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차는 훈련소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입니다. 이때쯤이면 달력에 매직으로 X표를 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슬슬 좀있으면 다시 사회로 돌아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는 수료일까지 날짜를 셌다면, 이제는 시간 단위로 세는 시기가 옵니다. 분대장과 교관들도 이제 곧 나갈 사람임을 알기에, 대놓고 군기를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터치하지 않습니다.

이 때부터 훈련소 금기사항을 어기는 훈련병이 하나둘씩 나오게 됩니다. 다른건 몰라도 훈련소에서 흡연과 전자기기 사용은 엄격히 금하는데, 수료날이 다가올수록 풀어지는 마음에 몰래 숨겨두었던 담배나 휴대폰이 갑자기 우르르 적발됩니다. 이 때문에 3주차 주말부터는 완전군장을 한 채로 연병장을 하염없이 도는 훈련병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전문연구요원 중대에서는 이런 일이 잘 없는데, 의경 중대에서는 꽤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4주차 일정 요약

  • 월 : 20km 완전군장 행군
  • 화 : 연대장 특강
  • 수 : 수료 전 사열행사
  • 목 : 수료식

20km 완전군장 행군

(출처 : 연합뉴스)

훈련소에서의 마지막 훈련은 행군입니다. 원래라면 모든 훈련병이 완전군장을 하고 20km를 걸어야 하지만, 4주 훈련 특성상 몸 상태를 고려하여 훈련 강도를 조절합니다. 특히 전문연구요원 출신 훈련병들은 고령으로 인해 지병이 상당히 많아 그 어떤 질병이든지 확실하기만 하다면 큰 검증 없이 강도를 낮춰줍니다.

행군 훈련의 강도는 완전군장, 단독군장, 그리고 교육간 차등제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완전군장 행군(연합뉴스 사진 참조)도 현역들이 하는 완전군장과는 차이가 있는데, 천막과 지주핀을 넣지 않습니다. 별 차이 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지주핀이 생각보다 무겁고 여러 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꽤 무게가 많이 줄어듭니다. 전문연구요원 중대에서는 절반 정도만 완전군장을 맸습니다.

(출처 : 뉴시스)

만약 내과이든 외과이든 질병이 있다면 단독군장(뉴시스 사진 참조)을 상태로 행군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쯤이면 수료도 며칠 안남았고, 어차피 현역처럼 자대로 가는 훈련병들도 아니기 때문에 정말 이 증상이 행군에 방해가 되는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저는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행군을 못할 정도로 심한건 아니었지만 바로 단독군장을 착용할 수 있게끔 해주었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편하게 훈련소를 보내고 싶으시다면, 사소한 지병이라도 꼭 분대장에게 보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교육간 차등제는, 정말 몸이 불편해서 행군에 지장이 큰 훈련병들이 받는 훈련입니다. 예를 들어 다리가 부러져 목발을 짚는다던가, 신체에 제한이 있어서 장기간 걷기 힘든 훈련병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행군 코스도 짧은 거리로 대체되며, 행군 속도도 매우 느립니다. 분대장들의 말에 의하면 걷다가 잠이 들 정도라고 합니다. 발이 불편하여 전투화를 신는 것 자체가 곤란한 훈련병들이 꽤 있었는데 이런 훈련병들이 교육간 차등제로 행군 훈련을 받습니다. 다만 교육간 차등제도 단독군장은 해야합니다.

원칙적으로 행군 훈련은 아침에 출발하여 하루종일 행군하고 저녁식사 전에 돌아오는 훈련입니다. 행군 코스도 원래는 훈련소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밖에서 먹고 돌아오는데,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우한 폐렴으로 인한 영외 훈련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저희는 훈련소 내부만을 돌았습니다. 훈련소를 크게 돌아도 10km 정도였기 때문에, 오전에 훈련소 한바퀴를 돌고 점심을 부대식당에서 먹은 다음, 오후에 같은 코스를 한바퀴 더 도는 것으로 20km를 채웠습니다.

발도 맞추지 않으면서 단순히 걷기만 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우습게 보실 수도 있지만, 행군 훈련은 생각보다 굉장히 힘듭니다. 완전군장은 말할 것도 없이 무겁고, 단독군장도 소총을 그냥 목에 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향 사격 자세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손이 저려옵니다. 체력 소모도 크기 때문에 행군 훈련 때는 부식을 평소보다 많이 지급하여 쉬는 시간마다 먹을 수 있게 해줍니다.

