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훈련소 에필로그에서는 그동안 풀지 못했던 궁금해할만한 내용들은 하나씩 소개해드리는 포스트입니다. 지난 에필로그에서는 훈련소에서의 식사와 부식 등 먹는 이야기 위주로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불침번과 전우조 시스템에 대해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불침번

(출처 : https://armynuri.tistory.com)

불침번은 다른 훈련병들이 자고 있을때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입니다. 불침번은 소대별로 순서가 돌아가며, 각 소대의 생활관 입구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한 소대가 2개의 생활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1-2 분대, 3-4분대가 같은 생활관을 사용합니다) 한 타임에 2명씩 불침번을 서게 됩니다.

불침번의 근무 시간은 1시간입니다. 평일의 취침 시간은 22시부터 06시까지, 주말의 취침 시간은 22시부터 07시까지이기 때문에, 계산을 해보면 평일에는 하루에 16명, 주말에는 하루에 18명이 근무하게 됩니다. 한 소대의 인원이 보통 45명 정도이기 때문에, 2-3일에 한번씩 불침번이 돌아온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군대에서 시간은 참 안가지만, 자신의 불침번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건가라고 느끼게 됩니다.

불침번은 보통 근무 시작 15분 전에 기상합니다. 만약에 03시 근무라고 가정하면, 2시 45분에 이전 근무자가 깨우러오고, 55분까지 전투복으로 환복을 한다음 당직기간병에게 근무 교대 보고를 합니다. 보고가 끝나고 나서는 생활관 앞에서 가만히 서서 대기하면 됩니다.

물론 한 시간 내내 대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자고 있던 다른 훈련병이 화장실에 가면 같이 따라가야 합니다. 3-6-9 법칙이라고 해서 훈련병이 대변칸에 들어가 3분 동안 안나오면 노크, 6분 동안 안나오면 노크 후 당직기간병에게 보고, 9분 동안 안나오면 당직기간병과 같이 화장실로 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현역들은 훈련병 때 사고 가능성이 크므로 3-6-9법칙을 엄격하게 지키겠지만, 여기는 다들 곧 나갈 사람밖에 없기 때문에 다들 눈치껏 빨리 싸고 나오세요~ 하고 지키진 않습니다.

매 시간 10분이 되면 생활관에 들어가서 인원 체크를 하고, 총기함에 총기가 제대로 있는지 손전등을 비추면서 확인해야 합니다. 20분이 되면 생활관의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고, 30분이 되면 중대 내의 모든 불침번들이 당직기간병 자리로 모여 보고를 해야 합니다. 보통 보고 때 이상이 없으면 온도와 습도만 보고합니다. (습도가 너무 낮은 경우 생활관 바닥에 물을 뿌리라고 합니다) 45분이 되면 다음 근무자를 찾아 깨웁니다. 55분쯤 다음 근무자가 환복을 완료하고 나오면, 불침번 근무 도구를 인계한 다음 자러 가면 됩니다.

불침번이 애매한 시간에 있는 경우 (예를 들어 04시) 수면이 굉장히 부족해지기 때문에 다들 초번(22시)이나 말번(05시)을 선호합니다. 이게 훈련병 번호 순서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초번이 몇 번씩 걸리고, 운이 나쁘면 한번도 못해보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저는 말번만 한번 해보고 초번은 한번도 못해봤습니다.

불침번 때 의외로 고생하는 것이 바로 환복입니다. 불이 다 꺼진 생활관에서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전투화 신고 고무링까지 매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허둥지둥하게 되는데, 팁을 드리자면 전투화 끈은 조이기만 하고 안매도 됩니다. 어차피 어두워서 끈을 맸는지 안맸는지도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신형 전투복은 바짓단에 고무줄이 있는데, 이걸 조여두면 고무링을 안해도 티가 안납니다. 이정도만 해도 전투복 환복 시간이 확 줄어들고, 근무가 끝났을 때 생활복으로 환복하는 것도 편합니다.

불침번 근무는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갑니다. 어두운 복도에서 가만히 서있으면 온갖 생각이 다 납니다. 이것저것 떠올려보다보면 다음 근무 시간이 금새 찾아오기 때문에, 근무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전우조

(출처 : tvN 푸른거탑 제로)

전우조는 일종의 팀 제도입니다. 훈련병들은 원칙적으로 어딜 가든지 절때 혼자 가지 못하고 전우조와 이동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전우조 제도는 중대마다 다르게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전우조를 아예 정해주는 중대도 있지만, 저희 중대처럼 그냥 그때그때 전우조를 결성하여 다니게끔 시키기도 합니다. 전우조는 반드시 3명 이상이어야 합니다.

원칙은 이렇지만, 실제로는 전우조를 잘 지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30살가까이 먹은 어른이 화장실가자고 주변 분대원에게 같이 가자고 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때문에 분대장들도 너무 대놓고 전우조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눈치껏 넘어가 줍니다. 특히 생활관 안에서 화장실을 간다던가, 물을 마시러 간다던가 할 때는 전우조를 신경쓰지 않습니다.

다만 생활관 밖으로 나갈때는 반드시 전우조로 행동해야 합니다. 야외 훈련은 말할 것도 없고, 생활관 문을 나갈 때 조차 3명이 같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분대장들이 반드시 돌려보냅니다. 대표적으로 전우조가 필요한 순간은 빨래를 하러 갈 때와 편지를 부치러 갈 때가 있습니다.

야외 훈련에서 화장실을 갈 때 불편함이 크게 체감됩니다. 화장실이 정말 급한데 분대원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하는 훈련병이 없다면, 혼자서는 절때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는 꼭 같은 분대원이 아니어도 되니 다른 분대나 소대원들 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은 사람을 모아 가면 됩니다. 정말 같이 갈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경우, 분대장에게 얘기하면 분대장이 직접 데리고 가줍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