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은 삿포로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비에이, 아사히카와, 후라노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이 지역은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해서 대부분의 여행각 분들이 버스 투어를 이용합니다. 저는 어지간하면 자유 여행을 선호하긴 하지만, 가격으로 따져보나 시간대비 효율로 따져보나 버스 투어가 압도적으로 유리했기에 저도 버스 투어를 통해 다녀왔습니다.

버스 투어의 집합 시간이 오전 7시 30분이었기 때문에 엄청 일찍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호텔 조식이 7시 부터 시작인데, 조식을 먹고 가다가는 집합시간을 못맞출 것 같아 스킵했습니다. 대신 전날 사놓은 편의점 빵을 대충 먹고 집합 장소인 삿포로 역 북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이용한 여행사는 여행 한 그릇이라는 곳인데, 이 여행사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여행사가 이곳에서 집합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합니다. 게다가 이 날은 눈도 엄청나게 내렸습니다.

버스 투어에서 이용하는 버스는 저희가 흔히 알고 있는 관광버스입니다. 리무진 버스 만큼은 아니지만, 관광버스도 좌석의 넓이가 적지 않아서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여행사에서 인원을 꽉꽉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여유롭게 모집해서 가기 때문에, 저는 2자리를 혼자 차지해서 굉장히 쾌적하게 이용했습니다.

제가 신청한 버스 투어의 일정입니다. 이 중 세븐 스타 나무와 오야코 나무는 폭설로 인해 이 날은 가지 못했습니다.

먼저 첫 일정인 스나가와 하이웨이 오아시스라는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삿포로 지역을 벗어나면 이동시간이 굉장히 길어지는데, 화장실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중간에 휴게소를 들른다고 합니다.

저도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에 물을 안가져와서 자판기에 가봤는데, 처음 보는 이로하스 포도맛이 보였습니다. 보니까 홋카이도 한정 제품인 것 같네요. 과연 어떨까 궁금해서 바로 구매해봤는데, 생각보다 엄청 맛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복숭아 맛보다 더 맛있었어요.

휴게소에 들른 다음에는 켄과 메리의 나무를 보러 1시간 반 정도 더 이동했습니다. 고속도로 구간에 진입하니 이렇게 눈과 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풍경이 계속 되더라구요.

켄과 메리의 나무

가장 먼저 방문한 관광지는 켄과 메리의 나무였습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냐면, 과거 닛산에서 이 나무를 배경으로 광고를 촬영했는데, 그 광고에 등장한 인물이 켄과 메리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변 다른 나무들은 줄기가 하나인 나무인데, 이 나무는 자세히 보시면 중간부터 나무가 두 줄기로 나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관광을 마친 다음에는 비에이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중에 건널목에 열차가 지나가서 잠시 멈췄는데, 신기하게도 1량짜리 열차가 다니네요. 아마 관광 열차로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 여행으로 왔으면 한 번쯤 타봤을 텐데 아쉽네요.

마사짱 스시

비에이에 도착한 후에는 각자 식사를 할 수 있는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가이드 분이 비에이의 유명한 맛집을 여러 군데 소개해주셨는데, 저는 이왕 일본까지 온 김에 해산물이 먹고 싶어서 유일한 해산물 가게인 마사짱 스시로 갔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열심히 뛰어갔더니 대기가 없더라구요.

자리에 앉으면 점원 분께서 따뜻한 녹차와 메뉴판을 함께 주십니다. 한국어 메뉴판은 따로 없지만, 영어가 적혀있으니 주문하는데 어렵지는 않습니다.

메뉴는 초밥과 카이센동 종류로 나뉘어 있는데, 들어가는 해산물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저는 초밥보다 카이센동이 더 괜찮은 것 같아서 카이센동 메뉴 중 가장 비싼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가격은 2천엔입니다. 맛은 그냥저냥 무난했습니다.

식사를 한 뒤에는 조금 여유가 생겨서 비에이를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조금 했습니다. 관광지이다보니 주민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길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관광객이고 현지인은 못 본 것 같습니다.

café Biei Hills

시간도 남고 디저트도 좀 먹고 싶어서 비에이 역 앞에 있는 카파에 방문했습니다. 커피를 팔기도 하는데 문 앞에서 아이스크림 광고를 하길래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홋카이도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는데 가격은 450엔입니다. 맛은 있긴 했는데 역시 조금 비싼 감이 있네요.

집합 장소인 비에이 역은 크기가 굉장히 작은 소형 역사입니다. 근데 일본에서 이 역이 그렇게 이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때는 별로인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 나무

점심을 먹고 나서는 크리스마스 나무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왜 크리스마스 나무냐면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크리스마스 트리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주변이 죄다 논밭인데도 이걸 보러 온 관광객이 많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무가 서있는 땅의 소유주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이런 경고 문구가 군데군데 있었습니다. 가이드 분 말로는 땅 주인이 나무를 베어버릴까 고민중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 나무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긴,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을 만 한 것 같습니다.

