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의 첫 아침입니다. 어제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먼 거리를 이동하느라 상당히 지쳤기 때문에 일찍 잠들었습니다. 술도 많이 마셔서 푹 잔 덕분에 오늘부터는 오전부터 바쁘게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조식

제가 묵었던 리가 로얄 호텔 교토는 조식 식당이 2개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1층에 있는 부페식 식당이고, 다른 하나는 지하 1층에 있는 일본식 식당이었습니다. 부페식 식당은 다른 호텔과 비슷한 구조일 것 같아서 일본식 식당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느낀건데, 열림과 닫힘 버튼 구조가 굉장히 클래식한(?) 구조라서 신기했습니다.

일본식 식당에 가니 먼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설명을 간단하게 해준다음 차를 한잔 주더라구요. 날씨가 더워죽겠는데 따뜻한 차를 주길래 차가운 물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것이 일본식 아침식사입니다. 묘하게 양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부실하네요. 반찬의 가짓수는 많은데 하나같이 간이 심심하고 맛이 그저 그랬습니다. 연어구이는 딱딱하고, 김은 한국과 다르게 종이씹는 느낌이 나더라구요. 그나마 어묵과 계란 정도가 먹을만 했는데 이럴거면 그냥 부페식 식당에서 먹는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이안 신궁

둘째 날의 첫 번째 일정은 헤이안 신궁이었습니다. 헤이안 신궁의 장점은 지하철로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가급적이면 버스의 이용을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에, 헤이안 신궁을 첫 일정으로 잡고, 그 주변의 관광지를 하나씩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교토역에서 버스로는 40분이 넘게 걸리지만, 지하철로는 20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지하철 역에서 헤이안 신궁까지는 5분 정도 걸어야합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산책로처럼 잘 정비되어 있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길 옆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조그마한 신사도 있었기 때문에 주변 구경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나중에 느낀 거지만 헤이안 신궁 자체보다 가는 길이 더 재밌었던 것 같네요.

헤이안 신궁에 거의 도착하자 거대한 토리이가 보입니다. 구글 지도상에는 헤이안 신궁 오도리이(平安神宮 大鳥居)라고 나와있네요.

가는 길에 조그만 하천을 건너게 되는데, 여기서 보는 경치도 꽤 괜찮았습니다.

왼쪽에는 교토국립근대미술관이 있습니다. 미술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갔습니다.

헤이안 신궁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다행히 입장료를 받진 않네요.

다만 입구에 들어서니 무슨 행사가 열리는지, 방송용 장비와 의자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헤이안 신궁 내부에는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따로 있습니다. 신궁 자체는 입장료를 받진 않았지만, 정원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더라구요. 정원의 크기는 꽤 크긴 했지만, 여기에 600엔을 쓰기는 뭔가 아까워서 그냥 신궁만 구경하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신궁 내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바로 이 나무였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나무에 흰 꽃이 핀 줄 알았는데요, 가까이서 보니 오미쿠지를 꽃 모양으로 예쁘게 달아놓은 것이었습니다. 보통 오미쿠지에서 나쁜 점괘가 나왔을 때 이렇게 묶어두는데, 나뭇가지에 꽃처럼 묶어놓은 것은 처음봐서 신기했습니다.

헤이안 신궁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포스터를 보니 방송용 장비가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유명한 가수들의 공연이 열리고 있나 봅니다. Aimer는 저도 알고 있는 가수인데 나머지 분들은 누군지 모르겠네요.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기 전에 좀 쉬고 싶어서 스타벅스에 들어갔습니다. 여긴 특이하게 서점과 같이 운영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카페 내에 판매용 책이 같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사람이 없던데 대체 뭘 마시는 걸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난젠지(남선사)

다음 방문하려고 한 곳은 난젠지(남선사)입니다. 지도상으로 약간 거리가 있긴 하지만, 대중교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 경치를 감상할 겸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헤이안 신궁부터 난젠지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가는 길에는 난젠지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한국어로도 적혀있기 때문에 찾는데 어렵지는 않습니다.

난젠지의 입구는 생각보다 심플합니다. 여기도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지는 않네요.

입구에는 난젠지 내부의 조감도가 나와 있습니다.

난젠지에 들어가면 두 개의 큰 건물이 바로 눈에 보입니다. 각각 사진을 찍어봤는데, 어제와 달리 하늘이 맑아서 너무 보기 좋네요!

난젠지도 절 자체의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내부 정원을 구경하려면 입장료 500엔을 내야 합니다. 여기는 이게 메인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아깝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는데, 정원이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다른 절과는 다르게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넓고 볼 게 많았어요.

관람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불상을 봤는데, 여기도 보자기를 두르고 있네요.