연대장 특강

(출처 : tvN 푸른거탑 제로)

행군 다음날에는 연대장 특강이 있습니다. 이건 연대에 따라 케바케일 것 같은데, 23연대장님은 유쾌하신 분이라 재밌었습니다. 특강이라고 강의만 하지 않고, 중간중간에 걸그룹 뮤직비디오를 보여줍니다. 전문연구요원 중대에서는 나이가 많다보니 심드렁하게 보는데, 의경 중대에서는 환호성이 나오더군요. 여기서 이렇게 세대 차이가 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대장 특강에서의 핵심은 지난 1달동안 훈련병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입소 당일부터 행군 훈련까지 훈련병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때 만큼은 모두가 집중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이렇게 영상으로 남은 기록을 보니 입소 첫날이 새록새록 기록이 나서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연대장님 말씀으로는 내년부터 23연대도 침대 생활관으로 교체한다고 합니다. 또한 다음 기수부터는 기수당 1번씩 삼겹살 파티를 한다고도 합니다. 진짜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으니, 혹시라도 이후에 23연대로 입소하신 분들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수료 전 사열 행사

(출처 : https://flatsun.tistory.com/1061)

사열 행사는 수료식 전날에 있는 물품 점검 시간입니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훈련소에 있으면서 가장 귀찮고 짜증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열 때는 분대장이나 교관들이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 내의 물품 검사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서 그분들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군대에서 외부인이 온다라는 뜻은, 막사를 먼지 한 톨 없이 청소를 해야 한다는 뜻과 같습니다. 사열 전날부터 생활관, 화장실, 복도 등을 계속 청소해야하고, 사열 당일 오전에도 밥먹는 시간 빼고는 계속 청소해야 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청소를 하게 되면, 중대별로 지급받은 군용 물품들을 보기 좋게 나열해야 합니다. 위의 사진처럼 총기는 모두 분해하고, 반합, 군장, 방독면, 수통 등도 각 맞춰 전시해 놓아야 합니다. 또한 이 때는 평소와 달리 전문연구요원 훈련병들도 군기잡힌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급자가 생활관에 들어올 때는 경례를 하는 것이 원칙인데, 평소에는 잘 하지 않았지만 이 때만큼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모두가 하루종일 사열하느라 고생하지만, 정작 사열 검사는 한 개 소대만 하고 끝나기 때문에 나머지 소대원들은 김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수료식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LmfOA-5yFJI)

4주간의 훈련이 끝나면 마지막 날에 수료식을 하게 됩니다. 수료식은 민간인(훈련병들의 부모님)들이 부대를 방문하기 때문에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므로, 행군 훈련이 끝나고 나면 틈나는대로 수료식 예행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한다고 합니다” 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저희 기수는 수료식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우한 폐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외부인이 몰려드는 수료식을 생략하였습니다. 아마 우한 폐렴이 종식되기 전까지는 계속 수료식을 생략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료식이 없다면 행군과 사열 행사 때 말고는 계속 생활관에서 휴식하기 때문에 훈련병 입장에서는 안하는 것이 당연히 좋습니다. 특히나 수료식 끝나고 집에 가게될 4주 훈련 과정에서는 의미도 없지만요.

귀가

(출처 : https://blog.naver.com/poet314/60209084392)

귀가하는 방법은 훈련소에 부모님이 찾아오시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나뉘게 됩니다. 부모님이 찾아오시게 되면 훈련소 안으로 민간인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찾아오는 훈련병은 며칠 전에 미리 조사를 합니다.

부모님이 오시게 되면 보통 차를 가지고 오시기 때문에 짐이 많은 경우 귀가가 수월하지만, 그만큼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더 늦어지기 때문에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혼자 귀가하는 훈련병은 9시, 부모님이 찾아오는 훈련병은 10시 30분에 나갑니다. (이게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정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혼자 귀가하는 훈련병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위병소까지 분대장 인솔하에 걸어간다음, 위병소 앞에서 보내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훈련소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연무대터미널에서 내려주는 방법입니다. 버스 대절은 꼭 해주는 것이 아니라 매 기수별로 달라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때도 버스를 대절해준다 안해준다로 계속 말이 바뀌다가 결국 2일전에 확정이 났습니다.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귀가할 때 전투복을 입고 나갈 수 없습니다. 대부분 훈련병이 입소했을 때 입고 온 옷은 세탁해놓지 않아 깨끗한 A급 전투복을 입고 귀가하려고 하는데, 원칙적으로 보충역들은 전투복을 입고 퇴소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저희는 퇴소날 절반 정도가 전투복을 입고 대기하고 있다가, 그걸 본 간부들이 당장 사복으로 다 갈아입으라고 명령해서 어쩔 수 없이 땀내나는 사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나갈때만 사복입고 터미널에서 전투복으로 갈아입을 생각도 할 수 있는데, 터미널에서도 훈련소 부사관들이 있기 때문에 전투복을 입는 훈련병을 보면 사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부대마크와 계급장이 달려있지 않은 전투복은 사회에서 입지 못한다고 하니, 왠만하면 서울에 도착해서도 그냥 사복으로 귀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괜히 헌병한테 걸리면 피곤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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