나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택이 있는데, 아마 이 곳이 주인분이 사는 곳이겠죠? 이 나무를 보러오는 길에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죄다 관광버스나 자차를 끌고 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차량들로 인한 소음도 큰 편입니다.

크리스마스 근처에 이렇게 나무 하나가 또 달랑 서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신기하게도 홋카이도에는 이런 풍경이 꽤 자주 보였습니다.

탁신관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탁신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일본의 사진가인 마에다 신조가 홋카이도 비에이에 여행한 후 이 곳의 매력에 빠져 계속 살다가 죽었다고 하는데, 탁신관은 마에다 신조 사후에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탁신관의 건물은 꼭 교회처럼 생겼습니다. 근데 의외로 예전에는 이곳이 초등학교였다고 하네요.

안에는 직원들이 마에다 신조의 작품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유리창에도 마에다 신조가 작성한 글귀가 붙어있네요.

탁신관 옆에는 자작나무 숲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더라구요. 이 곳의 모습은 마치 교토에서 방문했던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같았습니다.

자작나무 숲까지 본 다음에는 근처를 돌아다녀봤는데, 나무가 일렬로 심어진 모습이 신기해서 한 컷 찍어봤습니다.

탁신관 구경이 끝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창 밖에는 눈 밖에 안보이네요.

흰수염폭포

다음으로 방문한 관광지는 흰수염폭포입니다. 탁신관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은데, 구글 맵으로 봐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만큼 썰렁한 곳입니다.

차에 내릴 때는 아무것도 안보였는데, 가이드 분이 이 관광지는 저 다리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곳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다리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본 모습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날씨에도 물이 얼지 않고 흐르고 있었는데요, 가이드 분 설명으로는 저 물의 온도가 차갑지 않고 40~60도 정도 되기 때문에 이 날씨에도 얼지 않는 것이라고 하네요. 아마 온천수 비슷한 것이겠죠?

가이드 분이 알려주신 또 하나의 정보로, 이 자판기가 일본에서 꽤 유명하다고 합니다. 유명하다니까 사진 한 장 찍어놓긴 했는데, 솔직히 왜 유명한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판매하는 제품이 특이한 것도 아니던데 왜일까요? 단순히 흰 자판기와 빨간색 자판기가 일렬로 늘어져 있어서??

닝구르 테라스

마지막으로 방문한 관광지는 후라노에 있는 닝구르 테라스였습니다. 이 곳은 숲 속에 있는 오두막에서 수제로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한 쪽에는 호텔과 스키장이 있어서 대비가 되는 곳이었습니다.

오늘 투어에서 가장 별로였던 곳을 꼽자면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사람은 득실거리는데, 솔직히 뭐가 볼만한 곳인지도 모르겠고, 슬슬 날은 어두워지는데 배는 고프고, 주변에 편의점은 없고… 그냥 10분 둘러보다가 재미가 없어서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만약 버스 투어가 아니라 개인 관광으로 오시는 분이라면 이 곳은 스킵하시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다시 삿포로로

닝구르 테라스 관람까지 끝난 후에는 버스를 타고 다시 삿포로로 돌아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마찬가지로 중간에 휴게소를 들렀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휴게소에서 카레빵을 하나 사먹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카레빵인데 너무 맛있더라구요…

삿포로에 도착한 후에는 스스키노에서 하차할 지, 출발지인 삿포로 북광장에서 하차할 지를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스스키노에서 하차한다고 하면 제가 묵고 있던 다이와 로이넷 호텔에서 하차를 시켜주더라구요!

토리키조쿠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밤이었지만, 역시 이전 날들과 마찬가지로 토리키조쿠로 갔습니다. 토리키조쿠 너무 좋아~

어제 양배추를 너무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양배추와 메가 사이즈 생맥주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두 번째 안주로는 가라아게를 주문했는데 이건 생각보다 별로더라구요… 역시 야키토리 전문 가게에서는 야키토리만 시켜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안전빵인 야키토리 2세트를 주문했습니다. 하나는 양념, 하나는 소금입니다!

술이 부족해서 이번엔 메가 사이즈 레몬 샤워를 주문했습니다.

여기까지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김에 편의점에 또 들렀습니다. 아이스크림이 땡겨서 카카오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이것도 맛있더라구요. 가격은 397엔으로 가게에서 파는 소프트 아이스크림보다 조금 싼 가격입니다.

그리고 국물 있는 음식이 땡겨서 컵라면을 하나 구매했는데… 역시 일본 라멘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또 깨닫고야 말았습니다. 포장지만 보고 엄청 담백해보여서 하나 사봤는데, 엄청 짰습니다… 면만 좀 건져먹었네요. 다음에는 절 때 라면을 구매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이렇게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밤이 끝났습니다. 내일이면 귀국하는 날이 되겠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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