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4일차 일정은 교토 교외로 나가려고 했는데, 3일 내내 돌아다니다보니 살짝 지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침 비도 조금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멀리 나가기보다는 그냥 가까운 관광지 한두군데만 돌아다니다가 쉬기로 결정했습니다.

4일차도 역시 부페식으로 조식을 먹었습니다. 이 날은 한번 밥 대신 빵을 먹어봤는데, 그냥 밥이 낫더라구요. 식빵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식빵이 없는게 조금 의외였습니다.

교토고쇼

이 날 방문한 곳은 천황이 머물던 교토고쇼입니다. 교토는 메이지 시대 이전까지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에 천황이 실제로 거주했었지만, 수도가 도쿄로 바뀐 이후에는 도쿄의 황궁에 거주하고 이 곳은 관광지가 되어 있습니다. 교토 시내에 있기 때문에 방문하기도 매우 수월한데, 지하철 가라스마선의 마루타마치 역의 1번 출구로 나가면 됩니다.

지도상으로 교토고쇼의 크기가 매우 크게 나오는데, 황궁이 그만큼 큰게 아니라 대부분의 공간은 정원인 교토고엔입니다. 아침 시간에 가니 교토 시민들이 많이 산책하고 있더라구요.

교토고엔 입구에는 지도가 있습니다. 마치 센트럴 파크처럼 직사각형 모양이네요. 사진을 비스듬하게 찍어서 잘 안보이실 수도 있는데, 왼쪽 위에 붉은 테두리가 있는 사각형 부분이 교토고쇼입니다.

생각보다 교토고엔의 크기가 크다보니 교토고쇼 입구까지는 5분에서 10분 정도 걸어야합니다. 저 멀리 조그맣게 건물이 보이는데, 저게 교토고쇼의 건물 중 하나입니다.

가까이 가니 입구가 보이긴 한데, 여기로 출입할 순 없더라구요.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개의 입구 중 한 개만 개방하고 그곳으로 관광객을 받고 있었습니다.

빙 둘러서 서쪽의 입구로 가는 중입니다. 날씨가 매우 덥네요.

여기가 교토고쇼 안으로 입장할 수 있는 입구입니다. 저는 당연히 이곳도 입장료를 받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여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더라구요. 대신, 입구에 경찰이 있어서 입장하려는 관광객의 소지품을 검사했습니다.

그리고 방문객의 수를 세기 위함인지, 입구에서 방문자 명찰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방문하는 동안 가지고 있다가, 나갈 때 반납하면 됩니다.

교토고쇼에는 이런 식의 출입구가 여러 개 있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서쪽의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전부 막아놔서 지나갈 수는 없습니다.

고툐고쇼의 크기는 생각보다 큰데, 그래서 그런지 황궁 내에서는 일방통행으로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 지점마다 번호표를 붙여놔서, 헷갈리지 않게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보안상의 문제인지 들어가볼 수 있는 건물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핵심 건물로 보이는 곳은 아예 멀찍이 펜스를 쳐놔서 가까이 가 볼 수도 없더라구요.

고토고쇼 안에는 하수도의 역할을 하는 듯한 조그마한 수로가 있었고, 사진과 같은 특이한 조형물이 군데군데 있었습니다. 한자를 보아하니 뭔가 대나무의 종류 같은데, 어떤 식물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만 궁궐 분위기와는 잘 어울렸습니다.

이 곳은 천황이 이용하는 산책로라고 하는데, 역시 입장을 못하게 막아놨기 때문에 멀리서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니조 성으로 이동

교토고쇼를 다 본 다음에는 니조 성을 보기로 했습니다. 니조 성도 교토 시내에 있는데, 고토고쇼와 마찬가지로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교토고쇼에 갈 때는 마루타마치 역으로 갔었지만, 돌아갈 때는 이마데가와 역이 더 가까워서 그쪽을 이용했습니다.

니조 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한번 환승한 후, 니조조마에 역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니조조마에 역 1번 출구로 나가면 근방에 니조 성이 있습니다.

출구로 나오자마자 니조 성이 눈에 들어오네요. 다만 돌아다니다보니 다리가 좀 아파서, 관광 전에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쉬기로 했습니다.

니조코야

사실 스타벅스를 가고 싶었는데, 니조 성 근처에는 스타벅스가 없더라구요. 하는 수 없이 근처에 커피숍을 찾다가, 구글 평점이 괜찮은 커피집을 하나 발견해서 그 곳으로 갔습니다. 가게 이름은 니조코야였는데, 구석에 있다보니 찾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저 COFFEE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못찾았을 뻔 했네요.

문 옆에는 이렇게 Nojo Koya라는 조그마한 간판이 붙어있습니다.

가게 안에는 옛날 레코드를 이용해 음악을 틀고 있었습니다. 다만 가게가 워낙 작은데 저렇게 큰 장비가 있다보니,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딱 인스타 감성 카페 느낌이었습니다.

커피 원두를 선택하니 이렇게 눈앞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주십니다. 저는 아이스 커피로 부탁했는데, 프랜차이즈 커피처럼 엄청 차가운 커피를 주는게 아니라 따뜻한 커피에 얼음 몇 개 넣어주는거라 그렇게 시원하진 않았습니다.

손님들은 앉아서 마시기보다는 서서 이야기하면서 마시던데, 저는 다리가 아파 의자에 앉았습니다. 의자 옆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책 몇 권도 있더라구요.

