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은 쉬는 날이 많지 않습니다. 학기 중에는 외부 강의도 나가기 때문에 휴가를 가기도 힘들고, 그나마 방학 중에는 어떻게 시간을 내면 쉴 수 있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한테 명절과 같은 연휴는 황금같은 기회입니다. 마침 설 연휴가 삿포로 눈 축제 기간과 겹쳤기 때문에, 이번에는 삿포로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저한테 좋은 기회는 남들한테도 좋은 기회라서 그런지, 비행기 값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비쌌습니다. 인천 ↔ 삿포로 구간 왕복 항공권이 80만원이 넘을 정도더라구요. 요즘 워낙 일본이 인기가 많은 여행지다보니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보다 2배 더 걸리는 방콕 항공권도 이정도는 아닌데요 -_- 하지만 저한테 다른 선택지가 있겠습니까? 눈물을 머금고 표를 구매해서 떠났습니다.

삿포로까지 이동

저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아침 첫 비행기로 출국하는 일정을 만듭니다. 다만 삿포로 첫 비행기는 다른 비행편에 비해 조금 늦은 시간(오전 9시 쯤)이라 지하철로도 갈 수 있긴 했지만, 부족한 잠을 차 안에서라도 때우기 위해 조금 비싸더라도 공항 리무진을 이용하였습니다.

인천공항은 매우 북적거렸지만, 요즘에는 자동 출입국 심사를 사용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출국 수속이 엄청 빠르게 끝났습니다. 저는 보통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데, 출국 수속이 다 끝나도 1시간이 조금 넘게 남았더라구요.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간단하게 식사라도 할까 했는데, 공항 식당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예전 나고야 갈 때는 싼 값에 라면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는데, 출국 게이트를 넘으니 그런 곳은 없더라구요.

그래서 주변에 있던 던킨 도너츠에서 커피와 도넛 두 개를 사서 요기를 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싼건 아니네요? 해피포인트 + SKT 통신사 할인을 다 받고도 8천원 쯤 했습니다. 뭔 빵쪼가리가 이렇게 비싼지…

도넛과 커피를 먹으며 기다리다보니 어느덧 수속 시간이 왔습니다. 성수기라 그런지 단거리 비행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보잉 747이 배정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좋은건 아닌게 탑승객 줄이 엄청나게 깁니다. 그래서 그냥 남들 다 탈때까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줄이 다 빠질때 쯤 탑승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기내식은 예전에 먹었던 불고기 잡채밥이었습니다. 이것도 벌써 세 번째 먹는 기내식이네요. 맛은 먹을만 한데 조금 느끼해서 고추장을 발라먹었습니다.

드디어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왜 이름이 신치토세 공항일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예전에 치토세 공항이 있었다고 하네요. 새로 만든 치토세 공항이라 신치토세 공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여튼 중요한건 이게 아닙니다. 입국 수속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는데, 비행기가 워낙 크다보니 수하물을 찾는데 정말 엄청난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수하물 기다리는 것만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습니다.

수하물을 찾은 다음에는 한국에서 미리 구매했던 삿포로 - 노보리베츠 에리어 패스를 교환하러 미도리노마도구치로 갔습니다. 예전 간사이 공항만큼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도 패스 교환 줄은 생각보다 길더라구요. 여기서도 거의 30분 정도 기다려서 간신히 교환했습니다. 몇 푼 아끼겠다고 이게 무슨 고생인지…

삿포로 역으로 가는 길에 이니스프리 매장을 보고 반가워서 찍어봤습니다. 저도 기초 화장품은 전부 이니스프리 제품을 쓰는데, 일본에서도 꽤 유명한 브랜드인가 보네요.

드디어 삿포로 역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JR 삿포로 역과 지하철 삿포로 역 사이의 길이가 생각보다 기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다이와 로이넷 호텔 삿포로 - 스스키노

숙소를 예약할 때, 삿포로 숙소는 스스키노 근처에 잡는 것이 좋다고 해서 스스키노 주변 호텔을 찾아봤습니다. 여행 6개월 전에 예약하는 것임에도 생각보다 방이 많지 않더라구요. 다행히 스스키노 역 주변에 괜찮은 호텔을 찾았는데, 성수기라 그런지 호텔 값이 정말 어마어마 했습니다. 1박에 15만원 정도가 들었는데, 지금까지 묵었던 호텔 중 가장 비싸게 지불하게 되었네요. 위치는 지하철 도호선 호스이스스키노 역 3번 출구 바로 앞입니다. 1층에는 세븐 일레븐이 있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로손도 있습니다.

