

눈앞에 보이는 메인 본당에서는 무슨 의식 같은 것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시면 본당 앞에 줄이 쭉 서있었는데, 한 명씩 앞으로 나오면 무당(?) 분이 세례(?)를 내려주시더라구요. 다자이후 텐만구가 학문의 신을 모시는 곳이라 아마 합격의 가호를 받는게 아닐까요?

신사를 왔으니 오미쿠지 한번은 해봐야겠죠. 특히 저도 학문쪽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학문의 신을 모시는 이곳에서의 오미쿠지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긴장하고 하나를 뽑았습니다.

생각보다 오미쿠지가 조촐합니다. 백 엔짜리라 그런걸까요. 결과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곳저곳 퍼트리면 운이 떨어질거라고 써있었거든요 ㅎㅎ

일본 신사에서는 자신의 소원을 적어서 걸어둘 수 있는 나무 조각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진 그냥 큰 의미가 없어서 지나쳤지만, 학문의 신이 관장하는 신사에 왔으니 저의 졸업을 이루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저도 큰 맘 먹고 구매했습니다. 1개당 천 엔에 판매하고 있으며, 싸인펜으로 자신의 소원을 적은 후 원하는 곳에 걸고 오면 됩니다. 저 말고도 다른 한국인 분들도 많이 걸고 오신 것 같습니다. 다만 대부분 시험 합격을 소원으로 거셨더라구요.

텐만구 안에 흐르는 웅덩이에는 역시 물고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웅덩이 안에 흰색으로 반짝반짝하는 것들은 1엔짜리 동전입니다. 물고기가 동전을 먹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텐만구 내부는 그렇게 넓지 않아서 슥 둘러보면 금방 둘러볼 수 있습니다.

텐만구 구경이 끝나고 나오니 규슈국립박물관을 알리는 간판이 보입니다. 일본 내에서 꽤 유명한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저는 박물관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갔습니다.

Gyoza & Ramen Danbo

텐진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서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뭘 먹을까 하다가, 주변에 평점이 괜찮은 라멘집이 있길래 그 곳으로 갔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일본 라멘이 입맛에 맞았던 경우가 거의 없어서 조금 걱정되긴 했는데, 후쿠오카가 라멘으로 유명한 곳이다보니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 더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가게 이름은 교자 & 라멘 단보 라는 곳입니다. 이름 그대로 교자와 라멘을 파는 곳입니다. 제가 일본식 교자는 엄청 좋아해서 기대가 되었습니다.

마침 가게에 점심 세트 메뉴가 있더라구요. 볶음밥 + 교자 + 샐러드 + 라멘을 합쳐서 천 엔 정도였는데, 가성비는 매우 괜찮았지만 맛은 그저 그랬네요. 라멘은 엄청 짰었고, 볶음밥은 밍밍하고, 교자는 양이 너무 적었습니다. 예전에 나고야에서 무작정 들어갔던 타이완 라멘 + 볶음밥 세트를 넘을 수가 없네요.

점심을 어찌어찌 먹고 쇼핑을 하러 돈키호테로 갔습니다. 돈키호테로 가는 길에 애플 스토어가 보여서 한 컷 찍어봤습니다.

돈키호테 앞에는 웬 케이크 자판기가 있더라구요. 그것도 에반게리온 컨셉으로? 십자 모양에서는 각 캐릭터의 컨셉에 맞는 케이크가 있었고, 네 귀퉁이에는 랜덤 맛이 있었습니다. 아야나미 레이맛 케이크는 무슨 맛일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는데, 그 궁금함의 가치가 1200엔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사진만 찍고 지나갔습니다.

돈키호테 후쿠오카 텐진 본점

다음 날이 귀국날이라 미리 쇼핑을 하러 돈키호테에 왔습니다. 돈키호테의 장점은 물건의 종류가 많다는 것과 면세가 간편하다는 것인데, 그래서 저는 보통 술을 사러 옵니다. “본점”이라고 해서 얼마나 술의 종류가 많을까 기대하면서 왔는데, 생각보다 술의 종류가 많지 않더라구요. 물건이 다양하게 많이 있긴 했습니다만 외국인 입장에서 살만한 것은 딱히… 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차라리 돈키호테 나카스 점으로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냥 밖으로 나와서 돈키호테 나카스 점까지 걸어갔습니다. 이 거리가 꽤 애매한데, 텐진에서 나카스로 가는 지하철 직행 노선이 없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야하는데, 텐진과 나카스를 잇는 지하 상가가 있길래 저는 그곳을 통해서 나카스로 갔습니다. 생각보다 엄청 넓더라구요. 한 20분 걸은 것 같습니다.

코메다 커피

하루 일정이 대충 마무리되었으니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하러 하카타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코메다 커피에 갔습니다.

메뉴는 동일하게 코메다 블랜드 큰 사이즈와 오구라 토스트를 주문했습니다.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달콤한 토스트와 쓴 커피를 마시니 피로가 조금 풀리는 것 같네요.

휴식

커피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호텔 로비에 숙박객이 먹을 수 있도록 에그타르트와 커피 머신이 놓여 있네요. 방금 커피와 간식을 먹고온 참이라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안먹으면 손해인 것 같아서 하나씩 들고 왔습니다. 맛은 평범했습니다.

이 날은 초저녁부터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원래라면 호텔에서 쉬다가 다른 곳을 돌아다녔을 것 같은데, 비가 오니까 나가기가 정말 싫더라구요. 어차피 딱히 가고싶은 곳도 없었기 때문에 쿨하게 호텔에서 밤까지 뒹굴거렸습니다. 이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유튜브에 재밌는 동영상이 많이 올라왔더라구요.

시후도

아무리 호텔에서 쉰다고 해도 이자카야는 꼭 가야했기에 마지막까지 시후도로 왔습니다.

근데 크리스마스 이브라 그런지 초저녁부터 만석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예약을 걸어놓고 다시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시간이 되서 시후도에 입장한 후, 매일 시키던 모둠회를 시켰습니다. 오늘도 회의 종류가 조금 바뀌었는데 역시 질이 좋네요!

이번에는 뜨거운 사케를 한번 시켜봤습니다. 병이 그다지 크진 않았지만 저기에 가득 담아주더라구요. 근데 병이 너무 뜨거워서 따르는데 애 좀 먹었습니다.

다음 안주로는 치킨 난반을 주문했습니다. 이것도 후쿠오카에서 꽤 유명한 요리로 알고있는데, 그냥 순살 치킨에 타르타르 소스를 올린 맛이더라구요. 맛은 있었습니다.

치킨을 먹으니 맥주가 땡겨서 다시 생맥주 한잔을 시켰어요.

치킨 난반을 먹고 다음 안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대표 메뉴인 하카타류 짚불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여러 가지 부위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먹기 힘든 우설을 주문했어요. 우설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유튜버인 유우키씨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해서 어떤 맛인지 궁금했거든요.

우설 구이는 가격이 조금 비싼데,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질겼습니다. 소고기 하면 부드러운 고기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식감이 조금 어색했습니다. 제 취향은 아닌 것 같아요.

마지막 날이라 조금 많이 시켰더니 5천엔이 넘게 나와버렸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좀 덜쏘다녀서 그런지 돈이 많이 남아서 상관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많이 시켜서 그런지 이 날은 종업원이 밖으로 나와서 고맙다고 하면서 배웅해주더라구요 -_- 이건 좀 신기한 경험이네요. 일본 사람들은 안주를 많이 안시킨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이렇게 후쿠오카에서 마지막 밤이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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