니조 성

커피를 다 마신 다음에는 니조 성으로 이동했습니다. 지난 번 나고야 성에 이어 두 번째로 보는 일본의 성이네요.

니조 성도 문화재인 만큼 입장료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었는데, 입장료가 정말 기가 찰 정도로 비싸네요. 1000엔이 넘는 입장료를 내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금액이면 이자카야에서 생맥주가 몇 잔인지… 정말 눈물을 머금고 지불했습니다.

근데 영어 표기가 조금 웃기네요. 니조 성이면 Nijo Castle이라고 번역해야할 것 같은데, Nijo-jo Castle이라고 써놨습니다. 담당자가 영어를 잘 못했던 걸까요?

니조 성도 다른 일본식 성처럼 성을 둘러싼 해자가 있었는데, 이 해자에 큼지막한 물고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빙산의 일각이더라구요.

니조 성의 지도입니다. 보시면 니조 성 외곽을 따라 해자도 있지만, 안쪽에 혼마루를 둘러싼 해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여기가 참 재밌습니다.

니조 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머물던 성입니다. 당시 천황은 고토고쇼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천황 근처에서 천황을 보필한다는 명목으로 지은 성이지요. 그러다보니 건축물이 굉장히 화려합니다. 니노마루 어전은 실제로 들어가볼 수 있는데, 내부가 굉장히 넓고 깔끔합니다.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서 찍지 못했습니다. 니노마루 어전 내부에서는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침입자를 발견하기 위해서 고의로 그렇게 설계했다고 합니다.

니노마루 정원에 있는 연못입니다. 쓰면서 생각났는데, 일본은 연못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딜 가나 연못이 있네요.

혼마루 쪽으로 가는 길에 물고기 먹이를 파는 자판기가 있습니다. 이게 왜 있냐구요?

혼마루를 둘러싼 해자에 물고기가 정말 더럽게 많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이 물고기 먹이를 뿌리면 그걸 먹으려고 막 달려드는데, 마치 조의 영역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 징그러웠습니다.

혼마루 쪽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니조 성 내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감시 초소로 사용했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혼마루는 현재 공사중이라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그럼 입장료나 좀 깎아주지…

둘러보다 목이 말라서 또 이로하스 모모를 구입해서 마셨습니다. 이거 진짜 맛있네요!

돈카츠 KYK

이날 일정은 단 두 곳 뿐이었지만, 천천히 관광을 하다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늦게라도 점심을 먹으려고 하다가, 어제 워낙 불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던 탓에 오늘은 구글 평가를 보고 꼼꼼하게 가게를 확인했습니다. 찾아보니, 교토 역 지하에 있는 돈카츠 KYK라는 곳이 평가가 좋길래 이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 정도였는데도 웨이팅이 약간 있었습니다. 이 가게가 유명한 것인지, 한국에서 온 관광객도 보였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보고 있었는데, 음식 모형이 있다보니 메뉴를 고르기가 편하더라구요.

저는 가고시마 흑돼지 등심까스를 시켰습니다. 가격도 굉장히 비싸고 평도 괜찮았는데 막 엄청 맛있다! 하는 느낌은 또 없더라구요. 양도 애매했고요. 맛은 있었지만 가격은 2만원이 넘었는데 그 값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호텔 수영장

식사를 한 뒤에는 좀 쉬다가 호텔 안에 있는 수영장에 갔습니다. 사실 수영장도 고려해서 이 호텔을 고른 만큼, 한 번쯤은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긴 투숙객도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이용료를 내야 하는데, 550엔인줄 알았더니 1100엔을 달라고 해서 좀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IC 카드 결제가 가능해서 급한대로 핸드폰으로 결제했습니다.

제가 이용했던 호텔 수영장 중에서는 그나마 제대로 된 수영장이라고 느꼈습니다. 레인의 길이가 20m로 길진 않았지만, 그래도 수영을 해 볼 수 있을만한 크기는 되었습니다. 이용료 때문인지 이용객도 많지 않아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구요. 하나 놀랐던 점은, 그래도 호텔 수영장인데 샤워실 부스가 1개 밖에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번에 한 명밖에 샤워를 못해요!

てっぱん焼き居酒屋 大黒町おおきに

수영장을 이용한 후에는 저녁까지 호텔에서 뒹굴거리며 쉬었습니다. 밤이 어둑어둑해지고 나니 저녁식사겸 술 한잔을 해야할 것 같아 이자카야를 찾아 돌아다녔는데, 마침 호텔 근처에 구글 평점 4.9에 달하는 오코노미야끼 전문점이 있어서 방문해봤습니다.

오코노미야끼를 1000엔~1300엔 정도에 판매하는데, 주 재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네요. 저는 오징어(いか)를 고르고, 소바를 추가하여 생맥주와 함께 주문했습니다.

저는 소바가 따로 나오는줄 알았더니 그냥 이렇게 합체해서 나오네요. 맛있긴 했는데, 혼자 다 먹기에는 양이 굉장히 많아서 다 못먹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맛이 조금 자극적이라, 금방 물리기도 하네요.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것밖에 못먹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는데, 저게 엄청 맛있더라구요. 금의 아이스(크림)이라는데, 금각사 앞에서 팔던 그 황금(?)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귀국하기 전까지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어봐야겠어요.

이렇게 교토에서 네 번째 날도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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