이 호텔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부터입니다. 아침 9시 비행기로 출발했는데도 중간중간에 딜레이가 많이 생겨서, 호텔에 도착하니 벌써 체크인 시간이 되었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체크인을 신청했습니다. 제가 배정받은 방은 801호였습니다. 방 컨디션은 괜찮았는데, 바로 옆에 코인 세탁기가 있어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때문에 밤에는 조금 시끄러웠습니다.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방 크기가 크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묵었던 방 중에 가장 큰 것 같네요. 비싼 만큼 그 값을 하네요.

욕실 크기도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욕조도 있어서 매일 밤 편안하게 목욕을 즐길 수 있겠네요.

객실 뷰는 평범한 빌딩 뷰입니다. 근데 눈이 쌓여있어서 그런지 꽤 멋지더라구요. 사실 거의 커튼을 닫고 지내서 볼 일이 거의 없긴 했습니다.

이제 호텔의 단점을 말해보자면 첫째로 안전 금고가 없습니다. 그렇게 엄청나게 비싼 물건은 없었지만, 그래도 외출할 때는 가급적 짐을 적게 가지고 외출하는 터라 안전 금고가 없으니 조금 불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외출 시 귀중품을 캐리어에 넣어두고 다녔습니다.

두 번째 단점은, 이 호텔은 1인으로 예약하면 어매니티도 1인분만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물, 타올, 수건 같은 것을 딱 1개씩만 줍니다. 보통 다른 호텔들은 1인으로 예약해도 어매니티를 2인분을 주는데,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당황스럽네요. 물 하나, 타올 하나 더 주는게 뭐가 어려운지… 저는 샤워를 하루에 두 번씩 하는데, 이것 때문에 타월 하나로 2번을 돌려썼습니다. 물도 부족해서 편의점에서 추가로 구입했네요.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까지 이동

호텔에서 잠깐 쉬니 어느덧 오후 3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쉬기만 하다가 하루를 날릴 것 같아, 피곤하지만 바로 관광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방문하기로 결정한 곳은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였습니다. 예전에 시로이 코이비토를 맛있게 먹었는데, 시로이 코이비토의 본고장이 바로 홋카이도입니다.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는 지하철 토자이선의 종점인 미야노사와 역 근처에 있습니다. 스스키노에서 대충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의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5시라 서둘렀습니다.

조금 걷다보니 저 멀리 CHOCOLATE FACTORY라는 간판이 보이네요.

가는 길에 정말 놀란게, 눈이 엄청 높게 쌓여 있었습니다. 홋카이도가 원래 눈이 많이 온다는 것은 알고 있긴 했는데, 상상 이상이네요. 기본적으로 제 가슴 부근까지 눈이 쌓여있는데다, 도로에 있는 눈을 변두리로 밀어넣은 경우에는 더 높아서 거의 2m 가까이 되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도착한 것 같습니다.

이곳이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의 입구입니다. 다른 관광객 분들은 여기서 사진을 찍고 가시더라구요. 찰리의 초콜릿 공장처럼,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이 보였습니다.

이 곳은 유료 구역과 무료 구역이 나뉘어 있는데, 핵심적인 관광 시설은 전부 유료 구역입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제조 공정 정도는 보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도 아깝지만 800엔을 내고 유료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티켓을 구매하면 관광 안내 설명서와 시로이 코이비토 1개를 줍니다.

유료 구역으로 들어가니 이것 저것 볼게 많았습니다. 다만 대부분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 저한테는 별로 흥미가 없었고, 이렇게 시로이 코이비토의 제조 공정을 직접 보는 것이 그나마 흥미로웠습니다.

이건 18K 금으로 만든 시로이 코이비토 박스라고 하네요.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습니다. 저녁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어서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시로이 코이비토 공장에서 만든 특제 초콜릿 파르페가 있는 것 아닙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이걸 안먹고 갈 수는 없죠. 네, 남자 혼자서 파르페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가격은 800엔이었습니다.

파르페를 먹고 나오는 길에 기념품 샵이 있었습니다. 어떤걸 파는지 구경했는데, 정말 별걸 다 팔고 있더라구요. 시로이 코이비토 모양의 열쇠고리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티셔츠와 쿠션, 태피스트리는 광기에 가깝네요 -_- 시로이 코이비토 직원도 저건 안사지 않을까요?