히가시야마 고등학교

왜 갑자기 뜬금없이 고등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냐면, 난젠지 관광을 마치고 철학의 길로 가는 도중에 이 학교 정문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학교의 축제날인지, 외부인도 들어올 수 있다며 몇몇 고등학생이 호객(?)을 하더라구요. 평소라면 고등학교는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데,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들어가보나 싶어 들어가보았습니다. 애니에서만 나오던 일본 고등학교 축제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히가시야마 고등학교는 생각보다 학교가 크고, 사람이 굉장히 많아서 발 디딜틈도 없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야키소바를 하나 사먹어볼까 했는데, 기다리는 줄도 너무 길고 현금이 아니라 어디서 쿠폰을 사서 바꿔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냥 포기했습니다.

학교 건물을 돌아다니면 구경하다가 큰 소리가 나길래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니 무대에서 뭔가 공연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학생들이 단체로 반티를 맞춰입고 뭔가 하는걸 보니 재밌네요.

일본 고등학교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있는 걸로 유명한데, 그래서 그런지 축제날 건물에 각각의 동아리 현수막이 걸려있더라구요. 사진에서는 탁구부, 테니스부, 축구부, 검도부 등이 보이네요.

Cafe 喫茶 はく

돌아보다가 어느 덧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구글 지도를 보니 일본식 경양식당이 있길래 여길 찾아갔는데, 장사를 하는 중이었지만 1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아니 일본에서 1인 손님을 받지 않는 식당이 다 있네요? 거참…

철학의 길

가급적이면 철학의 길을 구경하기 전에 점심을 먹고 싶었습니다만, 근처에서 식사를 할 만한 마땅한 식당이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식당이 있긴 했는데, 이상하게 철학의 길 주변 식당은 전부 양식당이더라구요. 뭔가 여기까지 와서 햄버거/샌드위치/소시지 같은 것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배고픔을 참고 먼저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철학의 길은 들어보기만 했지 어떤 곳인지 찾아보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나름 이름 있는 곳이라 뭔가 볼 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단순한 산책로더라구요. 벚꽃이 필 시기에 오면 정말 예쁘다고 하는데, 저는 가을에 가서 그런지 그냥 나무로 둘러싸인 길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철학의 길 들어서고 나서도 이게 철학의 길인지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구글 지도를 보고 나서야 내가 철학의 길에 있는 거구나 라고 알 정도였습니다.

호넨인(법연원)

철학의 길에서 느꼈던 허무함을 뒤로 하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철학의 길에서 5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호넨인이라는 절이 나옵니다. 제발 가는 길에 식당이 있길 하고 기도했지만, 안타깝게도 근처는 주택가라 식당이 전혀 없었습니다.

호넨인을 가리키는 표지판과 멋진 차가 있어서 한번 찍어봤습니다. 뭔가 차가 굉장히 비싸보이는데 어떤 차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호넨인 가는 길에 또 조그만 불당을 봤는데, 여기도 천으로 감싸놓았네요. 이쯤 되면 저 천의 의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넨인을 알리는 비석입니다.

호넨인 입구에는 대나무로 만든 울타리가 있습니다. 아라시야마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대나무가 꽤 많이 있더라구요.

호넨인은 언덕 위에 있어서 길이 약간 경사져있습니다. 그다지 길지 않아서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올라가더라구요.

호넨인은 입장료가 전혀 없었습니다. 헤이안 신궁이나 난젠지의 정원처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곳도 따로 없었습니다. 이 점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절의 크기도 적당하고, 생각보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볼 것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구글 지도에 표시가 되어있을 정도로 꽤 유명한 절인데, 사람이 별로 없더라구요. 교토의 유명한 관광지는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문화재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런게 싫으신 분들에게는 딱 좋은 곳 같습니다.

지쇼지로 가는 길

이제 남은 곳은 지쇼지 뿐입니다. 그런데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라 배가 너무 고프더라구요. 지쇼지까지 가는 길에 식당이 있길 바랬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쇼지 주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정했습니다.

Miyoneshi Fumiya

지쇼지 앞에는 역시 상점가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같은 간단한 다과를 파는 곳이었지만, 눈에 들어온 일식당이 하나 있어서 그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평점도 나름 괜찮았기 때문에 믿고 들어갔는데요…

사진에서 보고 있는 교토식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식판을 받고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이게 가격이라도 싸면 모르겠는데, 무려 1250엔짜리 식사입니다. 그런데 밥, 국, 매실절임, 장어 3조각, 이상한 샐러드, 날계란(+간장)이 끝입니다. 관광지 부근 식당이라서 어느 정도 바가지쓸 것은 예상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심각하네요. 심지어 맛도 없었습니다. 관광객 등쳐먹는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네요.

부실한 식사를 마치고 지쇼지로 가는 길에 라무네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하나 구매해봤습니다. 라무네는 예전부터 한번 꼭 먹어보고 싶었던 건데, 의외로 파는 곳이 없어서 사기가 힘들더라구요. 마치 한국에서 불량식품 가게를 찾는 거랑 비슷한 걸까요? 가격이 200엔으로 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먹어볼까 싶어서 사먹었습니다.

