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RPG게임을 하다보면 의문이 든 점이 있습니다. 왜 항상 게임의 주인공은 플레이어의 의사와 상관 없이 정의의 편만 할 수 있는지요. 게임 내에서는 상점이나 NPC를 털어 재물을 쉽게 얻는 도둑들이 있음에도 왜 주인공은 목숨을 걸고 악당과 싸워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NPC들은 집이 있는데 주인공은 거처없이 떠돌아야 하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GTA 시리즈처럼 나쁜짓을 하며 돌아다닐 수 있던 게임은 있었습니다만, 전통적인 RPG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유로운 RPG 게임에 목말라있던 저에게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은 그런 불만들을 말끔하게 해소해 주었습니다. 기존의 RPG 처럼 정의롭게 활동할 수도 있지만 마을이나 도시를 습격해서 시민들을 죽일 수도 있고, 물건을 몰래 훔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NPC를 암살할 수 있는 등 자유도가 엄청납니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은 제 게임 패턴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을 접하기 이전에는 PC 게임은 블리자드 사 게임처럼 게임 CD를 사야만 플레이 할 수 있는 줄 알고 게임 CD를 구입했는데, 막상 CD를 컴퓨터에 넣고 설치하고 나니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동봉된 스팀키를 스팀에 등록해야만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스팀이란 것을 그 당시 처음 들어 인터넷을 수소문해 부랴부랴 스팀을 깔고 게임을 실행했는데, 게임 목록을 보고 참 다양한 게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온라인 게임만을 위주로 즐겼는데, 스팀을 알게 된 이후로는 패키지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RPG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직업의 자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RPG 게임의 직업들은 전사, 마법사, 궁수, 도적 등의 뻔한 직업만 가질 수 있었지만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 에서는 대장장이나 연금술사, 또는 맨손 싸움꾼을 할 수도 있습니다. 특성을 섞으면 독특한 직업을 할 수도 있는데, 제가 해봤던 것 중 가장 재밌던 컨셉은 은신 + 궁술을 활용한 은신 저격수였습니다.

원래의 그래픽은 발매된 년도를 생각해보면 현재의 기준에서 엄청나게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에 리마스터판인 스페셜 에디션을 발매하여 현재는 4K 그래픽까지 지원합니다. 이것으로 인해 기존에 나왔던 많은 모드가 호환이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만, 현재는 여러 모드 제작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던 모드들은 스페셜 에디션에서도 동작하도록 패치가 나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의 장점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기본 인터페이스가 사람에 따라 불편할수도 있지만, 원하는 모드를 설치해 자신만의 세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SkyUI처럼 기본 인터페이스를 좀 더 편하게 만드는 것부터, 광석을 눈에 잘 띄게 하는 모드나, 아예 락픽처럼 바닐라 모드에서는 귀찮기만한 컨텐츠를 치트로 쉽게 만들어주는 모드, 심지어는 성인 모드까지 별의 별 모드가 다 있습니다. 다만 재설치시에는 모드 설치에만 한시간 넘게 걸려 접었다가 다시 플레이할 때는 귀찮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엘더스크롤의 메인 스토리 라인은 전형적인 RPG 게임의 스토리라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DLC 던가드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메인 주제는 흡혈귀와 던가드의 대립인데, 정작 직접적으로 상대 세력과 싸우는 기회는 많지 않고 오히려 팔머만 주구장창 학살하게 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맵이 너무 복잡해 두번 다시 깨고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스파이어는 추가된 퀘스트가 별로 없고, 드래곤본은 그나마 좀 나았습니다만, 결말이 조금 찝찝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전투가 조금 밋밋한 느낌이 있습니다. RPG에서 중요한 것은 전투이고, 전투에 중요한 것은 타격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게임의 타격감은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1인칭 모드와 3인칭 모드 모두 타격감 면에서는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나마 활이나 단검으로 암살 치명타가 터질 때 타격감은 괜찮은 편입니다.

총평

플레이타임은 매우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저는 메인스토리와 DLC 스토리를 모두 클리어하였고 대부분의 팩션 퀘스트(스카이림 내전, 컴패니언즈, 도둑 길드, 다크 브라더후드 등등)까지 클리어 하였습니다. 플레이타임이 200시간 정도로 나와있지만 퀘스트를 깨는 시간 외에도 이곳저곳 탐험하거나 세이브-로드를 이용해 궁금한 것들을 하나하나 해보다보니 다소 뻥튀기가 된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게임 자체의 볼륨이 매우 풍부하니 모든 것을 즐기려면 최소 100시간 정도는 투자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는 게임이지만 RPG 게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RPG 게임은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게임계에 큰 충격을 준 작품입니다. 특히 “오픈 월드”로써의 필수요소인 탐험하는 재미를 잘 갖춘 작품이라 켜놓고 뭘 해도 재밌을 정도로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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