시로이 코이비토에서 만든 술도 있더라구요! 다른건 몰라도 이건 맛이 좀 궁금해서 사볼까 했는데, 안타깝게도 면세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스킵했습니다.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의 무료 구역은 이렇게 사진을 찍기 좋은 스팟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엄청 좋아하던데, 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그저 그랬습니다.

Rojiura Curry SAMURAI

시로이 코이비토 파크를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삿포로 역에 도착할 때 까지는 도저히 못기다리겠어서,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봤습니다. 삿포로는 스프카레가 유명하다던데, 마침 주변에 평이 괜찮은 스프카레 식당이 있어서 방문해봤습니다.

스프카레를 처음 먹어보는데, 그럴 때는 역시 대표 메뉴를 시켜야겠죠. 가게 인기 No.1 이라고 자랑하는 치킨 + 20가지 야채가 포함된 스프카레를 주문했습니다. 모양이 메뉴판의 사진과 완전 똑같은 것에서 한 번 놀랐고, 맛에서 두 번 놀랐습니다. 일본에서 카레를 그렇게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여기 카레는 입맛에 딱 맞네요. 양도 엄청 푸짐해서 제가 다 못먹을 정도였습니다.

삿포로 TV 타워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오도리 역에서 내려 삿포로 TV 타워 쪽으로 나왔습니다. 삿포로 눈 축제가 여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산책 겸 구경해보려고 했습니다.

삿포로 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눈으로 다양한 조각상을 만들어서 전시한다는 것입니다. 조각품은 그 아래쪽에 어느 단체에서 조각했는지 나와있는데, 지역 단체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서도 굉장히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포켓몬과 같은 반가운 조각상도 보였구요,

일본식 성처럼 눈으로 걸작을 만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근데 이거 오사카 성인가요?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이건 어디선가 본 적 있었는데 알고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유바바네요.

블루 아카이브 조각상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다마고치 조각상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저는 다마고치가 옛날 물건이라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멀쩡하게 회사가 있더라구요? 심지어 이 조각상 옆에 다마고치 가판대가 있어서 실제로 다마고치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가격은 1500엔 정도로 의외로 그렇게 비싸진 않았는데, 제가 저거 사서 얼마나 할까 싶어서 그냥 참았습니다. 근데 지금 글을 쓰면서 보니 다시 갖고 싶네요… 살껄 그랬나?

여기도 “축제”이다보니 축제 음식도 팔고 있었습니다. 근데 전 저녁을 방금 먹고와서 축제 음식까지 먹을 배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축제 음식이라 그런지 가격도 꽤 비쌌고, 굳이 삿포로가 아니라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더라구요.

눈 축제를 다 보고 돌아갈까 하는 순간 노면 전차가 지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데, 저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거다보니 이게 엄청 신기하더라구요. 세상에, 도로에 철로가 있고 전차가 거길 지난다고? 솔직히 눈 축제 조각상보다 이게 더 신기했습니다 -_-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돈키호테에 들러서 입욕제를 구매했습니다. 제가 4박 5일 일정인데, 마침 4개 묶음으로 파는 입욕제가 있더라구요. 홋카이도산 우유로 만든 입욕제라는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구매해봤습니다.

토리키조쿠

호텔에서 목욕을 하고 좀 쉰 다음, 호텔 주변에 토리키조쿠가 있길래 방문했습니다. 이 곳은 체인점이긴 한데, 야키토리를 꽤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운이 좋게 웨이팅이 없어서 바로 입장했습니다. 일단 메가 사이즈 생맥주가 있길래 그거부터 시켜봤습니다.

먼저 안주로는 타코와사비를 시켜봤습니다. 뭔가 했더니 그냥 문어회입니다. 저 초록색 덩어리가 와사비인데, 다 먹기에는 너무 맵더라구요. 그래서 회 한조각 + 와사비 조금 그런식으로 먹었습니다.

야키토리도 주문했습니다. 하나는 양념맛, 하나는 소금맛인데, 둘 다 너무 맛있더라구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여행 기간 내내 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야키토리 2꼬치에 360엔입니다! (약 3천원)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세븐 일레븐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습니다. 세븐일레븐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어요. 근데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합니다. 350엔 정도 하는데, 평소에 이 가격에 사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긴 하네요.

이렇게 삿포로에서의 첫 날이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