라무네는 뚜껑에 달려 있는 구슬로 유명한데, 저 구슬을 안으로 누르면 구슬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탄산이 확 터지는 구조입니다. 맛은 사이다, 밀키스랑 비슷합니다.

다 마시고 나면 이렇게 병 안에 구슬이 남아 있습니다. 다 마시고 병 안에서 흔들리는 구슬을 보니 꺼내고 싶어지는 마음이 이해가 가네요. 유튜브에 보면 이 구슬을 꺼내기 위핸 많은 시도(?)를 볼 수 있습니다.

지쇼지(은각사)

오늘 마지막으로 볼 관광지는 지쇼지입니다. 원래 이름은 지쇼지이지만, 교토의 다른 유명한 절인 금각사랑 대비하여 은각사(긴가쿠지)로 부르기도 합니다. 교토의 대표 관광지 답게, 입구부터 많은 사람이 보였습니다.

지쇼지는 아쉽게도 입장료가 필요했습니다. 입장료는 일본 관광지 국룰인 500엔입니다.

지쇼지의 입장권은 특이하게 부적 모양이더라구요. 다른 관광객들도 입장권의 모양이 신기한지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지쇼지는 굉장히 넓었지만, 관광 코스가 정해져 있어서 길을 헤멜 걱정은 없었습니다. 다만 중간에 산을 타는 코스가 있는데, 길이 일방통행이라 되돌아갈 수 없으니 이 점만 조심하면 됩니다. 산이라고 해도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어린아이도 충분히 오를만합니다만, 주변에 있던 나이 많은 관광객분들은 조금 힘들어했습니다.

중간에 소원을 비는 웅덩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1엔짜리 동전이 가득 있더라구요.

여기도 호넨인처럼 대나무가 우거진 곳이 있었습니다. 교토에는 대나무가 많이 자라나보네요.

일본은 관광지마다 물이 맑고 초목이 아름답게 우거져있는게 좋아요. 잡초가 아니라 잘 정돈된 느낌이 들어서요.

이전에 말씀드린대로 중간에 조그만 산을 올라가는데, 거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모습입니다. 실제로 보면 경치가 아주 장관입니다!

나무가 재미있는 모양으로 자라있네요.

사진에 나온 건물이 관음전이라고 합니다. 관음전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내부 구경은 할 수 없습니다.

일본 절에는 이렇게 맑은 물이 흐르는 조그만 그릇이 있던데 어떤 의미일까요?

교토대학으로 가는 길

지쇼지까지 다 보니 오늘 관광하기로 한 곳은 전부 둘러봤습니다. 다만 이 때가 아직 오후 3시 정도라 시간이 많이 남은 관계로 한 곳을 더 둘러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반적인 관광지는 아니고, 교토대학의 요시다 기숙사라는 곳을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덥다보니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습니다. 관광지 근처에서는 아이스크림 하나에 400엔에 팔던데, 조금만 밖으로 나오니 200엔에 파는 곳이 나오더라구요. 역시 관광지 앞에서는 뭘 사먹으면 안됩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한적한 교토 시내를 걷는 것도 재밌네요.

지나가다가 본 불당입니다. 이런식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있는 조그마한 불당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역시 지나가다가 본 놀이터인데, 뭔가 엄청 위험해보입니다. 마치 공사장 같은 느낌이 나네요…

가는 길에 요시다 신사라는 곳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신사는 볼 만큼 충분히 본 것 같아서 그냥 지나갔습니다.

교토 대학 근처로 가니 슬슬 멋진 건물들이 하나씩 보였습니다.

여기가 교토 대학 입구인 것 같네요.

교토 대학 요시다 기숙사

사실 저는 교토 대학을 보러온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교토 대학의 기숙사 중 하나인 요시다 기숙사를 보러 왔습니다. 왜 하필 기숙사인가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는데, 이 곳은 외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요시다 기숙사에 대한 학교측 입장과 학생측 입장이 달라서입니다. 요시다 기숙사는 1914년 지어졌는데, 워낙 오래되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요시다 기숙사를 철거하고 새 기숙사를 짓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새 기숙사가 세워지면 기숙사비가 인상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고 나섰는데, 지금까지 학생들은 기숙사를 점거하면서 시위하고 있습니다. 기존 월세는 약 1만 2천엔 정도였다는데, 새 기숙사는 5만엔 정도의 월세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가난한 학생들도 공부를 할 수 있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원래라면 관광객들도 요시다 기숙사 내부 관람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신청을 통해서만 내부 관광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실제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인 만큼,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는 신청 방법을 몰라 그냥 외부만 구경하고 왔습니다.

입구부터 시위용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충 해석하자면 10월 5일에 요시다 기숙사의 명도 소송이 있기 때문에 전부 결집하자! 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요시다 기숙사의 간판인데 딱 보기에도 엄청 허름해보입니다.

요시다 기숙사를 들어와보고 나니 왜 학교측에서 이 기숙사를 철거하고싶은지 단박에 이해가 갔습니다. 일단 현재 학교측에서 이 기숙사에 대한 지원을 끊었기 때문에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 아무데나 널부러진 생활 쓰레기, 그리고 마치 노숙자 쉼터에 온 것 같은 악취가 풍겨왔습니다. 이쯤 되면 내부 관광 신청을 하지 않은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인지, 제가 관광하는 도중에 건물에서 런닝 차림의 대학생이 나와서 돌아다니더라구요…

그리고 밤에는 이 기숙사가 클럽(?)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생맥주를 팔고 있더라구요. 심지어 이렇게 허름한데 1잔에 400엔으로 싸지도 않았습니다.

문앞에 보이는 곳이 학생회관인지, 몇몇 학생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외부에서 살짝 보니 안쪽도 상당히 지저분하더라구요.

건물 뒷편에는 마치 폐가처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여기에서 닭도 키웠다는데, 제가 갔을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교토 대학이 학생운동으로 굉장히 유명하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시위용 간판이 캠퍼스 근처에 엄청나게 많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이 날 관광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녁식사

원래 저녁은 6~7시쯤 이자카야서 천천히 즐길 예정이었습니다만, 점심을 워낙 부실하게 먹어서인지 5시인데도 배고파서 죽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라도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주변에 음식점이 있나 돌아다녀봤습니다.

오후 5시쯤 되니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면서 노을이 졌습니다.

근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식당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호텔 주변에 한 개쯤은 있을 법한데… 편의점 3개를 발견하는 동안 식당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질 않더라구요.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식당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가 찾은 식당은 카레를 전문으로 팔던 식당이었습니다. 전 카레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일본 카레는 한국과 좀 다르기도 하고, 카레 전문점인만큼 평소 알던 카레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어 기대했습니다.

메뉴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습니다만, 식당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햄버그 카레였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가게이다보니 식당 추천 메뉴를 그대로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식사를 받고 마음 속에서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마치 개밥과 같은 비주얼 뿐만 아니라, 카레도 레토르트 제품을 데워 나온 듯한 맛에 매우 큰 실망을 했습니다. 제가 교토에서 먹었던 최악의 음식 1위입니다. 2위는 오늘 낮에 먹은 일본식 점심이구요. 오늘은 뭔가 운이 따르지 않는 날인가 봅니다.

Tachinomi Inaseya

불만족스러운 저녁식사 후,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술을 한잔 하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호텔 주변에 평이 좋은 타치노미가 있더라구요. 타치노미는 “서서 마시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말 그대로 가게에 의자가 없고 서서 마셔야 합니다. 하루 종일 걸어다녀서 서있는게 조금 힘들긴 하지만, 보통 이런 타치노미는 값이 매우 싸고, 안주가 맛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번쯤은 가볼만한 합니다.

저녁 9시쯤 방문해보니 이미 가게에는 사람이 거의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필 저한테는 구석 자리를 주더라구요. 구석에서 혼자 술마시면 참 처량하기 그지 없는데, 이미 가게에 들어온 이상 다시 나갈 수는 없지요.

신기한 것은 제가 한국인이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종업원이 제 말투를 보고 한국인임을 알았는지 한국어 메뉴판을 갖다주더라구요. 신기했습니다. 한국인도 많이 방문하는 가게인가 봅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저를 한국인으로 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솔직히 조금 감동했습니다.

가장 먼저 시켜본 안주는 니쿠쟈가입니다. 니쿠쟈가는 고기감자조림인데, 일본 가정식으로 유명합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도 가끔 나올 정도로 일본에서는 대중적인 요리인데, 의외로 파는 곳이 많지 않아 지난 도쿄 여행때는 못먹어본 음식입니다. 여긴 마침 팔고 있어서 주문해봤습니다. 맛은 예상하던 바로 그 맛이네요.

다음에 시켜본것은 계란말이입니다. 주변 테이블을 보니 다들 이 메뉴를 시켜서 먹고 있더라구요. 이 가게에는 계란 요리가 유명한 것 같아서 저도 시켜봤습니다. 역시 맛은 예상되는 그 맛입니다.

두 세잔 정도 마시다가 다리가 너무 아파서 호텔로 복귀했습니다. 그냥 잠들기는 조금 아쉬워서 편의점에서 술과 간단한 안주를 사서 들어왔는데, 저 김 맛 감자칩은 별로더라구요. 하지만 케이크는 매우 맛있었습니다!

이렇게 교토에서 바빴던 두 번째 날이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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